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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플리트(Split)의 아침은 시원할 뿐만 아니라 활기가 넘쳤다. 항구 앞에는 출항을 하려는 배들이 이른 아침부터 부지런히 준비를 하고 있었다. 크로아티아는 도시마다 각자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는데, 스플리트는 스플리트만의 밝고 에너지 넘치는 분위기를 지니고 있었다. 

나는 크로아티아에서 자그레브(Zagreb) 시장 다음으로 크다는 스플리트 시장으로 향했다. 스플리트 시장은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Diocletian's Palace) 동문인 포르타 아르겐테아(Porta Argentea) 근처의 넓은 공터에 자리잡고 있었다. 시장 안에는 아침부터 다양한 물건들을 파는 가게들로 가득 들어차 있었다.

이른 아침부터 시장이 열리는 이유는 스플리트 시민들이 이 아침시장에서 오늘 사용할 싱싱한 과일과 채소를 찾기 때문이다. 신선한 식재료를 사기 위해 나온 부지런한 사람들이 발길을 옮기고 있었고, 장을 보려는 사람들은 계속 늘어나고 있었다. 이른 시간부터 아침시장의 활기가 시작되고 있었다.
 
스플리트 꽃시장. 아침부터 꽃을 사는 사람들은 마음이 평화로운 사람들일 것이다.
▲ 스플리트 꽃시장. 아침부터 꽃을 사는 사람들은 마음이 평화로운 사람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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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기분좋은 바람이 부는 스플리트 아침 시장에서는 꽃, 채소, 과일, 그리고 다양한 먹거리들을 팔고 있었다. 시장 입구로 들어서니, 신선한 꽃을 파는 가게들이 우선 눈에 들어왔다. 꽃 색깔도 다양하고 예쁠 뿐만 아니라 크로아티아인들을 닮아서인지 꽃들이 아주 크고 탐스러웠다. 아침부터 이렇게 다양한 꽃을 사서 집을 장식하는 사람들이라면 마음이 아주 여유로운 사람들일 것 같다.

크로아티아는 여러 도시의 시장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한데, 스플리트의 아침시장도 이름난 청과물 시장답게 과일과 채소가 한가득 쌓여 있다. 우리나라에는 없는 생소한 과일과 채소를 찾아 보며 시장 안으로 들어갔다.

시장 안의 과일들은 모두 다 너무 탐이 날 정도로 눈을 즐겁게 해준다. 게다가 여행을 다니면서 언제라도 맛볼 수 있는 맛 좋은 과일들이 가격도 싸다. 스플리트 식당의 물가는 꽤 비싼 편이지만 이 시장의 과일 값은 너무 싸서 의아하게 생각될 정도이다. 과일 여러 개를 실컷 사도 동전 몇 개면 계산이 끝날 정도의 놀라운 가격표들이 매대 앞에 붙어 있었다.
 
체리 가게. 비닐봉지에 가득 사서 마음껏 즐길 수 있을 정도로 가격이 저렴하다.
▲ 체리 가게. 비닐봉지에 가득 사서 마음껏 즐길 수 있을 정도로 가격이 저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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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유럽국가들처럼 스플리트의 시장에서도 체리를 파는 가게들이 엄청나게 많고, 체리 값도 정말 저렴하다. 비닐봉지에 가득 담긴 체리 값이 한국 돈으로 3천원 정도 밖에 하지 않으니, 나와 아내는 체리를 원없이 사서 여행 내내 실컷 먹었다.

포도 옆에 잔뜩 쌓여 있는 것은 푸룬(Prune)이라고 불리는 푸른 색의 서양 자두이다. 유럽이 원산지인 푸룬은 타원형으로 생겼고 색깔도 진한 푸른색이어서 참으로 특이하게 보인다. 껍질을 벗겨보니 과일 내부는 우리나라 자두와 똑깥이 생겼는데 맛은 완전히 다르다. 푸룬의 풍부한 식이섬유 안에서는 예상 외로 달디 단맛이 났다.

아내는 아까부터 계속 납작복숭아를 찾고 있었다. 납작복숭아는 이 시장에서 워낙 인기가 좋아서 가장 먼저 판매되는 맛 좋은 과일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스플리트 시장에서도 납작복숭아를 꼭 사서 먹어보아야 한다고 알려져 있어서 납작복숭아 몇 개를 사보았다. 납작복숭아는 납작하게 생겨서 맛이 없을 것처럼 보였는데, 맛이 너무나 달콤했다.
 
