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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을 최고임금의 1/10으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회의가 또 다시 무산이 될지 촉각이 곤두섰던 3월 11일, 나는 한국경영자총협회 건물 앞에 서있었다. 내가 대표를 맡고 있는 청년정치공동체 <너머>와 주로 배달업에 종사하는 라이더들의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 알바들의 노동조합인 <알바노조>, 그리고 최저임금 만원과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노동자들의 단체인 <평등노동자회>에서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주장은 간단하지만, 누군가의 눈으로 볼 때 허무맹랑한 소리일지도 모르는 종류의 것이었다. 최저임금을 최고임금의 1/10으로 정하자는 것이 우리의 주된 주장이었으며, 기자회견 장소에는 "최저임금을 최고임금의 1/10으로!"라는 구호를 외쳤다. 우리는 과거 아무도 최저임금 1만원을 말하지 않던 때에 최저임금 1만원을 주장하며 인형탈을 쓰고 홍대를 배회하기도 하고, 농성을 했던 그 단체들이었다.

 
"1:10 운동을 제안합니다" 기자회견 3월 11일 오전 10시, 청년정치공동체 <너머>, <라이더유니온>, <평등노동자회>, <알바노조>에서 최저임금의 새로운 상식을 만드는 캠페인을 발족하겠다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1:10 운동을 제안합니다" 기자회견 3월 11일 오전 10시, 청년정치공동체 <너머>, <라이더유니온>, <평등노동자회>, <알바노조>에서 최저임금의 새로운 상식을 만드는 캠페인을 발족하겠다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김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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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사회적 합의'라는 변명의 땔감 

집으로 돌아갈 때 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회의가 결국 또 무산이 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예상대로 청년, 여성, 비정규직 위원들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경사노위가 계층별 대표 3인으로 인해 발목이 잡혔다는 비난들이 뉴스에 가득 적혀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이자 청년이며 20대 전부를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아온 나의 입장에서는 그 비난들에 결코 동의할 수 없었다.

청년과 여성, 비정규직이라는 존재는 어떤 존재였는가. 정부와 사회가 입맛대로 대변하기 위해 입에 올리는 존재이자, '사회적 합의'라는 구색 좋은 변명의 땔감으로 사용되는 존재가 우리들이었다. 특히 청년이라는 존재는 최저임금 삭감법이 기어이 통과될 때, 그보다 전인 임금피크제가 제시될 때 여러 사람들의 입에서 호명되었다. 나는 청년이자 아르바이트 노동자로서 최저임금 삭감법에 반대한다는 일인시위와 기자회견, 집회를 개최했었다. 그러나 나와 나의 동료들의 목소리는 정책 자체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자들로만 비추어지기도 하였다.

그리고 이번에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에도, 경사노위 회의에서도 어김없이 이 3인방이 등장했다. 최저임금을 전문가들이 결정하겠다는 것이 결정구조 개편의 주요 내용이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서, 그리고 탄력근로제 통과에 대한 명분을 찾기 위해서 청년과 여성, 비정규직은 다시 호명되었다.

 
"대통령은 최저임금 삭감법을 거부하라" 청년정치공동체 <너머>에서는 최저임금 삭감법을 대통령이 거부해야한다는 집회 및 기자회견, 1인시위를 진행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최저임금 삭감법은 통과되었다.
▲ "대통령은 최저임금 삭감법을 거부하라" 청년정치공동체 <너머>에서는 최저임금 삭감법을 대통령이 거부해야한다는 집회 및 기자회견, 1인시위를 진행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최저임금 삭감법은 통과되었다.
ⓒ 김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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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해로운 탄력근로제? 더 해로운 탄력근로제?

새로운 개악이 시작될 때 청년, 여성, 비정규직이 번번이 호명되었다. 다 정해놓은 밥상에 아름다운 결론을 만들기 위해서 이 과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의 구간을 전문가가 설정하고 구체적 금액을 정하는 결정위원회에 청년, 여성, 비정규직을 포함하겠다는 안의 결말도 쉽게 예측 가능한 범위에 있었다. 만일 이 판을 거부하는 순간 청년은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는 못나고 이기적인 존재, 큰 그림을 보지 못하는 어리석은 존재가 될 것이다. 애초에 사회적 합의라는 테이블에 앉을 자격을 주지 않고 이미 깔아놓은 테이블에 앉는 것이 이 3인방의 유일한 역할이었다.

우리의 판단은 악의적으로 "계층별 대표는 보조적이다."라는 말로 폄하되었고, 조금 더 우호적으로는 "사회적 대화의 경험과 책임을 져본 적이 없으니 배려하고 함께 책임질 수 있는 태도를 가져야한다."라는 말로 포장되었다. 이 합의 자체가 부당하다는 외침에 사회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탄력근로제 자체가 이들을 배제하고 결정된 사안이라는 것을, 탄력근로제를 얼마나 나쁘게 시행할지 아니면 조금 착하게 시행할지는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사회는 들으려 하지 않는 것 같다.

 
"1:10 운동을 제안합니다." 기자회견 청년정치공동체 <너머> 대표 신민주가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신민주는 청년, 여성, 비정규직에 대한 입장으로 발언하였다.
▲ "1:10 운동을 제안합니다." 기자회견 청년정치공동체 <너머> 대표 신민주가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신민주는 청년, 여성, 비정규직에 대한 입장으로 발언하였다.
ⓒ 김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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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의 존재, 청년과 여성 그리고 비정규직이 요구하는 최저임금의 액수 

비정규직의 확산과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청년과 여성의 지위는 이 사회에서 반 이상을 구성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가 될 수 없다. 청년과 여성, 비정규직이 "부분"이라는 이름으로 호명될 때 우리는 묻고 싶다. 가장 낮은 위치에서 일을 하는 계층들이 "부분"으로만 호명될 수 있으면 경사노위는 누구의 편에 서 있는지, 최저임금은 어떠한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제도인지 우리는 묻고 싶다.

우리는 경사노위 회의가 진행되고 있는 순간 우리의 안을 제시하였다. 한 번도 안을 먼저 제시할 수 없었던 을의 존재인 사람들이 새로운 안을 내고 새로운 상식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알바들도, 라이더들도, 넉넉하지 않은 노동자도, 청년도, 여성도 부분으로 불리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이들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1:10 운동은 그 합의를 만드는 첫 발자국일 것이다. 최저임금이 최소한 최고임금의 1/10이 되어야 한다는 간단한 주장이 상식으로 받아들여지는 사회를 바란다. 그것은 최저임금은 최소한의 삶을 보장할 만큼으로 올라야한다는 점과 소득격차를 해결해야한다는 사회적 메시지로 이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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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정치공동체 <너머> 대표이자 기본소득당 서울 창준위원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