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4일은 사랑하는 연인에게 사탕을 선물하는 화이트데이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야구팬들은 13년 전 오늘, 한국 야구사를 새로 쓴 2006 WBC 미국과의 경기가 먼저 떠오르지 않을까.
 
 2006 WBC 대한민국 대표팀 사령탑 김인식 감독

2006 WBC 대한민국 대표팀 사령탑 김인식 감독 ⓒ 한화 이글스


켄 그리피 주니어, 알렉스 로드리게스, 데릭 지터... 2006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이하 WBC) 한국 대표팀의 선수들에게조차 동경의 대상이었던 세계적인 스타플레이어들을 상대해야만 했다. 사실상 당시 대표팀 감독인 김인식 감독도 미국전을 포기하고 2라운드 마지막 상대인 일본전에 집중하여 4강 진출을 위한 전략을 구상했다. 전 세계 야구인들은 물론, 우리나라 국민들도 미국전에 큰 기대를 걸고 있지 않았다.

그러한 상황이 선수들의 부담을 덜어주었던 것일까. 야구팬들의 손에 땀이 쥐어지기 시작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온 국민의 마음 속에서 '희망'이 자라기 시작했다. 1회말 '국민 타자' 이승엽이 미국 대표팀 에이스 돈트렐 윌리스(2005년 22승)를 상대로 솔로 홈런을 때려냈다. 특히나 2005년 좌타자에 단 하나의 피홈런만을 허용했을 정도로 좌타자에게 막강한 그 투수를 상대로 말이다. 또한 WBC 4경기 연속 홈런이었다.

이 홈런 하나로 전세가 역전되었다. 기대와 희망을 품은 대한민국 대표팀, 반면에 예상치 못한 반격에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한 미국 대표팀이었다. 이후 윌리스는 볼넷과 연속 안타를 내주며 1점을 더 헌납했다.

4회에는 더욱 극적인 상황이 연출되었다. 3-1로 앞서던 4회말 2사 2루, 이승엽이 타석에 들어서자 미국 벤치는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고의사구를 택한 것이다. 지난 2003년 메이저리그 진출을 추진했지만, 차가운 냉대에 일본으로 고개를 돌려야 했던 이승엽이었다.

대한민국 벤치도 맞불을 놓기 시작했다. 김태균을 빼고 WBC에서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던 최희섭을 대타로 기용했다. 김인식 감독의 특유의 장기인 '믿음'을 선택한 것이다. 그리고 그 '믿음'은 6-1로 달아나는 홈런으로 또 한 번 빛을 발했다.

내로라하는 월드클래스의 야수들이 3개의 실책을 기록하고, 투수들은 7점을 빼앗기는 등 미국은 경기 내내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런 미국을 상대로 이승엽과 최희섭만이 활약한 것은 아니다. 부상 당한 김종국을 대신해 2루수로 나선 김민재의 활약도 있었다. 무려 3개의 안타를 몰아쳤고, 송지만과 이범호 등도 필요할 때마다 중요한 한 방을 때려내주며 7-3 승리에 힘을 보탰다.

당시 대표팀 2루수였던 김종국은 "훈련이 끝나고도 미국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기 위해 아무도 라커룸에 들어가지 않았다. 데릭 지터의 타격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도대체 타구가 내야 벗어나는 것을 못봤다. 저렇게 치면서 어떻게 메이저리그서 버티나 싶을 정도였다. 나중에 알고보니 독특한 스윙 궤적을 유지하기 위해 일부러 그렇게 치는 것이었다"는 말로 신기함과 미국을 이긴 것이 믿기지 않는다는 심경을 전했다.

오는 11월, 대한민국 대표팀은 '디펜딩 챔피언'이라는 이름으로 프리미어12에 나선다. 이번 2019 프리미어12는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중요한 대회이다. 아쉽게 올림픽 종목 중 야구가 세계적인 관심을 받지는 못해 2024 파리 올림픽에서는 종목으로 채택되지 않을 예정이다.

하지만 2008 베이징 올림픽 이후 12년 만에 부활한 올림픽 야구이기에, 또 하나의 역사를 쓰기 위해서 첫 발걸음인 프리미어12가 중요하다. 한국 야구는 다시 한 번 세계를 향해 도전장을 내밀었다. 과연, 2006 WBC 미국전과 같은 영광의 기억을 또 하나 새길 수 있을지 기대와 걱정이 함께한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덧붙이는 글 청춘스포츠 9기 유형준
야구 WBC 2006 프리미어12 이승엽
댓글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