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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말 태안화력 청년 비정규 노동자 김용균의 죽음 이후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이 가까스로 통과됐다. 이에 따른 하위법령 개정안이 곧 행정부로부터 제출될 것으로 보인다. 

개정법이 실제로 노동자 안전과 건강을 제대로 지키게 하기 위해, 하위 법령 개정 과정에 주목해야 한다. 법의 보호 대상 확대와 원청 책임 강화라는 법의 개정 취지가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으로 발목 잡히지 않도록 하고, 지난 수년간 행정규칙 개정의 필요성이 제기됐던 사안을 추가로 개정시켜야 한다. 

방대한 법 내용 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주제에 대해 다섯번에 걸쳐 기획 기사를 싣는다. <기자말>



 "...활자는 반짝거리면서 하늘아래에서
  간간이
  자유를 말하는데,
  나의 영은 죽어있는 것이 아니냐"

  - 사령(死靈), 김수영


작업중지권, 다섯 글자는 법전 속에서만큼은 반짝거린다. 노동자도 존엄한 인간이고 안전할 권리가 있으니, 위험한 일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는 말이다. 듣기 좋은 말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작업중지권 행사로 인한 징계나 업무방해죄 처벌을 받을 위험이 있어 사용이 쉽지 않다. 힘이 센 노조가 있어도 법적 책임의 칼날을 피해가기 어렵다. 노동자는 눈이 오고 비가 와도 '근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작업을 중지하는 것은 파업과 마찬가지로 불온하게 여겨진다.

법전에서만 반짝거리는 작업중지권

활자와는 달리 아직은 근로자가 작업중지권을 행사하기 어려우니 행정청의 처분에 기댈 수밖에 없다. 행정청의 처분은 구체적으로 1) 개정 산업안전보건법 제53조에서 정하는 사전적인 시정조치와 2) 개정법 제55조에서 정하는 중대재해 발생시 작업중지 조치로 구분된다.  

먼저 사전적인 시정조치를 살펴보면, 행정청은 사업주가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아니'하여 근로자에게 현저한 유해․위험이 초래될 우려가 있을 때 사용중지․대체․제거 또는 시설의 개선이나 '그 밖에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다고 정한다. 이와 관련하여 어떠한 경우에 시정조치가 내려지는지, 그리고 시정조치의 내용으로 무엇이 정해지는지에 관하여 하위법령의 구체화가 필요하다. 

논의의 중심은 중대재해 발생 시 작업중지 조치와 관련된 것이다. 태안화력 고 김용균 님의 투쟁에서 문제된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아들과 똑같은 조건에서 작업하는 다른 장소도 작업이 중지되고 개선조치가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 용균이 엄마 김미숙 님의 외침이었다. 중대재해가 발생했음에도 작업중지 조치 명령이 내려지지 않거나, 혹은 작업이 중지되더라도 뚜렷한 개선 없이 작업재개를 요구받기 때문이다. 

 
 2015년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현장 순회 후 발부한 작업중지 스티커
 2015년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현장 순회 후 발부한 작업중지 스티커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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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법은 행정청의 작업중지 조치가 명령된 이후에 사업주가 해제를 요청하는 절차와 방법, 심의위원회의 구성과 운영 등은 고용노동부장관이 정하도록 되어 있다. 이에 관해서 현행법상 하위법령인 중대재해 등 발생 시 작업중지 명령․해제 운영기준(이하 '현행 기준')은 사업주가 노동청의 허가를 얻어 점검 및 개선작업을 하고, 노동청이 노동자 인터뷰 등 확인을 한 이후에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작업중지 해제가 결정된다고 규정한다.

현행 기준에서는 노동자 인터뷰를 함에 있어서 단순히 근로자 과반수의 의견만을 청취하도록 되어 있는데, 개정법의 하위법령에서는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의 의견, 특히 복수노조가 있는 경우에는 소수 노동조합의 의견도 고르게 청취하는 절차가 도입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심의위원회 구성에 있어 현행 기준은 (지)청장, 산재예방지도과장, 담당감독관, 안전보건공단 팀장급 이상 직원 및 외부전문가 1인의 전원합의로 결정하게 되어 있다. 전원합의는 개정법 하위규정에서도 존속해야 한다. 추가적으로 위원의 구성에 있어서는 외부전문가를 2인으로 증원하고, 그 중 1인은 반드시 노동조합이 추천하는 인사로 지정되어야 한다. 복수노조 사업장인 경우 노동조합간 성실한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점이 명문화되어야 한다. 

