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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말 태안화력 청년 비정규 노동자 김용균의 죽음 이후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이 가까스로 통과됐다. 이에 따른 하위법령 개정안이 곧 행정부로부터 제출될 것으로 보인다. 

개정법이 실제로 노동자 안전과 건강을 제대로 지키게 하기 위해, 하위 법령 개정 과정에 주목해야 한다. 법의 보호 대상 확대와 원청 책임 강화라는 법의 개정 취지가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으로 발목 잡히지 않도록 하고, 지난 수년간 행정규칙 개정의 필요성이 제기됐던 사안을 추가로 개정시켜야 한다. 

방대한 법 내용 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주제에 대해 다섯번에 걸쳐 기획 기사를 싣는다. <기자말>


하루 7명씩 한 해에 3,000명의 노동자가 일터에서 죽임을 당하고 있다. 그동안 수많은 중대재해에 대한 사후약방문으로 노동부는 특별근로감독을 진행한 후 법위반 사실 100~1000여 건이 나왔다고 보도자료 내고 안전관리체계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바뀌어야 하는 점은 우리의 목소리가 커져야 한다는 거예요. 뭔가 얘기를 해도 바뀌는 것도 없고, 다 그냥 그러려니 하고 있었는데... 이건 노동조합만이 아니라, 내가 이야기를 할 때, 그 말에 힘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지금은 얘기를 해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니까."

"우리가 직접 일하는 사람이에요. 현장 일에 귀 기울여주고, 신경 써줬으면 좋겠어요. 우선순위로 둬 줬으면 싶어요."

-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인권실태조사 보고서 중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였던 故 김용균님의 죽음에 대한 사회적 투쟁으로 '김용균법'으로 불리면서 28년만에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면개정이 되었다. 그러나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도 노동자들의 참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하다.

노동자의 책무만 있고 권리는 없는 산업안전보건법

산업안전보건법은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기준을 확립하고 그 책임의 소재를 명확하게 하여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을 유지·증진함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로서 산업안전보건의 각 주체인 정부와 사용자 및 노동자에 대한 책무가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법 제6조에서 "근로자, 또는 노무를 제공하는 자는 이 법과 이 법에 따른 명령으로 정하는 기준 등 산업재해 예방에 필요한 사항을 지켜야 하며, 사업주 또는 근로감독관, 공단 등 관계자가 실시하는 산업재해 방지에 관한 조치에 따라야 한다"라고 노동자의 소극적 책무만이 규정되어 있는데 적극적 권리로서 노동자참여를 보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노동자가 직접 참여하여 현장조사를 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안전보건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산재발생률과 직업적 위험도가 낮아진다.
 노동자가 직접 참여하여 현장조사를 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안전보건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산재발생률과 직업적 위험도가 낮아진다.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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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 안전보건청(EU-SSHA)에서 조사한 결과 노동자들이 안전보건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산재발생률과 직업적 위험도가 낮아진다는 결과가 보고되었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연합의 국가들은 사업주가 안전보건 문제를 관리하고 해결하고자 할 때 노동자와의 협의와 참여를 필수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으며, 안전보건에 대한 노동자 참여권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이와 유사하게 노동자참여를 보장하고 있는 것이 명예산업안전감독관과 산업안전보건위원회이다. 안전보건의 한 주체인 노동자의 참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개정법의 취지인 자율안전제도가 활성화되기 위한 방안을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반영해야 한다.

더불어 다른 법령을 핑계로 산업안전보건에서 노동자참여가 제한되는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가 시급하다. 예를 들어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상 근로시간면제시간과 별도로 노동자가 안전보건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보장돼야 한다. 그래야 산업안전보건법상 노동자 참여가 실질적 의미를 가질 수 있다. 각 법에서 규정하는 활동이 다르기 때문이다. 

명예산업안전감독관,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 힘을 싣는 법으로

명예산업안전감독관 제도 도입의 핵심은 후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 산업재해 수준을 개선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대책을 강구 중 산업재해예방활동에 노동자들이 직접, 적극적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노사가 함께 책임지는 자율적, 협력적 산재예방체제를 구축하고자 하는 것이다.

또한 2017년 기준 근로감독관 정원은 1,282명, 2018년 300명 증원 계획 발표 등(산업안전감독관 500명 규모)을 했으나 여전히 부족한 상황에서, 명예산업안전감독관 활성화는 노동재해 예방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개정 전 법에서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의 위촉대상은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또는 노사협의체 설치 대상 사업의 근로자'로 제한하고 있어 3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 역량의 취약과 산업재해 발생이 더욱 빈번한 현재 상황에서 명예산업안전감독관 위촉대상 사업장 규모를 확대하도록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반영해야 한다. 

사내 명예산업안전감독관(사내명감)이 선임이 안 되거나 '사업주 이익을 대표하여 행동하는 자' 등의 관리자가 선임되는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해서 지역명예산업감독관제도(지역명감)를 사내명감과 동일한 역할과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의 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사업장을 넘어서는 경험을 축적해 나갈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지역차원의 협의회를 활성화하고, 이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이 뒷받침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는 총체적인 안전보건관리의 취약함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며, 최근 산업재해가 사업장 수준을 넘어 지역사회에 영향을 줄 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커지고 있는 만큼 지역차원의 안전보건 역량이라고 할 수 있는 지역명감이 지역 내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의 안전보건 문제에 개입할 수 있도록 우선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산업안전보건위원회가 실질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
 산업안전보건위원회가 실질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
ⓒ 일과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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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고용노동부는 안전보건에 있어서 당사자인 노동자 참여의 중요성과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체제로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강조하고 있는데, 이를 강조하는 것에 그치지 않도록 설치 운영이 실질화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산업안전보건위원회의 권한에 사업장 감독권한을 부여하고, 의무 설치대상 사업장을 넓혀야 하며, 임의 대상사업장이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설치·운영하는 경우 이에 대한 지원과 혜택을 주어야 한다. 더불어 산업안전보건위워회 회의 참석 뿐만 아니라 안건을 사전에 검토하고, 노동자들의 의견취합, 안건 발굴을 위한 일상적인 안전보건 점검 활동을 위해서는 산보위원들의 유급 활동시간이 전면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산업안전관리체제는 정부와 기업, 노동자 3주체가 공동으로 책임과 권한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운영·유지 되어야 피해를 방지하고 사고를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이태진님은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노안부장입니다.


태그:#김용균법, #산업안전보건법, #산안법_하위법령, #명예산업안전감독관, #산업안전보건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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