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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북구 갯봄맞이꽃 서식지. 갯봄맞이꽃은 산과 밭에서 흘러내려오는 지표수 및 땅 속으로 스며들었던 지하수(민물)와 반대쪽 바다에서 높은 파도가 칠 때 갯바위 절벽을 넘어오는 바닷물이 섞이면서 형성된 작은 습지에서 자라고 있다
 울산 북구 갯봄맞이꽃 서식지. 갯봄맞이꽃은 산과 밭에서 흘러내려오는 지표수 및 땅 속으로 스며들었던 지하수(민물)와 반대쪽 바다에서 높은 파도가 칠 때 갯바위 절벽을 넘어오는 바닷물이 섞이면서 형성된 작은 습지에서 자라고 있다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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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방계 식물로 바닷가 근처의 습지에서 자라는 갯봄맞이꽃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으며 지난 2013년 울산 북구 당사해안 지역에서도 발견돼 '최남단 서식지'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울산 북구청이 이곳 갯봄맞이꽃 서식지 주변에서 오토캠핑장 조성 공사를 하다가, 지난해 말 낙동강유역환경청 멸종위기 야생식물 서식지 조사팀에 의해 적발돼 공사가 중지된 상태다.

구비 50억원와 국·시비 20억원 등 70억원을 들여 북구 당사동에 조성중인 강동오토캠핑장은 당초 오는 6월 준공 예정이었지만 공사 변경 등을 거치면서 얼마 후 공사가 다시 진행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번 멸종위기 야생생물 서직지 주변 공사 논란은 여러가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2017년 5월 북구청이 이곳에 산책로(누리길)를 만들다 갯봄맞이꽃 서식지를 훼손하면서 환경단체로부터 고발 당해 공사 구간을 변경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데도 2년이 채 안돼 북구청이 다시 이 주변에 오토캠피장 공사를 강행한 점과, 지척에 갯봄맞이꽃 서식지가 있음에도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한 것도 논란거리다. 

더 큰 문제는 환경단체의 지적대로 이번 오토캠핑장 공사로 인해 갯봄맞이꽃이 서식할 수 있는 근원적인 자연조건이 파괴될 수 있지만 환경당국과 북구청이 이런 점을 놓치고 있다는 점이다.

울산환경운동연합과 심층취재를 통해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갯봄맞이꽃 서식지 위기를 짚어본다.

관할 관청 관리부실에 멸종위기 생물 서식지가 낚시꾼들 지름길로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갯봄맞이꽃 서식지(노란 풀이 있는 지역)가 낚시꾼들이 다니면서 반들반들하게 길잡혀 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갯봄맞이꽃 서식지(노란 풀이 있는 지역)가 낚시꾼들이 다니면서 반들반들하게 길잡혀 있다.
ⓒ 울산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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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환경운동연합 이상범 사무처장은 "서식지에서 자생하는 갯봄맞이 꽃은 산과 밭에서 흘러내려오는 지표수 및 땅 속으로 스며들었던 지하수(민물)와 반대쪽 바다에서 높은 파도가 칠 때 갯바위 절벽을 넘어오는 바닷물이 섞이면서 형성된 작은 습지에서 자라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곳에 캠핑장을 조성하게 되면 갯봄맞이 꽃 서식지로 흘러들던 지표수 와 지하수 유입에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없다"면서 "빗물을 모아서 경작지의 농업용수로 사용하던 작은 저수지(둠벙)를 없애거나 물길을 변경시켜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이미 공사처가 물길을 변경한 것에 대해 우려했다.

이같은 우려는 지난 2017년 테크 공사를 하다 적발된 후 환경단체가 고발을 했지만 구간을 다소 변경해 공사가 재개된 사례에서 강행될 수 있다는 데서 나온다.

2017년 당시 울산환경운동연합은 성명을 내고 "바로 앞의 바다에서 생명에 필요한 염분을 얻고 위쪽 산림이 머금은 지하수가 해안에서 수많은 공극을 통해 서서히 용출되면서 소박하지만 완벽한 습지 생태계를 이룬 곳"이라며 "하지만 북구청이 해안 둘레길 공사를 하면서 갯봄맞이 서식지인 습지가 완전히 훼손 일보직전이다"고 우려한 바 있다.

하지만 테크 위치가 바뀌고 공사는 진행된 바 있다. 1년 반이 지난 후 다시 산림이 머금은 지하수가 나올 곳에 오토캠핑장이 조성되면서 습지 훼손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이상범 사무처장은 "불과 2년이 채 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훼손 정도가 아니라 아예 서식환경이 바뀌어서 멸종될 수 있는 공사를 허가한 것"이라며 "같은 북구청에서, 그것도 오토캠핑장을 시공하는 부서와 2년 전 데크공사를 실시했던 부서가 같은데도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 한 것은 어처구니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특히 오토캠핑장 조성을 하기 전에 거친 환경영향평가도 문제로 지적된다. 환경영향평가를 맡았던 업체가 멸종위기 식물 서식지를 몰랐다는 것은 선듯 납득하기 어렵다.

이상범 처장은 "북구청은 환경영향평가를 담당한 업체의 귀책사유라고 핑계를 댈지 모르지만 구청이 이중 삼중의 책임을 면할 길이 없어 보인다"며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 하고 용역에만 의존해 공사허가를 내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하나 문제는 갯봄맞이꽃 서식지가 하필 이미 2017년 조성된 둘레길 데크에서 낚시꾼들이 즐겨찾는 갯바위로 가는 길목이라는 점이다. 현재 낚시꾼들의 발길에 의해 훼손이 심하다.

테크와 갯바위 사이 서직지에는 북구청에서 설치한 '국가지정 멸종위기식물 서식지 안내판'이 있지만 이에 아랑곳않고 낚시꾼들이 테크를 넘어 지나다니면서 서직지가 번들번들 할 정도로 길이 나 있었다.

결론적으로 지난 2013년 발견된 한반도 최남단 갯봄맞이꽃 서식지는 2017년 5월,관할 구청이 진행한 인공데크 조성공사로로 인해 수난을 당했지만 살아 남았다. 하지만 이제는 근본 서식환경을 파괴할 수 있는 공사까지 진행되면서 우려가 크지고 있는 것이다.

울산환경운동연합 이상범 사무처장은 "오토캠핑장 조성공사를 백지화 하든가, 그게 어렵다면 최대한 서식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부터 강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낚시꾼들에 의한 훼손을 우선 막아야 하며 이곳이 알려짐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채집자에 의한 훼손을 막을 수 있는 조치도 시급하다"면서 "같은 잘못을 되풀이한 관료에 대한 엄중문책도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울산 북구청측은 "환경영향평가에서도 문제가 없어 서식 사실을 전혀 몰랐다"면서 "현재 전문가 의견을 받아 보존대책을 수립하고 낙동강환경청과 협의중이다"고 밝혔다.



  


 

태그:#울산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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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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