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신경득(75. 청주시 사창동) 전 경상대 국문과 교수가 보은군 아곡리 유해발굴 현장에서  큰 절을 하다 울음을 토해내고 있다. 신 전 교수의 부친은 전쟁 때 군경에 의해 총살됐다.
 신경득(75. 청주시 사창동) 전 경상대 국문과 교수가 보은군 아곡리 유해발굴 현장에서 큰 절을 하다 울음을 토해내고 있다. 신 전 교수의 부친은 전쟁 때 군경에 의해 총살됐다.
ⓒ 박만순

관련사진보기

"아이고~ 아버지…!"

신경득(75. 청주시 사창동) 전 경상대 국문과 교수가 보은군 아곡리 유해발굴 현장에서 곡소리를 토해냈다.

신 전 교수는 11일, 보은군 내북면 아곡리 유해발굴 현장을 찾았다. 드러난 민간인 유해 앞에서 큰절을 올리던 그는 북받치는 설움을 눈물과 곡소리로 터뜨렸다.

신 전 교수는 1950년 한국전쟁 당시 충북 청원군에서 후퇴하는 군인과 경찰에게 아버지를 잃었다. 당시 33살의 젊은 이발사였던 그의 부친은 남로당 증평면 사건으로 체포돼 청주형무소에서 2년 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군경은 전쟁이 발발하자 도장골로 끌고 가 불법 총살했다.


유해발굴이 진행 중인 보은 아곡리는 신 전 교수의 아버지가 희생된 곳은 아니다. 이곳에서는 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7월 12일, 오전 10시께 청주경찰서(무덕관)와 청주형무소, 국민보도연맹 충북도지부사무실 등에 감금됐던 보도 연맹원 수십 명이 총살돼 암매장됐다.

정부 조직인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지난 2008년 "전시였지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 국가가 갇힌 재소자들과 좌익전력이 있거나 인민군에 동조할 것이 우려된다는 이유만으로 적법한 절차 없이 사살한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라며 "이에 대한 책임은 당시 이승만 대통령과 국가에 귀속된다"고 밝혔다.

신 전 교수의 부친이 묻힌 곳은 아니지만 발굴된 유해에서 같은 이유로 총살된 아버지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아버지를 잃고 갖은 고생을 하다 영양실조로 야맹증(夜盲症)을 앓다 시력까지 잃은 지나온 삶도 떠올랐을 것이다. 신 전 교수는 베트남전쟁에 자원하기도 했지만 신원조회에 걸려 강제 귀국조치되기도 했다.
 
머리부터 발까지 온전한 형태로 발굴된 희생자 유해.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단장 박선주 충북대 명예교수)'는 보은군 내북면 아곡리 일대에서 오는 16일까지 유해를 발굴할 예정이다.
 머리부터 발까지 온전한 형태로 발굴된 희생자 유해.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단장 박선주 충북대 명예교수)"는 보은군 내북면 아곡리 일대에서 오는 16일까지 유해를 발굴할 예정이다.
ⓒ 박만순

관련사진보기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단장 박선주 충북대 명예교수)'는 보은군 내북면 아곡리 일대에서 오는 16일까지 유해를 발굴할 예정이다.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단장 박선주 충북대 명예교수)"는 보은군 내북면 아곡리 일대에서 오는 16일까지 유해를 발굴할 예정이다.
ⓒ 박만순

관련사진보기

 
하지만 그는 아버지의 죽음의 진상을 밝히기 위한 연구조사를 시작해 <조선 종군실화로 본 민간인학살>(살림터, 2002)에 이어 현재 <조선 전초(戰初) 종군문학>를 집필 중이다.

이날 아곡리 현장에서 드러난 유해는 참혹한 당시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대부분 유해는 습한 땅에 묻혀 삭아 없어져 대부분 심하게 훼손된 형태로 발굴됐다. 희생자의 것으로 보이는 혁대 버클과 고무신 등 유품도 드러났다. 이런 가운데 유해 중 한 구는 머리부터 발까지 온전한 형태로 발굴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유해발굴 현장을 지켜보던 박만순 충북역사문화연대 대표는 "몰래 유해를 묻을 수는 있지만, 진실은 결코 묻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단장 박선주 충북대 명예교수)'는 충북도의 지원으로 지난 8일부터 아곡리 15-1번지 일대(방앗골길 아치실)에서 유해 발굴을 시작했다. 발굴은 오는 16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이 곳에는 최소 수 십여구의 유해가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태그:#보은 아곡리, #민간인학살 , #신경득 전 교수, #유해발굴, #학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