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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흥 거금도 용두봉에서. 앞서가는 산꾼들의 모습이 마치 섬들이 꿈꾸듯 누워 있는 바다와 어우러져 그림 같은 풍경이 되었다.
  고흥 거금도 용두봉에서. 앞서가는 산꾼들의 모습이 마치 섬들이 꿈꾸듯 누워 있는 바다와 어우러져 그림 같은 풍경이 되었다.
ⓒ 김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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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조로운 일상이 주는 우울함을 털고 봄을 맞이하는 설렘과 떨림으로 산을 찾고 싶었다. 더욱이 섬으로 떠나는 산행은 뭍에 사는 내게는 늘 낭만으로 와닿아 왠지 선물을 받는 기분마저 든다.

지난 7일 나는 새송죽산악회 회원들과 함께 고흥 거금도 적대봉(592m)과 용두봉(418.6m) 산행, 그리고 연홍도 나들이를 나섰다. 오전 8시 창원 마산역서 출발한 우리 일행이 소록도에서 이어지는 거금대교를 건너서 거금도 동정마을(전남 고흥군 금산면) 어귀에 도착한 시간은 10시 40분께. 양파밭과 마늘밭을 지나며 몇몇 회원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면서 20분 정도 걸어가자 산길 초입이 나왔다.
 
     거금도 적대봉에서. 시야가 꽤 흐려 아쉬웠으나 아스라이 거금대교가 보인다.
  거금도 적대봉에서. 시야가 꽤 흐려 아쉬웠으나 아스라이 거금대교가 보인다.
ⓒ 김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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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대봉 정상으로 오르며. 거친 돌들이 깔려 있으나 햇빛 부스러기 곱게 내려앉은 정겨운 길이었다.
  적대봉 정상으로 오르며. 거친 돌들이 깔려 있으나 햇빛 부스러기 곱게 내려앉은 정겨운 길이었다.
ⓒ 김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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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오르막이다. 오르막길은 항상 힘든 것 같다. 봄이 왔건만 여전히 속살을 드러내고 있는 나무들을 여기저기에 볼 수 있었다. 그럼에도 이날 봄볕이 따스해서 그럴까, 황량하기보다 아름답다는 느낌을 받았다. 햇빛이 눈부시게 부서져 내리는 산길도, 양지 바른 곳에 자리잡은 마을 경치도 그저 정겨웠다.

바다 쪽으로 눈길이 갈 때마다 아스라이 거금대교가 보였으나 미세 먼지 탓인지 시야가 꽤 흐려 아쉽기만 했다. 지난 2011년 12월에 개통된 거금대교는 우리나라 최초의 복층 구조로 위층은 차도이고 아래층은 자전거와 보행자 전용으로 건설되었다 하니 신기하다.
 
      적대봉 정상에서. 뒤로 봉수대가 보인다.
  적대봉 정상에서. 뒤로 봉수대가 보인다.
ⓒ 김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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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2시 10분쯤 적대봉 정상에 이르렀다. 봉수대 안팎으로 정상 표지석이 두 개 세워져 있다. 봉수대에서 올라온 길을 바라다보니 이쁘기 그지없었다. 15분가량 걸어가 마당목재에 도착했다. 점심을 막 끝냈거나 한창 점심을 하고 있는 일행들을 만나니 반가웠다. 적대봉에서 하산해 곧장 용두봉도 오를 작정이라서 급하게 도시락을 먹고 하산을 서둘렀다.

마당목재에서 적대봉 하산 지점인 파성재까지 거리는 1.6km. 1시 10분께 되어 파성재에 내려와서는 지루한 포장도로 따라 송광전망대를 거쳐 30분 남짓 계속 걸어야 했다. 흙길이 아니라서 그런지 매우 지치게 하는 길이었는데, 절집 송광암에 이르러서야 용두봉으로 오르는 산길에 접어들 수 있었다.

아름다운 경치에 바위 타는 재미도 쏠쏠한 용두봉으로
 
     고흥 거금도 용두봉에서 바라본 바다 풍경. 신발 두 짝처럼 바다에 떠 있는 두 개의 섬 모습이 참 예쁘디예쁘다.
  고흥 거금도 용두봉에서 바라본 바다 풍경. 신발 두 짝처럼 바다에 떠 있는 두 개의 섬 모습이 참 예쁘디예쁘다.
ⓒ 김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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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안 가 앙증맞은 노루귀꽃을 발견하고서 피로를 잊은 채 그 소박한 아름다움에 잠시나마 빠져들었다. 시야도 훨씬 나아져 거금대교의 멋스러운 자태가 눈에 들어왔다. 몸이 많이 지쳐 발소리가 둔탁해져 가고 걷기도 힘겨웠다. 그렇게 30분 남짓 걸었을까, 용두봉 정상에 올랐다. 일행들과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조금 쉬다가 연홍도 승선 시간에 맞추기 위해 서둘러 하산을 시작했다.

