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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말 태안화력 청년 비정규 노동자 김용균의 죽음 이후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이 가까스로 통과됐다. 이에 따른 하위법령 개정안이 곧 행정부로부터 제출될 것으로 보인다. 개정법이 실제로 노동자 안전과 건강을 제대로 지키게 하기 위해, 하위 법령 개정 과정에 주목해야 한다.

법의 보호 대상 확대와 원청 책임 강화라는 법의 개정 취지가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으로 발목 잡히지 않도록 하고, 지난 수년간 행정규칙 개정의 필요성이 제기됐던 사안을 추가로 개정시켜야 한다. 방대한 법 내용 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주제에 대해 다섯번에 걸쳐 기획 기사를 싣는다. [기자말]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지칭되는 유사노동자에 대한 노동자성 논의는 IMF 이후, 노동시장 유연화에 따른 비정규노동이 일반화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노동부는 2000년 10월 '비정형근로 보호대책'을 마련했고, 논의는 노사정위로 넘어갔으나, 산재보험 적용확대, 노동3권의 인정여부 등에 있어 경영계의 반발로 장기간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았다.

2007년경에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까지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보호방안에 대한 의견표명을 하기에 이르렀고, 2008년 정부는 레미콘 기사, 학습지교사, 골프장 경기보조원, 보험설계사 4개 직군에 한해 산재보험 가입이 가능하도록 입법조치를 하였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사회보험법제의 부분 개정을 통해, 또는 법해석론적 방법을 통해 유사노동자를 노동관계법 적용범위 내로 포섭하는 시도는 다양화 되어 왔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종의 특고노동자만 보호?

다만, 유사노동자의 보호와 관련된 법제는 주로 사고의 사후적 처리와 관련하여 정비되어 왔다. 실제 개별법상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정의규정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최초로 반영되었다. 노동자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종속적 관계에서 노무를 제공함에도, 통념적 노동자성이 인정되지 않아 법의 보호대상에서 배제된 자를 이른바 유사노동자로 분류, 별도의 법적 보호를 시도하였으며, 그로인해 산재보험법 영역에서나마 이들의 선별적 보호가 가능하게 되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그 입법목적이 생명권과 건강권 보호에 있는 만큼, 인적 보호기준이 확대될 필요성이 크지만 현행 산안법은 산재법과 달리 유사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담보하지는 못해왔다. 그러니 전면개정 산업안전보건법 제4절에 '그 밖의 고용형태에서의 산업재해 예방'이 새로이 도입된 점은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여전히 아쉬운 점이 많다. 

제77조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경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종에 종사하는 자로 그 적용범위를 한정함에 따라, 해석론적 방법으로 유사노동자에 확대 적용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할 우려가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그 입법 목적이 재해의 예방에 있으므로 사후적 보상을 목적으로 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선별적 규정형식과는 차별화 될 필요가 있다. 

게다가 77조 제3항에서 "정부는 제1항에 다른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안전과 보건의 유지·증진에 사용하는 비용의 일부 또는 전부를 지원할 수 있다"라고 하여 사업주의 비용부담을 완화하는 조항까지 마련한 만큼, 판례가 인정하는 사용종속성의 판단기준인 인격적·경제적 종속성에 대한 표지만을 법률에 규정하여도 무방할 것으로 보인다. 

직종을 제한할 경우 간병인, 미용사, 방송작가, 장례도우미, 관광통역사, 기타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다양한 형태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를 산안법의 보호대상으로 포섭하기 어렵고, 다수의 유사노동자가 또 다시 안전의 사각지대로 밀려날 우려가 크다.
 
편의점 본사에 알바노동자 노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알바노조 기자회견
 편의점 본사에 알바노동자 노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알바노조 기자회견
ⓒ 알바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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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노동자에게도 작업중지권을 허하라

제78조 배달종사자에 대한 안전보건조치 규정은 입법에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위험한 업무인 배달노동이 배달대행업체로 외주화 되고, 배달대행업체는 다시 배달노동자들에게 위험을 외주화 하였다. 일반 노동자의 평균재해율을 훨씬 상회하는 산업재해가 주로 교통사고 형태로 나타났겠지만, 표면화된 계약형태가 도급이나 위탁이다 보니 배달 중 사고가 일어나더라도 산재발생 통계에조차 잡히지 않았을 것이다.