하지만 노조조직률이 10%미만인 현실이므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이러한 경우라면 결국에는 해당사업장의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의 의견을 들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개정법 하위규정은 근로자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를 선출할 때에는 사용자의 개입이 없는 상태에서 회의 방식에 의하여 근로자들의 자유로운 토의를 반드시 거치도록 해야 한다. 주된 취지는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의사결정이 작업중지 해제에 있어서 무겁게 반영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사고난 곳과 '동일한' 작업만 중지시킨다는 개정법

한편 어떤 경우에 작업중지 조치가 가능한지에 관하여, 개정법은 중대재해가 발생한 해당 작업, 그리고 해당 작업과 '동일한' 작업에 작업중지 조치를 명할 수 있다고 정한다. 그런데 현행 기준에서는 중대재해뿐만 아니라 사회적 물의를 야기하였거나 또는 행정청의 필요에 의해서도 작업중지가 가능하다.

고용노동부도 2016년 부천지역 휴대폰 부품제조업체에서 4명의 실명사례가 보고되었을 때 즉시 전면 작업중지명령이 가능했던 것이 바로 중대재해인 경우로만 국한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현행 기준에서는 중대재해가 발생한 작업과 '동일한' 작업뿐만 아니라 '유사한' 작업에 관해서도 작업중지 조치가 가능하다.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해당 사업장의 안전관리 수준이 의심되기 때문에 비교적 폭넓게 작업중지의 범위를 인정한 셈이다. 그러나 개정법에서는 오히려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그 경우에도 해당 작업 및 해당 작업과 '동일한' 작업으로만 작업중지 조치의 범위를 정하여 현행법과 현행기준보다도 오히려 후퇴하였다. 

이를 의식한 듯이 고용노동부의 시행령(안)에서는 '동일한 작업'의 범위를 '동일 또는 유사한 작업을 말한다'고 정하고 있다. 그러나 법률에서 '동일'이라고 정하였음에도 시행령에서 '동일 또는 유사'라고 정하는 것은 체계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을 우려가 있다. 향후에 법개정을 통해서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뿐만 아니라 발생 우려가 있는 경우에도, 그리고 해당 작업과 동일한 작업뿐만 아니라 유사한 작업도 작업중지의 대상으로 법률에 명시가 되어야 한다.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의 보루인 작업중지권, 앞으로는 작업중지권 그 자체에 관한 활발한 ‘말’이 있어야 한다.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의 보루인 작업중지권, 앞으로는 작업중지권 그 자체에 관한 활발한 ‘말’이 있어야 한다.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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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으로, 개정법에서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한 군데는 확실히 좋아졌다는 점이다. 구법에서는 작업중지권의 행사요건을 "믿을만한 합리적인 이유"라고만 규정되어 있어서, 누구의 관점에서 믿을만한 이유가 있냐는 점이 논란거리였다.

개정법에서는 "근로자가 믿을만한 합리적인 이유"라고 명시함으로써, 해당 근로자가 권리행사 당시에 알았던 사정만으로 작업중지권의 정당성이 평가받을 수 있게 되었다. 향후에는 하위법령이나 고용노동부장관의 지침을 통하여, 어떠한 경우에 작업중지권을 행사하는 것이 합리적인지가 더 설명되어야만 안심하고 작업중지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개정법상 작업중지권의 하위법령에 포함되어야 할 내용을 간략히 살펴보았다. 그런데도 가슴 속은 공허하다. 활자 속의 작업중지권은 여전히 빛난다. 법전 속에서 빛나는 권리가 현실에서도 노동자의 빛이 되려면 작업중지권 자체에 관한 논의가 보다 활발해져야 한다. 작업중지권의 행사요건이 무엇인지, 어떠한 절차를 거쳐야 징계책임이나 민형사 책임으로부터 면책되는지에 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

행정청의 사후적인 작업중지 조치 명령뿐만 아니라, 노동자의 사전적인 작업중지권에 관한 활발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 감정노동자가 폭언을 들었을 때 고객에게 경고조치를 하고 전화를 끊고 사장에게 일정기간 휴식시간을 요청할 수 있어야 하고, 생산라인이 고장났을 때 노동자의 관점에서 합리적인 수준의 안전조치가 세워지기 전까지 일을 거부할 수 있어야 하고, 1주일에 주야맞교대로 하루 12시간씩 6일을 일하더라도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작업중지권이다. 앞으로는 작업중지권 그 자체에 관한 활발한 '말'이 있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손익찬님은 변호사로 공동법률사무소 일과사람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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