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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방과후 영어 허용, 방과후학교가 나쁜 게 아니다

초등 1, 2학년 방과후 영어가 다시 허용된다. 국회에서 관련법 개정으로 초등 방과후에서 금지되었던 영어를 1년여만에 다시 허용한단다. 역시나 여론이 뜨겁다. 애초 금지를 주장했던 이들은 사교육 광풍, 공교육 정상화에 역행 등 말을 쏟아붓고 있다. 허용을 주장했던 이들은 환영한다고 한다. 이 두 진영의 논리는 팽팽하다. 절대 만날 수 없는 평행선이다. 영어가 없어지지 않는 한 이 둘의 화해는 영원히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어떤 것이 좋고 나쁨을 떠나 적어도 거짓말을 해서는 안된다. 허용이든 금지든 주장하는 이들 모두 교육적인 측면에서 취지를 이야기하지만 이 와중에 방과후학교, 사교육, 교육불평등, 가혹한 교육 등을 들먹인다. 애꿏은 방과후학교 강사들은 원흉이 되고 방과후학교 수업도 사교육으로 취급되고 학부모들도 자기 자식밖에 모르는 불안한 치맛바람의 주역이 된다. 반대를 주장하더라도 왜 이렇게 남들을 깎아내리며 하는가. 교육단체와 전문가라는 이들은 목소리를 높이는데 정작 초등 방과후 영어를 하는 강사들이나 학부모들의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적다.

늦게까지 아이들을 가혹하게 하는 일이라고?

'늦게까지 아이들을 묶어두고 가혹하게 혹사시키는 일'이라며 금지를 주장하는 이들은 과연 초등 1, 2학년 영어수업을 한번 슬쩍 보기라도 하고 말하는지 묻고 싶다. 우리가 중학교에서 했던 것처럼 알파벳과 단어를 외우고 쓰고 하는 수업이 아니다. 그야말로 '놀이'에 가깝다. 노래를 부르고 율동을 하고 영상을 보기도 한다. 한글도 잘 못 쓰는 초등 1학년에게 어찌 알파벳을 쓰라 하겠는가. 이를 두고 마치 늦은 시간까지 하는 고등학교에서의 보충수업, 강제자율학습의 영어수업인 것처럼 '아이들을 늦게까지 가혹하게 하는 일' 이라고 말해서는 안된다. 이건 거짓말이다.

그리고 초등 저학년 부모들이라면 대부분 공감할 텐데, 저학년이라도 요즘 아이들의 요구와 자기 주장은 매우 강하다. 방과후 수업을 선택하는 것도 학부모의 필요보다는 아이들 자신의 욕구가 크게 작용한다. 하기 싫은 수업은 떼써서라도 안 하려 한다. 회초리 맞아가며 과외수업을 강제로 했던 우리의 어릴 적 시절과 어찌 비교를 하겠는가. 초등 방과후학교에 영어 수요가 많은 것은 학부모의 요구이기도 하지만 아이들의 요구도 만만치않다.

초등 방과후학교를 두고 학부모의 사교육 과열이나 불안한 심리, 비뚤어진 교육열 이런 말은 심한 과장이다. 일부를 전부인 것처럼, 자신의 경험이 다인 것처럼 과장하는 것은 명백한 거짓말이다. 방과후학교가 생긴 이유가 이런 과한 사교육을 줄이기 위해서이다. 방과후학교 강사를 한 달만이라도 해보고 이런 말을 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학습격차와 불평등' 역시 근거없는 주장이다

방과후 영어수업을 받는 아이들과 그렇지 않는 아이들의 '학습격차와 불평등'의 문제를 지적하기도 한다. 그래서 '학교에서 하는 또다른 사교육'이란다. 이 역시 근거없는 주장이다. 반대로 금지가 부익부 빈익빈에 따른 학습격차를 심화시킨다는 주장도 있고, 초등 저학년 영어수업으로 인한 교육불평등이나 학습격차가 증명되거나 통계가 나온 것이 공식적으로 있는지도 모르겠다.

방과후학교가 교육불평등과 학습격차 심화의 원인이라는 주장은 지나친 비약이고 근거가 없다. 그러면 교과에서부터 선택과목이 있는 고등학교나 전공부터 선택하는 대학교는 무엇이란 말인가? 예중, 예고, 외고, 과학고는 왜 존재하는가? 이 역시 교육불평등 아닌가?

이런 문제를 말하는 이들은 고등학교의 '이과 쏠림' 현상을 지적한 적은 있는지 묻고 싶다. 이야말로 교육의 불평등 아닌가. 고등학교의 '이과 쏠림'은 졸업 후 진학, 취업, 소득격차 문제와 직결되어 있고 널리 알려져 있는데, 초등 저학년 방과후 영어수업이 어떤 사회문제를 야기했던가. 불평등을 이유로 방과후 영어를 법으로라도 금지하자고 주장한다면 고등학교 문과 이과 배정도 법으로 강제로 비율을 조정하자고 주장해야 할 것 아닌가?

