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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명의 무고한 사람이 죽었다. 다친 사람 중에도 중상자가 적지 않다니 희생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한 사람의 '엇나간 순혈주의'와 '이주민에 대한 편견' 탓이다.

스물여덟 살 뉴질랜드 청년 브렌턴 태런트는 인종과 종교가 다른 사람들에 대한 혐오감에 휩싸여 마구잡이로 총을 쏘아댔다. 평화롭고 조용한 마을 크라이스트처치의 이슬람 성당에서였다.

피와 살점이 튀고 비명이 울려 퍼졌다. 그 장면이 SNS로 생중계됐다. 돌이킬 수 없는 처참한 비극에 세계가 통탄하고 있다.

그럼에도 태런트는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자신의 변호사까지 해임하고 스스로 제 행위의 정당성을 법정에서 다퉈보겠다며 당당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19세기 소설가 빅토르 위고는 "진정한 성인은 세상 어떤 곳도 고향으로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진술은 타의에 의해 강제된 고통과 수난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의 '낭만적 세계 해석'이 아닐까?

다수의 인간에게 고향이란 언제나 돌아가고 싶은 이상향에 다름없다. 그럼에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고향에서의 삶을 포기한다. 무엇 때문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결국엔 먹고살기 힘들어서다.

익숙한 이웃과 소통 가능한 언어 곁을 떠나 다른 나라, 낯선 공간에서 신산고초(辛酸苦楚)의 삶을 이어가는 '이민자'는 세계 어느 곳에나 존재한다.

그들의 종교가 비단 이슬람교만은 아니다. 불교도와 기독교도, 힌두교를 믿는 이들 또한 뉴질랜드를 포함한 지구 곳곳에서 그 나라 원주민과 섞여 살아가는 게 2019년 오늘이다. 그렇기에 '더불어 사는 다문화주의'란 지역을 불문하는 21세기의 미덕이 되고 있다.

한국이 "다문화를 배격함으로써 지배적 국가가 됐다"니...

죄 없는 이민자들에게 총구를 겨눈 태런트가 북한과 터키, 파키스탄과 유럽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이민자에 대한 증오를 키웠다는 내외신 보도가 나왔다.

그가 한국과 일본을 지목해 "단일민족 국가는 다문화를 배격함으로써 지배적 국가로 성장했다"고 말했단다. 그 조악한 견강부회(牽強附會)에 끌탕이 절로 나온다.

결혼과 구직, 학업과 사업 등 각기 다른 이유를 가지고 한국으로 이주한 외국인이 이미 200만 명에 가깝다. 그들은 한국인과 똑같이 납세 의무를 지키고 있고, 한국 사람과 결혼이주민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는 앞으로 국방의 의무까지 이행할 것이다.

한국 사람들이 꺼리는 위험한 노동 현장에서 비지땀을 흘리는 이주민 수십만 명까지 언급할 것도 없다. 한국은 이제 순혈주의를 지향하는 단일민족과는 거리가 먼 나라가 됐다. 그는 이 사실을 몰랐다.

비단 태런트의 테러가 발생한 뉴질랜드만이 아니다. 프랑스와 독일 등에서도 '이민자 혐오 범죄'가 드물지 않게 일어나는 게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복지와 인권 보호가 세계 최고라고 평가받는 서유럽. 목숨을 위협하는 정치적 박해와 허리가 꺾어질 듯한 가난을 피해 거기로 옮겨온 이주민들. 저임금으로 일하며 차별까지 받았던 아프리카와 중동 이주민의 일상이 위협받는 건 심각한 문제다.

이주민들이 오로지 자신의 뜻만으로 고향을 떠나 낯선 국가로 삶의 근거지를 옮긴 것일까? 과거 유럽이 제3세계에서 식민통치의 편의성과 이윤 추구의 극대화를 위해 자행한 민족분열책과 가렴주구(苛斂誅求)가 이주의 주요한 이유는 아니었을까?

여행은 인간과 삶의 스승으로 역할한다. 여행을 좋아했던 태런트가 빅토르 위고의 진술을 뒤집어 보고 "기쁨과 고통을 함께 할 사람들이 있다면 지구 위 모든 나라가 고향이 될 수 있다"는 새로운 시대의 진리를 깨닫지 못한 것이 딱하고 또 딱하다.

인종과 종교, 태어난 국가와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타자를 증오하는 청맹과니의 총질을 멈추게 하지 못한다면 지구는 모두에게 위험한 별이다. 거기선 누구도 안전할 수 없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경북매일신문>에 게재된 것을 일부 보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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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등의 저자. 경북매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