몸이 지칠 대로 지쳐 힘들기도 했지만 용두봉 하산길은 경치가 몹시 아름다웠고 규모는 작아도 바위 타는 재미가 쏠쏠했다. 노루귀에 이어 봄소식을 전해주는 듯 꽃을 피운 산자고와 현호색도 보는 즐거움이 있었고, 마치 신발 두 짝처럼 바다에 이쁘게 떠 있던 두 개의 섬은 지금도 잊히지 않을 만큼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거친 산길을 앞서 내려가는 산꾼들의 모습 또한 섬들이 꿈꾸듯 누워 있는 바다와 어우러져 그림 같은 풍경이 되어 주었다.
 
     거금도 용두봉에서 바라다본 거금대교.
  거금도 용두봉에서 바라다본 거금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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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소식을 전해주는 듯 꽃을 피운 노루귀(왼쪽)와 현호색(오른쪽).
  봄소식을 전해주는 듯 꽃을 피운 노루귀(왼쪽)와 현호색(오른쪽).
ⓒ 김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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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치기 왕'으로 불리며 세계적인 프로레슬러였던 김일을 기념하는 체육관 쪽으로 하산했다. 영원한 챔피언 김일의 고향이 거금도이다. 프로레슬링이 최고 인기종목이었던 당시 김일 선수의 통쾌한 박치기 한 방에 온 국민이 환호성을 질렀던 옛날이 문득 떠오른다.

지붕 없는 미술관, 연홍도서 소소한 행복을 즐기다
 
     연홍도 방파제 위에 설치되어 있는 멋진 조형물들이 우리들의 눈길을 끌었다.
  연홍도 방파제 위에 설치되어 있는 멋진 조형물들이 우리들의 눈길을 끌었다.
ⓒ 김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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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거금도에서 0.6km 떨어져 있는 연홍도(전남 고흥군 금산면)를 향해 배를 탔다. 뱃길로 불과 2~3분 정도 거리라서 흡사 섬 속의 섬으로 들어가는 느낌이다. 배에서 내리면 마을 입구 방파제 위에 설치된 하얀색 대형 뿔소라, 그 옆으로 자전거 타고 바람개비 돌리고 굴렁쇠 굴리는 아이와 신나게 뛰어가는 강아지들을 형상화한 빨간색 조형물이 눈길을 끈다.

연홍도를 '지붕 없는 미술관'이라 부르는 말에 절로 고개를 끄떡이게 되는 게 눈에 보이는 것마다 다 예술 작품이기 때문인 것 같다. 담벼락만 해도 단순히 벽화만 그려져 있는 게 아니라 군데군데 미술 조형물들로 독특하게 꾸며 놓았다. 그래서 골목길을 걸으며 소소한 행복을 더욱 즐길 수 있었다.
 
     연홍미술관에서. 고양이의 한가로움이 참 평화스러웠다.
  연홍미술관에서. 고양이의 한가로움이 참 평화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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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홍도 주민들의 소중한 추억을 담은 타일 벽화, '연홍사진박물관.'
  연홍도 주민들의 소중한 추억을 담은 타일 벽화, "연홍사진박물관."
ⓒ 김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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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를 개조했다는 연홍미술관으로 가는 길에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가로등을 보게 되는데 거기에 곤충 모양의 스피커가 달려 있어 재미있었다. 미술관 마당에서 햇볕을 즐기고 있던 고양이의 한가로움도 참 평화스러웠고, 바로 앞바다에 물고기 모양의 대형 조형물을 설치한 아이디어 역시 아주 신선하게 느껴졌다.

가장 내 시선을 끌었던 것은 섬 주민들의 소중한 추억들을 타일 벽화로 고스란히 담은 '연홍사진박물관'이란 작품이었다. 정말이지, 기쁘고 찬란한 그들 삶의 순간을 마음으로 바라보게 되는 사진들이었다. 나는 연홍도에서 한가한 시간을 즐기고 싶었다. 그래서 하나라도 더 보려는 욕심을 버리고 그냥 발 가는 대로 걷다가 마음 가는 대로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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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3.1~ 1979.2.27 경남매일신문사 근무 1979.4.16~ 2014. 8.31 중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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