방과후학교도 공교육의 일부이다

역시나 방과후학교 자체를 깎아내리는 주장은 여전하다. 거젓말도 또 보탠다. 이건 하도 여러번 반박해서 입이 아플 정도다. '방과후학교는 학교 안에서 하는 사교육이다.', '아이들을 늦게까지 가혹하게 하는 일이다', '수요자(학부모)의 교육비 부담으로 운영하니 사교육이다' 억지도 이 정도면 신념인 듯 하다.

'공교육'이 '교과수업'만을 말한다고 어디에 나와있는가? 교육과정총론에도 어떤 법에도 백과사전에도 이런 정의는 없다. 다만 공익을 위해 공적 절차로 시행하는 교육을 공교육이라고 정의할 뿐이다. 의무교육과 공교육을 혼돈하지는 말아야 한다.

학부모 부담으로 운영하니 사교육이라면 무상이 아닌 고등학교, 대학교 교육도 사교육이란 말인가? 또 학교에서 학부모들이 비용 부담을 하는 체험학습, 현장학습, 계기수업, 체육대회, 수련회, 수학여행, 경진대회 등도 모두 사교육이란 말인가? 또 여러 교육청들은 꿈의학교, 다행복학교, 혁신교육지구 등 많은 '학교 밖 학교'들을 만들고 지원하고 있다. 이 역시 교과수업이 아닐진대, 교육청과 교사들이 막대한 국민세금으로 사교육을 지원한다고 해야 할까? 이런 '내로남불'이 또 어디 있는가?

교육부도 예전 자료에서 '방과후학교는 수익자부담으로 운영하지만 학교에서 하는 공교육'이라고 밝힌 바 있고, 애초 취지나 운영방침을 보더라도 사회적 필요와 공익적 목적에 의해 학교에서 시행되었고 십수년째 꾸준히 해왔고 자리잡았다. 교육청에서 가이드라인과 길라잡이를 만들고, 교육개발원에서 정책 연구를 하고, 학교운영위에서 심의하고, 학교안전공제 수급도 되고, 자유수강권이나 지원금 운영도 한다. 이래도 사교육이라고 우길 수 있나?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이라는 제목과 내용을 보더라도 규제하는 대상은 공교육에 포함된 내용들이다. 초등 방과후 영어가 여기 해당되니, 이 역시 공교육이라는 말이 된다. 그런데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방과후학교는 사교육이서'라는 이유를 대니, 모순도 이런 모순이 또 있는가.

공교육이니 사교육이니 하는 제목이 중요하다면 백번 양보해서 그럴 수 있다고 하자. 하지만 방과후학교가 교과수업이 못하는 부분을 채우고 교육불평등 해소에 기여해왔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고 성과이다. 방과후학교 강사들은 경험으로 안다.

교과수업 끝나기만을 내내 기다렸다가 방과후교실로 달려와 자신이 선택한 과목을 듣는 아이들, 방과후학교를 통해 자신도 몰랐던 끼와 재능을 발견하는 아이들, 방황하다가 방과후학교를 통해 전공과 진로를 선택하는 아이들, 졸업하고 한참 뒤 취업을 위해 학생부 사본을 발급하며 기재된 방과후학교 수강내역을 보고 감사한 마음에 선생님에게 연락을 해오는 아이들...

이런 성과를 애써 무시하지는 말자. 학교에서 매학기 실시하는 만족도 조사 설문지만 봐도 안다. '방과후학교가 사교육을 부추기고 교육불평등을 조장'한다는 주장은 명백한 거짓말이다.

영어의 학습효과나 부작용, 언어의 발달단계 등 교육적인 근거를 들며 허용이든 금지든 주장한다면 얼마든 경청할 만하다. 그러나 애꿏은 방과후학교 강사들과 학부모들을 깎아내리며 사교육 광풍, 교육의 불평등, 가혹한 교육 운운하지는 말자. 그렇지않아도 갈팡질팡하는 교육정책과 학교의 수요에 따라 매년마다 일자리를 잃기도 하고 재계약을 위해 여러 학교에 서류를 접수해야 하는 방과후학교 강사들의 고충 앞에서 교육의 전문가라며 할 소리가 아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이진욱 시민기자는 공공운수노조 방과후학교강사지부 지부장입니다. 노조의 SNS나 소통방에도 함께 게재할 예정입니다.


태그:#방과후학교, #공교육, #사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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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물을 하고 학교수업도 하며, 공공운수노조 방과후학교강사지부 (http://asteacher.ner) 지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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