복숭아, 석류 가게. 천도복숭아, 백도복숭아, 납작복숭아의 맛이 시원하다.
▲ 복숭아, 석류 가게. 천도복숭아, 백도복숭아, 납작복숭아의 맛이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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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작복숭아 외에도 털 없는 천도복숭아, 보송보송한 백도 복숭아가 가득하게 진열되어 있었다. 천도, 백도 복숭아도 두 번 사서 먹어보고 싶을 정도로 맛이 달았다. 복숭아의 나라라고 해도 될 정도로 복숭아의 맛이 시원했다.

시장 어디를 가더라도 시장의 매대에는 귤이 많고 가격 역시 저렴했다. 유럽인들이 애용하는 레몬과 석류, 무화과, 블랙베리도 매대 위에 가득 쌓여 있다. 이 과일들을 보고 있으면 크로아티아 사람들이 어느 과일을 선호하는지의 취향이 바로 느껴진다.
 
채소 가게. 채소들은 농가에서 방금 전에 캐 온 듯이 싱싱하다.
▲ 채소 가게. 채소들은 농가에서 방금 전에 캐 온 듯이 싱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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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좌판에는 채소도 한 가득 쌓여 있다. 채소들은 한눈에 봐도 바로 캐온 듯이 신선하고 싱그럽다. 남자들 주먹만한 크기의 대왕토마토도 있고, 홀쭉하고 귀엽게 생긴 당근도 이국적이다.

인상적인 것은 어릴적 시장에서 많이 보았던 저울이 채소의 무게를 재는데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저울 위에 올려진 추가 과거 기억을 소환하는 듯해서 너무나 정겨웠다.

나와 아내는 아침에만 볼 수 있는 곳을 먼저 찾아다녔다. 우리가 스플리트의 시장 답사를 계속한 곳은 아침시장의 성곽 반대편에 있는 생선 시장, 피시 마켓(Fish Market)이었다. 이곳도 아침 일찍 파하기 때문에 발걸음을 서둘렀다. 리바 거리의 서쪽 끝까지 가서 마르몬토바 거리(Marmontova ul.)로 들어서자 생선시장이 나왔다.

생선시장 건물 외벽에는 이 시장의 오랜 역사를 과시하는 안내 동판이 자랑스레 걸려 있었다. 시장의 건물 구조만 봐도, 지붕부터 벽을 지탱하는 철골까지 정성을 들여 지어진 건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안쪽으로 들어가자 마치 생선 공판장 같이 생긴 특이한 실내에서 생선을 팔고 있었다.
 
스플리트 생선시장. 농어, 아귀, 오징어, 새우 등이 거래되는 활기찬 시장이다.
▲ 스플리트 생선시장. 농어, 아귀, 오징어, 새우 등이 거래되는 활기찬 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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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아침의 시장에는 활기가 넘치고 있었다. 어느나라에 가더라도 삶을 느끼게 해주는 것은 시장이고, 언제나 시장은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리고 활기찬 분위기의 시장 내에서는 비릿한 생선 냄새가 진동을 했다.

시장에는 눈에 익은 듯한 생선도 있지만 평생 처음 보는 생선들도 한 자리를 잡고 있다. 꽁꽁 얼어있는 생선을 파는 게 아니라,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생선들이 싱싱해 보였다. 농어, 아귀와 함께 작은 생선들도 가지런히 진열되어 팔리고 있었다. 새우도 우리나라 새우에 비해 길쭉하고 투명한 분홍색이 부드러워 보였다.
 
새우가게. 스플리트의 새우는 길쭉하고 투명한 분홍색을 띄고 있다.
▲ 새우가게. 스플리트의 새우는 길쭉하고 투명한 분홍색을 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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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한 구석에서는 유일하게 생물 생선이 아닌 것이 팔리고 있었다. 투명한 유리병 안에 작은 생선들이 가득 들어있어서 마치 큰 생선조림같이 보였다. 나는 영어가 잘 통하지 않는 아주머니에게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이게 무엇이냐고 물어보았다.
 
엔초비 가게. 짭조름한 엔초비는 피자와 샐러드에 들어가는 유명한 젓갈이다.
▲ 엔초비 가게. 짭조름한 엔초비는 피자와 샐러드에 들어가는 유명한 젓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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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엔초비에요. 엔초비."
"아, 엔초비! 이탈리아에서 피자 위에 올려져 있어 우리를 놀라게 했던 그 엔초비네. 이 짭조롬한 엔초비는 어느 음식과 같이 먹는 거지요?"
"피자, 샐러드, 레몬."


