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표준FM의 최장수 프로그램 <별이 빛나는 밤에>(이하 별밤)가 올해로 방송 50주년을 맞았다. 지난 1969년 첫 전파를 탄 이래 수많은 별밤지기 DJ들을 거치면서 늦은 밤 청소년들의 친구이자 때론 상담 선생님 역할까지 도맡았던 <별밤>은 부침이 심한 라디오 방송 경쟁 속에서도 꾸준히 생명력을 유지해왔다. 그런 <별밤>이 최근 색다른 기획으로 본인의 50세 생일을 자축하고 나섰다. 바로 전국일주 생방송 투어에 돌입한 것이다.

이동거리 1320km... 8일간의 대장정
 
 올해로 방송 50주년을 맞은 MBC 간판 라디오 프로그램 <별이 빛나는 밤에>가 최근 전국 일주 형식의 생방송으로 청취자들과의 만남을 시작했다.

올해로 방송 50주년을 맞은 MBC 간판 라디오 프로그램 <별이 빛나는 밤에>가 최근 전국 일주 형식의 생방송으로 청취자들과의 만남을 시작했다. ⓒ MBC

 
MBC 라디오의 자랑거리 중 하나인 이동식 스튜디오 중계차 '알라딘'을 이끌고 <별밤>은 별밤로드1320이라는 제목으로 지난 17일 서울을 시작으로 대전, 전주, 광주, 부산, 대구, 춘천을 거쳐 24일 다시 서울에서의 야외 생방송을 통해 총 8일 연속, 무려 1320km를 이동하며 전국 각지에 있는 청취자들과의 만남을 시작했다.

말은 쉽지만 막상 실행에 옮기긴 쉽지 않은 여정에 돌입한 <별밤>은 첫날 17일 25대 DJ였던 H.O.T. 강타를 비롯해서 MFBTY(타이거JK, 윤미래, 비지) 등의 초대손님들과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이어 둘째날 대전 카이스트로 자리를 옮겨선 정재승 교수, 10cm, 16대 DJ 이휘재가 참석해 다채로운 이야기로 심야 공개방송의 묘미를 청취자들에게 선사하기도 했다.

더 이상 라디오를 듣지 않는 10대들
 
 지난 18일 진행돤 MBC < 별밤 > 대전 카이스트 공개방송에는 평일 늦은 밤에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객들이 찾아 성황을 이뤘다. (별밤 공식 인스타그램)

지난 18일 진행돤 MBC < 별밤 > 대전 카이스트 공개방송에는 평일 늦은 밤에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객들이 찾아 성황을 이뤘다. (별밤 공식 인스타그램) ⓒ MBC

 
여전히 14대 DJ 이문세(1985~1996년)가 <별밤>을 상징하는 인물로 많은 이들에게 기억되는 건 이 프로그램이 오랜 기간 청소년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쳐왔던 고마운 존재였기 때문이다.

다양한 엽서, 편지 사연에 울고 웃으며 서로의 교감을 이어갔고 '별밤 뽐내기'코너를 통해선 당시 청소년이던 나얼, 이수영, 옥주현, 이기찬 등이 가수의 꿈을 키울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줬다. 또한 매주 일요일 진행된 공개방송은 당시 보조 MC를 담당하던 1980년대 이경규가 훗날 대스타로 거듭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줬을 뿐만 아니라 라이브 무대 보기 쉽지 않던 시절 팬들에겐 좋은 즐길 거리 역할을 해줬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라디오 주변을 둘러싼 환경이 바뀌면서 <별밤> 역시 타 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예전과 같은 위상을 지니기 어려워졌다. 각종 TV 채널 증가로 조금씩 라디오를 위협했고 인터넷, 모바일 환경의 확산 속에 유튜브, 팟캐스트 등과도 경쟁을 펼쳐야 한다.

한동안 청소년보단 과거부터 라디오를 접해왔던 20-30대 위주의 방송이 이어졌던 <별밤>은 최근 과감한 변화를 추구했다. 학생 혹은 교사 들의 신청을 받아 직접 학교 한반을 찾아 고민 상담부터 공연 등의 내용을 담은 '교실콘서트' 코너를 도입하는 식으로 직접 10대 청취자들을 끌어 모으기 위한 노력도 기울인다.

라디오만의 감성을 찾아... 새로운 부흥기 기대해
 
 올해로 방송 50주년을 맞이한 MBC < 별이 빛나는 밤에 >는 26대 DJ 산들(B1A4)이 진행을 맡고 있다. (별밤 공식 인스타그램)

올해로 방송 50주년을 맞이한 MBC < 별이 빛나는 밤에 >는 26대 DJ 산들(B1A4)이 진행을 맡고 있다. (별밤 공식 인스타그램) ⓒ MBC

 
'별밤로드1320'은 여타 라디오 공개방송과 닮은 듯 다른 형식을 취한다. 공식 인스타그램 채널을 통한 라이브 전송이 이뤄지긴 하지만 인터넷+모바일 어플인 MBC미니에선 동영상이 아닌, 오직 음성만 생중계되기 때문이다. '보이는 라디오'가 이제 기본이 된 시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의외의 선택처럼 비춰진다. 하지만 1980~90년대식 구성으로 차별화를 도모하면서 라디오 고유의 감성을 되살려준다는 점에서 오디오 위주의 공개방송은 나름 큰 의미를 내포한다.

현재 26대 DJ로 맹활약 중인 산들(B1A4) 조차도 라디오를 잘 듣지 않고 자라왔던 세대임을 고백할 만큼 이미 라디오는 젊은이들의 관심 밖에 놓인지 오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밤>은 직접 청취자가 있는 현장을 찾는 방식으로 우직하지만 '아날로그' 다운 방식으로 다시 10대들의 감성을 사로잡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왕년의 대표 코너 중 하나였던 일요일 공개방송의 형식을 빌어 전국 각지의 10-20대 젊은이들과의 만남을 이어가면서 <별밤>은 그렇게 스스로의 정체성을 다시 한번 되살렸다. 이는 50주년 자축의 기본 목적 외에 오랜기간 흔들렸던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되찾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는 것이기도 하다. 과거의 열혈 청취자였던 한 사람으로서 50살 <별밤>에게 다시 한번 축하의 말 한마디를 전해본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별밤 별이빛나는밤에 라디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