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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 폴로의 고향, 베니스

고태규의 유럽 자동차 집시여행
19.03.20 16:14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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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일째: 4월 15일 (월) 아주 맑은 날씨다
 
마르코 폴로의 고향, 베니스
 
아침 9시 반쯤 베니스를 향해 출발했다. 볼로냐를 경유했다. 볼로냐까지는 산악지형이 많다. 고속도로인데도 도로가 상당히 구불구불해서 운전이 꽤나 위험하다. 볼로냐는 차로 시내만 한 바퀴 둘러보고 베니스로 향했다.
 
오후 1시쯤 Fusina 캠핑장에 도착했다. 이번 여행에서 캠핑장 숙소는 처음이다. 바닷가에 인접해 있어서 경치가 좋다. 주위에 공단이 많고, 동네는 전체적으로 낙후되어 있다. 페리(바포레또-Vaporetto)로 베니스로 이동한다. 배는 한 시간에 한 대씩. 대강 30분 정도 소요된다. 선착장 부근에 모래도 없는데, 잔디밭에 비치 타월을 펴놓고 선탠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베니스는 지금까지 보아온 관광지와는 뭔가 다른 느낌이다. 배 위에서 보면 바다에 도시가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지금까지 어떤 도시와도 인상이 겹치지 않는 개성이 있다. 118개의 작은 섬을 연결하는 400여개의 다리와 177개의 운하로 만들어진 물의 도시. 어떻게 물 위에 저런 도시를 만들었을까 궁금해진다. 그런 노력 때문에 한 때는 세계 최강의 해상 세력을 자랑했고, 제 4차 십자군 원정(1202-1204)으로 비잔틴(이스탄불)을 점령하여 엄청난 부를 획득하기도 했다. 12세기부터 18세기 까지는 이태리 최강의 공국이었다. 그러나 1797년 나폴레옹에게 정복당하면서 힘이 약해지기 시작했고, 1866년에 이태리 통일국가에 합병되었다.
 
짜떼레(Zaterre) 선착장에 도착하여 51번 페리로 갈아타고, 성 마르코광장으로 이동했다. 중국, 한국, 일본 단체 관광객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성 마르코성당, 성 마르코광장, 두깔레궁전, 성 조르조마조레성당, 탄식의 다리를 둘러보았다. 광장의 종탑을 8유로를 내고 올라갔다. 사방으로 베니스 전망이 다 보여서 사진 찍기에 아주 좋았다.
 
성 마르코광장에 있는 Quadri Venezia 카페에 앉아 생음악 연주를 들으면서 선데를 먹었다. 음악 연주시간에 앉으면 감상료 6유로를 추가로 내야 한단다. 이런 날강도 같으니. 다시 일어날 수도 없고 해서, 22유로짜리 썬데를 먹게 되었다. 선데 하나에 3만5천 원 정도이니, 엄청 비싼 셈이다. 맞은편에 있는 플로리안과 옆에 있는 카페 세 집에서 번갈아 가면서 연주를 한다. 한 집이 연주를 하면, 다른 두 집은 쉰다. 한 집이 경쾌한 음악을 연주하면, 다른 집은 분위기 있는 부드러운 곡을 연주한다. 이런 식으로 세 집에서 서로 조율하면서 광장 분위기를 만들어 가고 있었다. 이런 연출 방법은 좋은데, 음악 감상료가 너무 비싸다. 그냥 걸어가도 들리는데 굳이 돈을 주면서까지 들을 필요는 없으니까. 베니스 상인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이태리 사람들의 이런 상술은 정말 아무도 못 따라간다. 셰익스피어가 베니스 상인을 아주 인색한 사람으로 묘사할 만하다.
 
