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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대에서 시작된 '교대 미투(성폭력 고발)'가 다른 학교들로 번져가고 있다.

지난 14일 서울교대는 '남자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남자 대면식에서 여자 신입생의 외모를 등급 매긴 책자를 만들어 공유하는 등 집단 성희롱을 벌였다'는 국어교육과 재학생들의 고충사건을 접수했다. 16일에는 대구교대 16학번 여학생이 페이스북 페이지 '대구교대 대나무숲'에 익명으로 글을 올려 자신들의 학교에서도 비슷한 '얼굴 평가'가 있었을 뿐 아니라 신입생들에게 남자선배에게 원치않는 접촉이 이뤄지는 빼빼로 게임 등을 강요했다고 폭로했다.
 
16일 대구교대 SNS에 올라온 성폭력 고발 글 일부 캡처
 16일 대구교대 SNS에 올라온 성폭력 고발 글 일부 캡처
ⓒ 강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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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교대서도 유사한 고발이 이어졌다. 18일 '청주교육대학교 대나무숲'에 올라온 글에서 한 남학생은 신입생 환영회에서 '동기 중 가장 예쁜 사람 3명을 말하라'는 선배들의 강요에 못이겨 외모품평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도 그때의 일에 반성하고 있다"며 "서울교대 일을 보고 항상 경각심을 갖고 행동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글을 썼다"고 했다.

19일에는 경인교대까지 나섰다. 한 체육교육학과 소속 학생은 '경인교대 대나무숲'에 남학생들의 단체 채팅방에서 같은 과 여학생뿐 아니라 특정 여교수를 "메갈X", "X보수 노잼X"라고 언급했다고 고발했다. 한 남학생은 여학생을 두고 "몽둥이로 맞고 침대에 깔아까지고 아스팔트에 갈아버린다"고 했고, 또 다른 남학생은 '삼일한(여자는 3일에 한 번 맞아야 한다)'는 표현도 사용했다. 이 모든 대화에 채팅 참가자들은 즐거워했다.
 
19일 경인교대 SNS에 올라온 경인교대 체육교육학과 남학생들의 성희롱 대화 일부
 19일 경인교대 SNS에 올라온 경인교대 체육교육학과 남학생들의 성희롱 대화 일부
ⓒ 강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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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교대 체육교육학과 남학생 성희롱 발언, 21일자 추가 제보
 경인교대 체육교육학과 남학생 성희롱 발언, 21일자 추가 제보
ⓒ 강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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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뒤(20일) '경인교대 체육교육학과 15학번 남학생 일동'은 사과문을 올렸지만, 추가 피해사실 제보가 끊이질 않았다. 수위는 더 높아졌다. 공개된 단체 대화방 사진 속에는 '(여성을) 사먹는다'라거나 '휴가 때마다 ○○랑 성관계 하면서 군대 한 번 더 VS 대학 내내 성관계 안 하기' 등 특정 여학생을 성희롱하는 발언도 있었다.

'저희는 모든 피해자분들에게 연락해 상황을 설명하고 용서를 구했다'는 사과문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제보도 나왔다. 21일 '경인교대 대나무숲'에 따르면 피해 교수는 제보자들이 연락하기 전까지 가해자들의 사과는커녕 단체 대화방 성폭력 사건이 있었는지도 몰랐다.

서울교대 졸업생 이아무개씨는 "이런 성희롱 문제는 지속적으로 있었지만 공론화되지 않았을 뿐"이라며 "놀랍지도 않다"고 말했다. 그는 21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서울교대뿐 아니라 경인교대, 대구교대 모두 드러난 사실 외에도 문제가 많다고 알고 있다"며 "피해자들이 이미 졸업해 제대로 사과 받지 못하는 사례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전에도 학교 내부에서 이런 문제 제기가 나왔는데 학교에서 '임용 자격 취소되면 너네가 책임질 거냐'며 소극적으로 반응했다고 들었다. 가장 화가 나는 건 이 사람들이 나중에 버젓이 '선생님' 직함을 달게 된다는 거다. 이미 선생이 된 사람도 있고... 이번에 문제된 사람들도 나중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학교 다니면서 임용고시를 치르지 않을까."

이 때문에 가해 학생들의 교원 임용을 막아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 청원까지 나왔다. 3월 14일 시작된 '여학생들을 집단 성희롱한 서울교대 남학생들, 초등 교사가 되지 못하게 막아주세요'에는 22일 오후 5시 20분까지 6만 5617명이 참여했다. 청원 작성자는 "지속적, 집단적으로 여학생들을 성희롱해온 남학생들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우리 아이들이 안전한 교육을 받을 수 있게 지켜달라"고 했다.

리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사무국장도 "여태까지 이런 사건들이 나타나도 '개인 사생활'이라며 제대로 처벌받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고 "이번을 계기로 SNS 대화 역시 하나의 성폭력이란 사회적 인식이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교육자가 될 학생일수록 페미니즘 교육을 함께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교대는 18일 총장 담화문을 발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진상조사를 한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국어육과는 추가 피해사실도 제보 받고 있다. 대구교대는 현재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며 경인교대는 아직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태그:#성희롱, #성폭력, #교대, #미투,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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