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임효준(고양시청)이 세계선수권 우승을 이뤄내면서 한국 남자 쇼트트랙이 평창 이후 최고의 황금기를 맞았다. 특히 지난 2004년 이후 15년 만에 세계선수권 5개 종목을 모두 싹쓸이하면서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에도 한국 쇼트트랙의 전력은 더욱 강화된 모습이다.
 
임효준은 지난 10일(한국시간)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막을 내린 2019 국제빙상연맹(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500m를 제외한 전 종목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대회 4관왕에 오르며 종합 포인트 102점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임효준에 이어 황대헌(21·한국체대)이 종합 2위에 오르는 등 한국 남자 쇼트트랙은 정상을 굳건히 지켜냈다.
 
임효준, 어깨 부상에도 일궈낸 우승

임효준은 지난해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의 대회 첫 금메달을 따낸 주인공이었다. 당시 그는 뛰어난 실력을 갖췄지만 7번이나 수술대에 오르면서 번번이 국가대표로 발탁될 기회를 놓치는 불운에 시달렸다가 평창 올림픽 시즌에 태극마크를 달고 본격적인 상승 구도를 달리면서 결국 올림픽 챔피언에 올랐다.
 
임효준의 최대 장점은 단거리부터 장거리까지 모든 종목에 강한 올라운더 스케이터라는 점이다. 이미 평창에서도 보았듯이 그는 500m에서는 동메달 1500m에서 금메달을 차지했고 1000m 4위를 기록하는 등 전 종목에서 뚜렷하게 두각을 나타냈다. 여기에 순간 스피드가 상당히 빨라 어려운 상황에서 막판 추월 능력을 발휘해 내는 능력도 탁월하다.
 
올림픽 경험이 더해진 임효준은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한층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1000m 결승에서 선수가 무려 6명이나 되고 두 바퀴가 남은 상황에서 결국 금메달까지 차지하면서 황대헌을 제치고 역전 우승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당시 임효준은 모든 선수들이 한꺼번에 움직이면서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최대 장점인 빠른 스피드를 활용한 아웃코스로 추월을 이어갔다.
 
임효준은 이어 5000m 계주에서는 마지막 주자로서 500m에서 경쟁하고 있는 우 다징(중국)을 완벽하게 제압했다. 그는 2바퀴를 남긴 상황에서 인코스로 황대헌의 푸쉬를 받아 우 다징을 추월한 이후 안쪽 코스를 마크하고 달리면서 우 다징의 추격을 뿌리쳐 냈다. 이번 대회에서 임효준은 500m에서만 본선에 오르지 못했는데 그 아쉬움을 계주에서 확실히 풀어냈다.
  
 쇼트트랙 남자 대표팀의 임효준(자료사진)

쇼트트랙 남자 대표팀의 임효준(자료사진) ⓒ 연합뉴스

 
현재 그는 어깨 부상을 달고 있는 상황이다. 평창 동계올림픽 때 입은 어깨 부상이 올 시즌 월드컵을 치르면서 더욱 안 좋아진 것이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데 커다란 장애물을 만났지만 굴하지 않고 결국 생애 첫 세계선수권 우승을 이뤄냈기에 더욱 값졌다.
 
황대헌부터 박지원-홍경환까지 '인재 많다'

이번 시즌 남자 쇼트트랙은 그야말로 '최강의 전력'을 과시해왔다. 1500m 레이스가 두 번 열렸던 지난해 12월 월드컵 3차 대회에서 1500m 금은동 메달을 모두 싹쓸이해온 것을 시작해, 유럽 지역에서 열렸던 월드컵 5차와 6차 대회에서는 두 대회 연속해서 개인전 금메달 4개를 모두 가져왔다. 개인전 중 한 종목에서도 대한민국이 최고의 자리에 서지 않은 종목이 없을 정도이며, 올 시즌 월드컵 랭킹에서는 500m에서 임효준, 1000m에서 황대헌, 1500m에서는 김건우(한국체대)가 정상에 올라 '극강'임을 과시했다.
 
이것은 모든 선수들의 기본 능력이 뛰어났기에 가능했다. 임효준과 함께 평창 동계올림픽에 뛰었던 황대헌은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2년 연속으로 500m 금메달을 획득했다. 1500m에서 1위로 골인하고도 실격되는 아픔이 있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500m에서 이 종목 최강자이자 평창 금메달리스트인 우 다징을 제치고 정상에 섰다. 종합 우승은 임효준에게 넘겨줬지만 그 역시 단거리부터 장거리까지 모든 종목에서 고른 기량을 갖춘 '올라운더'라는 사실을 입증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계주에서 힘을 보탠 박지원(단국대)과 홍경환(한국체대)도 올 시즌 많은 메달을 수확하며 세대교체의 중심에 섰다. 박지원은 지난 2015-2016 시즌, 홍경환은 2016-2017 시즌에 한 차례 대표로 활약한 이후 이번 시즌 다시 태극마크를 달고 뛰었다. 두 선수는 모두 경기운영 능력이 탁월하고 스피드가 좋다는 장점이 있는데 주로 중장거리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이들은 이번 세계선수권 대회에 참가하기 며칠 전 러시아에서 열렸던 동계 유니버시아드 대회에 나서 계주 금메달을 비롯해 각각 500m와 1000m 금메달을 수확했다. 베이징을 향한 여정에 이들의 활약도 앞으로 더욱 기대가 되는 바다.
 
여기에 신예 이준서(신목고)도 힘을 보탰다. 그는 지난해 4월 올 시즌 대표를 뽑았던 선발전에서 임효준에 이어 2위에 오르며 새로운 재목임을 알렸다. 그는 1500m에서 올 시즌 다수의 은메달을 획득했고 이번 세계선수권 대회에서도 1500m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비록 이튿날 1000m에서는 넘어지는 순간도 있었지만 이제 첫 태극마크를 달고 뛰었기에 앞으로 성장하는 데 있어 큰 밑거름이 됐다.
 
올 시즌 쇼트트랙은 어느 때보다 잡음이 많아 대내외적으로 상당히 어수선했다. 조재범 성폭력 사건이 세상에 알려졌고, 이번 대회에 참가하기 직전에는 이들과 함께 세계선수권에 출전할 예정이었던 김건우가 여자선수단 숙소에 무단으로 침입해 논란이 됐다. 이에 김건우는 선수촌에서 퇴출당하고 대한빙상경기연맹으로부터 출전정지 징계를 받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쇼트트랙 대표팀이 최상의 경기력으로 전 종목을 석권해낸 것은 분명 앞으로의 기대감을 높이기에 충분한 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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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 임효준 황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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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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