배달노동의 경우 위험성이 큰 만큼 안전 및 보건조치의 내용이 하위법령에서 상당부분 구체화될 필요가 있다. 즉, 노무제공이 대부분 옥외, 주로 도로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혹서기와 혹한기의 재해예방조치, 미세먼지와 디젤연소물질 등 도로상 유해물질의 흡입을 방지할 장비의 제공, 이륜차의 운전에 따른 근골격계 질환의 예방조치, 고객을 직접 대면하는 경우 감정노동에 따른 직무스트레스 예방조치 등 전면개정법 제38조 내지 제39조에 규정된 정도의 안전보건조치가 제공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법체계상 조문을 어디에 배치할 것인지는 입법기술적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나, 작업중지권이 유사노동자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한다.

가맹본부는 도급사업주와 같은 의무를!

제79조 가맹본부의 산업재해 예방조치는 특히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가맹사업의 증가에 비례하여 가맹점의 수와 그에 소속된 노동자의 수가 증가함은 자명하다. 가맹본부는 가맹점 수의 확대에 따라 이른바 가맹비 수익과 원자재 또는 비품을 공급함으로써 얻는 마진으로 상당한 이윤을 창출하지만, 가맹본부와 노동자 사이에 고용계약이라는 매개가 없으므로 수익에 비례하는 만큼의 공·사법상 의무와 책임은 부담하지 않는다.

따라서 가맹본부가 가맹점의 안전에 대해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급사업주의 의무에 상응하는 수준의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 또한 가맹점 소속노동자가 안전보건 관련 고충이 존재할 경우 가맹본부에 신고할 수 있는 제도를 두어 가맹사업주가 소속노동자에게 적절한 안전보건조치를 이행하는지 관리감독 하게 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그래야만 가장 많은 이윤을 얻는 가맹본부에 간접적으로나마 공·사법상 최소한의 의무를 부담지울 수 있을 것이다.
 
태안화력 청년 비정규 노동자 김용균 사망 후 진상 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하는 시민들이 단식 농성에 참여하고 있다
 태안화력 청년 비정규 노동자 김용균 사망 후 진상 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하는 시민들이 단식 농성에 참여하고 있다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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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안전의 사회적 비용, 이윤을 얻는 자가 부담하도록

산안법 전부개정안이 나오자 경영계는 산업재해발생에 대한 모든 부담과 책임을 사업주에게만 떠넘기는 과도한 규제라고 하거나, 심지어 산업재해 없애자고 사업장을 다 문 닫게 할 셈이냐는 등의 선동을 펼치며, 마치 당장이라도 다수의 사업장이 망할 것처럼 호들갑이다.

만약 전부개정안 정도의 규제강화로 인해 실제로 폐업위기에 처하는 사업장이 있다면, 그 사업장은 애초에 사업을 시작하지 말았어야 한다. 안전보건조치 강화로 사업주가 입을 경제적 타격이 크다는 주장은, 완화된 규제로 인해 다치거나 사망하는 등, 유사노동자들이 그간 받아온 불이익이 그만큼 컸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기업의 도산위기에 정부가 공적자금 투입을 결정하면, 우리 대다수는 이윤을 사유화 하고 비용을 사회화 하는 현상에 대해 비판하고 분개한다. 전통적 고용계약관계가 사라지고 상당수의 노동이 도급 또는 위탁의 형태를 띠게 되면서, 이윤창출과 사회적 비용의 부담이 불일치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안전보건조치에 소요되는 비용 등 사업주가 마땅히 부담해야 할 비용이 유사노동자 개인의 부담으로 전가되었다.

나아가 이들의 사고나 질병에 따른 비용이 건강보험재정에서 지출되면서 결국 노동안전을 위한 사회적 비용을 우리 모두가 갹출하는 셈이 되었다. 이것이 바로 이윤이 사유화 되고, 비용이 사회화 되는 전형적인 모습이다. '그 밖의 고용형태에서의 산업재해 예방' 조항의 신설은 이윤의 사유화와 비용의 사회화를 완화하는 최소한의 장치가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조애진님은 법률사무소 '시대'에서 일하는 변호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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