오늘은 첫 날이라 페리 시간도 알아볼 겸 6시 반 배로 캠핑장으로 돌아오기로 했다. 나오는 길에 엄청나게 큰 크루즈선을 보았다. 예인선이 앞뒤로 인솔하면서 베니스항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승객들이 층층마다 갑판에 나와 도열하여 우리 쪽으로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장관이다. 모르긴 해도 천 명은 넘을 거 같다. 저 승객들이 모두 하선하여 관광을 하고 쇼핑을 한다면, 베니스 경제에 상당한 도움을 줄 것이다. 우리 부산이나 인천항도 국제 크루즈선을 입항하도록 하는 유치작업이 필요하다. 짜떼레 선착장에서 후지나로 가는 페리를 기다리고 있는데, 아까 보다 조금 작은 크루즈선이 또 들어온다. 베니스가 관광 명소로 유명하긴 유명한가 보다. 그러나 요즈음 베니스 시민들은 너무 많이 몰려오는 관광객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관광객들 때문에 자신들의 일상생활이 방해를 받기 때문이다.
 
바포레토 안에서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온 단체 관광객을 만났다. 30여명 쯤 되는데, 나와 같은 캠핑장에서 숙박을 하고 있었다. 동구권 경제가 많이 회복은 되었지만, 아직도 어렵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한국 관광객들을 캠핑장에서 재우면 아마도 난리가 날 것이다. 왜 이렇게 후진 곳에서 재우냐고. 이제는 우리 관광객들도 좀 더 다양한 숙소를 경험할 때가 되었다.
 
캠핑장에서 저녁밥을 짓기 위해 쌀을 불리는 동안 방갈로 앞에 주차하고 있는 캠핑카 몇 개를 둘러보았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온 친구 한 쌍, 스위스에서 온 노부부 한 쌍을 만났다. 캠핑카는 내부에 샤워 시설, 싱크대, 침대까지 완벽하게 구비되어 있어서 이동하면서 숙박 걱정하지 않고 여유 있게 여행을 할 수 있는 수단이다. 가격은 새 차가 4인승 기준으로 6만 유(1억 정도)로 쯤 한다고 한다. 자전거까지 싣고 다닐 수 있어서, 현지에 도착해서 자전거를 즐길 수도 있다. 나도 다음에는 캠핑카를 렌트해서 유럽을 다시 한 번 돌아보려고 한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캠핑장을 찾아 들어올 때는 주변에 공장이 많아 이런 데에 무슨 캠핑장이 있나 의아했는데, 안으로 들어오니 숲으로 둘러싸여 있어 아늑하고 조용하다. 캠핑장 지도를 하나 사야겠다. 직원들도 친절하다. 고기를 구워 먹으려고 슈퍼에 갔더니, 고기는 못 팔게 한단다. 이유는 모르겠다. 냄새 때문에 그러나? 내일 베니스 시내에서 사와야겠다. 맥주를 마실 수 있는 바도 있다.
 
옆 동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온 중년 부부가 숙박하고 있다. 방갈로 하나를 반으로 갈라서 2인실짜리 두 개를 만들었다. 객실에는 침대 두 개, 샤워실, 변기, 세면대, 의자 없이 책상 하나, 간이 옷 장 두 개, 전기, 에어컨/히터가 구비되어 있어 숙식에는 별 불편함이 없다. 기본 시설만 되어 있기 때문에 고급스럽고 편안한 숙박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맞지 않는다. 가격은 40유로(욕실 없는 것은 30유로), 주차비 5유로, 인터넷 5유로. 그래도 싼 편이다. 싸다고 하는 교민 민박도 80-90유로니까. 식사가 포함되어 있다고 해도 주차비가 20유로 정도 추가로 드는 걸 감안하면, 1박에 100유로 안팎이니까 여기가 훨씬 싸다. 3일권 페리 패스 53유로를 포함해도 싸다. 유럽의 유명 관광지는 숙박비가 너무 비싸다. 다양한 숙박 시설을 독자들에게 알려줄 필요가 있어 일부러 여기에 머문 것이다.
 
*주행 및 숙박 내역
 
주행 경로: A1/E35-A13-A4
주행코스: 피렌체-베니스
주행거리: 260km
주행시간: 3시간
도로유형: 고속/유료
숙박: Fusina 캠핑장(40)
주차장: 유료(5)
아침식사: 별도
인터넷: 5유로
 
 

태그:#베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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