서로 말은 잘 안 통하지만 이 아주머니는 이 엔초비가 피자, 샐러드, 레몬에 들어간다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엔초비가 가득 담긴 작은 이 유리병도 잘 팔려나가는 인기 품목인 듯 현지 주민들에 의해 계속 팔려나가고 있었다.
 
오징어 가게. 오징어는 머리가 길쭉하고 몸체는 흐물흐물하게 생겼다.
▲ 오징어 가게. 오징어는 머리가 길쭉하고 몸체는 흐물흐물하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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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장에서는 역시 아드리아 해에서 잡힌 오징어도 팔리고 있었다. 스플리트의 식당마다 해산물 요리에는 오징어가 많이 들어 있는데, 대표 어종답게 가장 잘 팔리고 있었다. 스플리트의 오징어는 탱탱하지 않고 마치 젤리같이 흐물흐물하게 생겼다. 오징어 머리 부분도 길쭉하게 생긴게 오징어마저도 참 이국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바다를 마주하고 있는 스플리트는 활달한 생선시장만큼이나 생선요리의 풍미가 있기로 유명하다. 농어, 오징어, 문어, 새우 등 다양한 해산물이 들어간 요리를 인근 두브로브니크보다 더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

나는 아내와 함께 바닷가를 마주 보고 있는 리바 대로를 산책하다가 가장 많은 손님들이 앉아 있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리바대로의 주소가 이름에 들어가있는 브라세리 온 세븐(Brasserie on 7)이라는 식당이었다.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식당에는 아드리아 해의 밝은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농어구이 요리. 생선 비린내가 전혀 나지 않는 농어는 맛이 담백하다.
▲ 농어구이 요리. 생선 비린내가 전혀 나지 않는 농어는 맛이 담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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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스플리트가 있는 아드리아해 인근 도시들의 전통요리, 농어(sea bass) 구이 요리를 주문했다. 농어는 덩치 큰 크로아티아 사람들만큼이나 크고 살이 두툼하게 올라 있었다. 허브와 함께 구운 농어는 생선 비린내가 전혀 나지 않았다. 농어 아래에는 감자가 들어간 부드러운 무스가 잔뜩 깔려 있었다.

농어의 맛은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하기만 하다. 농어요리는 양도 많아서 농어 하나만 먹어도 속이 든든해졌다. 두브로브니크에서도 그렇고 크로아티아를 여행하며 생선요리를 주문하면 실패하는 법이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끼는 순간이다.

스플리트 구시가를 답사한 아내와 나는 숙소에서 잠시 쉬다가 늦은 오후에 또 한번 해산물 요리 식당을 찾아 보았다. 나와 아내는 인터넷 세계에 남겨진 댓글보다는 여행하는 당일에 가장 많은 손님들이 모여있는 식당에 들어가 보기로 했다. 우리가 찾아간 곳은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 서문 앞에 자리잡은 작은 식당 베파(Bepa)였다.
 
문어 샐러드. 올리브가 잔뜩 뿌려진 문어의 맛이 신선하기만 하다.
▲ 문어 샐러드. 올리브가 잔뜩 뿌려진 문어의 맛이 신선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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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동안 맛보지 못했던, 크로아티아에서 인기있는 문어 샐러드를 주문했다. 주문 후 바로 나온 문어 샐러드 위에는 올리브 열매와 올리브 오일이 잔뜩 뿌려져 있었다. 문어는 아주 쫄깃하고 탱탱했다. 특별한 맛이라기 보다는 해산물의 신선함이 느껴지는 맛이었다. 나는 이 감칠맛 나는 문어 샐러드를 바닥까지 싹싹 발라서 먹었다.

스플리트의 구시청 광장에는 조명등 불빛이 하나둘 켜지고 있었다. 스플리트 구시가의 한복판에서, 행복한 마음으로 커피를 마셨다. 스플리트의 건강한 에너지가 몸 안으로 들어오는 것 같았다. 나는 스플리트의 야경을 보면서 한없이 풀어졌다. 왠지 내가 앉아 있는 구시가의 광장은 현실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에만 기사를 올리고 있습니다. 앞으로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체코, 슬로바키아 여행기를 게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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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와 외국을 여행하면서 생기는 한 지역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지식을 공유하고자 하며, 한 지역에 나타난 사회/문화 현상의 이면을 파헤쳐보고자 기자회원으로 가입합니다. 저는 세계 50개국의 문화유산을 답사하였고, '우리는 지금 베트남/캄보디아/라오스로 간다(민서출판사)'를 출간하였으며, 근무 중인 회사의 사보에 10년 동안 세계기행을 연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