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조용한 사무실 책상 위 휴대폰의 진동음이 더욱 크다. 액정화면에 떠오른 전화번호를 보니 낯설다. 받을까 말까 망설이다 "여보세요~?" 수화기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여기 ㅇㅇㅇㅇ병원인데요, 박아무개 님 보호자 되시죠?"라고 한다. 불안함이 엄습한 물음이다. 병원에서 좋은 일로 전화가 올린 없을 터다. 혹시? 엄마께서 안 좋은 일이라도 생긴 걸까? 불길한 예감이 뇌리를 스친다.

'네~그렇습니다'라는 대답이 끝나기가 무섭게 엄마의 상태부터 말한다 "환자분께서 배에 가스가 찬 상태로 보이며 구토 증세가 심한데 이와 연관이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했다. 따라서 "복부 CT 촬영 등 추가 검사를 실시해보려고 한다"라는 보호자 허락을 받는 병원의 전화였다. 하셔도 된다는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끓었지만 불길한 예감은 왜 틀리지도 않는지 엄마 걱정이 앞섰다.

그럴 것이 엄마는 지금 모 대학병원에 입원 치료 중이다. 10여년 전 뇌경색으로 갑자기 쓰러지신 엄마는 꾸준한 재활 과정을 거쳤다.그렇지만 한번 손상된 뇌세포는 좀처럼 좋아질 리 없었다. 여기에 "70대 중반이라는 적지 않는 나이에 찾아온 뇌경색은 회복 속도도 더디다"라고 했다. 설상가상으로 치료 중 뇌경색이 재발되어 회복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에 이르렀고, 결국 요양병원에서 기본적 치료만 해 온 상태였다.

이런 엄마가 지난 2월 28일 오후 갑자기 구토 증세를 보이셨다. 이후 체온도 38.5도까지 올라가고 혈압과 산소 포화도가 동반 하락하는 등 증세가 급속도로 악화되어 "큰 병원으로 모시고 가지 않으면 안 된다"라는 요양병원 측의 연락을 받았다. 바로 지금 입원한 병원 응급실로 가 혈압을 강화시키는 약을 투여하는 등의 응급조치를 통해 그날 저녁 중환자실로 이송된 엄마다.
 
 앞에서 두 번째,수년째 병원에 누워 계신 우리 엄마
 앞에서 두 번째,수년째 병원에 누워 계신 우리 엄마
ⓒ 신부범

관련사진보기

 
그리고 중환자실에서 혈액 세균 배양 검사 결과 요로의 세균 감염에 따른 패혈증 진단으로 항생제가 투여됐고, 다행히 상태가 호전되어 일반 병실로 옮겨 치료 중이다. 하지만 지금 엄마 곁에는 자식들이 아닌 낯선 사람이 지키고 있다. 돌이켜 보면 엄마는 4남 3녀의 자식들을 키우느라 고생도 많이 하셨다. 그런 엄마에게 정작 필요할 때 남의 손에 맡기는 자식들인 것만 같아 죄송하기만 하다.

엄마에게 죄송한 것은 비단 이뿐만 아니다. 어느 날부턴가 엄마를 돌봐 주는 일도 자식들이 아닌 남의 사람들이다. 거동이 완전히 불가한 엄마의 뒷수발과 약을 챙겨 드리는 것도 간병인분들이다. 체온혈압 등 엄마 건강 상태를 수시로 체크하는 것도 간호사분들이다. 하나에서 열까지 남의 손에 맡겨두면서 가끔씩 면회나 다녀오는 자식들은 엄마에게 있어 더 이상 자식들이 아닌 것이다.

엄마의 뇌경색 발병 초창기만 해도 자식들 이렇지 않았다. 엄마가 "살아만 계셨음에 고맙다"라는 마음이었다. 돌아가면서 엄마 간병에 최선을 다했다. 매주 주말이면 빠지지 않고 엄마 곁으로 달려간 자식들이기도 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엄마의 간병을 남의 손에 맡기게 되었고,엄마를 찾아뵙는 횟수도 줄어만 갔다. 옛말에 "긴병에 효자 없다"라는 말, 우리 자식들에게도 비켜가지 못해 엄마에게 죄송하기만 하다.

모르긴 몰라도 엄마를 간병하는데 자식들도 힘들어 했을것이다. 가면 갈수록 신체의 모든 기능이 저하된 엄마, 툭하면 상태가 안 좋아 종합병원 응급실 이송, 입원치료 회복, 다시 요양병원의 악순환의 횟수가 잦아진 엄마를 손수 간병하기란 쉽지 않았다. 이를 아는 주위 사람들은 "엄마에게 그 정도면 했으면 됐다"며 자책하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경위가 어찌 됐든 엄마를 끝까지 책임지지 못한 건 우리 자식들이다. 결국 긴병에 효자 못된 자식들이기에 그저 "엄마에게 죄송하다"라는 말 밖에 할 수 없다. 엄마, 엄마가 그토록 고생해서 키운 자식들인데...

"긴병에 효자 못된 자식들이 되고 말았네요, 죄송하고 또 죄송해요."

이번 주말 알듯 모를 듯 멍하니 우리 자식들 얼굴만 쳐다보곤 하셨던 엄마 귀에 대고 이렇게  말하고 싶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브런치에도 실렸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