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벤투호가 새로운 항해에 나선다. 이번에 새롭게 발탁된 권창훈부터 이강인까지, 여러 선수 중 누가 벤투의 황태자로 낙점을 받을까.


 
벤투 감독, '이강인과 백승호 선발 배경은' 축구대표팀 파울루 벤투 감독이 11일 파주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 대강당에서 3월 A매치에 나설 소집명단을 발표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표팀은 오는 22일 볼리비아, 26일 콜롬비아와 차례로 평가전을 치른다.

▲ 벤투 감독, '이강인과 백승호 선발 배경은' 축구대표팀 파울루 벤투 감독이 11일 파주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 대강당에서 3월 A매치에 나설 소집명단을 발표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표팀은 오는 22일 볼리비아, 26일 콜롬비아와 차례로 평가전을 치른다. ⓒ 연합뉴스

 
한국 남자 국가대표팀의 수장 파울루 벤투는 11일 파주NFC에서 3월에 열리는 A매치에 나설 선수 27인의 명단을 공개했다. 벤투호는 오는 22일에 볼리비아, 26일에는 콜롬비아와 평가전을 가질 예정이다.

우선 국가대표팀은 지난 1월에 있었던 2019 AFC 아시안컵 8강 탈락의 충격을 씻어내야 하는 상황이다. 자신감 회복을 넘어 9월부터 예정된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을 위한 밑그림을 그려야 할 단계이기도 하다.

아시안컵에서 카타르가 우승하면서 아시아 축구의 평준화는 이제 감출 수 없는 사실이 됐다. 한국 축구대표팀으로서는 평가전 하나 하나에 몰입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준비과정에 있는 만큼 벤투 감독은 많은 선수를 점검할 계획이다. 선수 명단을 공개하는 자리에서 벤투 감독은 "모든 선수가 경기에 나설 수는 없지만, 선수들을 최대한 파악하고 싶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모든 선수를 실전 점검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가능한 많은 선수들의 가능성을 훈련장에서 직접 확인하겠다는 의도다.
 
 2일 오후 파주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AFC(아시아축구연맹) 19세이하 챔피언십 예선 조별리그 F조 한국과 브루나이의 경기에서 한국 이강인이 페널티킥을 성공하고 있다. 2017.11.2

지난 2017년 19세 이하 챔피언십 예선 조별리그 F조 한국과 브루나이의 경기 당시 한국 이강인의 모습. ⓒ 연합뉴스

 
이번 명단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단연 이강인이다. 스페인 라리가 발렌시아 CF 소속의 이강인은 만 18세의 나이로 벤투의 부름을 받았다. 현재 소속팀 주전 경쟁에서 밀린 상태지만, 짧은 시간에도 보여주는 퍼포먼스가 남달라 팬들의 기대가 크다.

스페인 라리가의 지로나 FC의 백승호도 선택을 받았다. 이강인과 마찬가지로 클럽 내 주전 경쟁으로 벤치에 앉는 시간이 길지만, 그라운드를 밟을 때마다 존재감을 보인 백승호다.
 
 스페인 지로나의 백승호 (가운데)

스페인 지로나의 백승호 (가운데) ⓒ EPA/연합뉴스

 
이강인과 백승호는 공격 2선부터 중앙 미드필더가 소화가 가능한 선수들이다. 아직 두 신성이 어떤 방식으로 활용될지는 미지수다. 다만 재능이 워낙 출중하고 벤투 감독 축구 철학에 맞는 기술적인 선수들이기에, 벤투호의 황태자가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너무나도 간절했던 권창훈의 복귀

사실 이강인과 백승호는 선수 점검 의도가 크다. 두 선수 모두 어리기에 부담이 없는 평가전에서 미래의 활용 가능성을 체크하겠다는 의중이다.

반면 1년 만에 대표팀에 복귀하는 권창훈은 즉시전력감이다. 프랑스 리그1의 디종 FCO에서 활약 중인 권창훈은 현재 대표팀이 가장 필요로 하는 선수 유형이다.

2선 공격수인 권창훈은 전진성이 탁월하다. 흔히 떠올리는 테크니션은 아니지만, 공을 잡고 질주하면 막기가 어렵다. 중원에서 페널티 박스까지 공을 직접 운반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선수다.

점유율 축구를 지향하는 벤투 감독의 철학상 지난 아시안컵에서 대표팀은 공격 속도에서 문제를 겪었다. 공은 잡고 있었지만, 상대 수비가 내려 앉기 전에 속도감 있게 공격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느릿느릿한 공격 템포는 점유율 축구의 최대 약점이다. 이를 타개하는 데 권창훈만한 인물이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5월 부상을 당하기 직전까지 대표팀의 '돌격 대장'은 권창훈이었다. 신태용 전(前) 국가대표팀 감독이 지난 월드컵 이후 직접 "권창훈 부상이 제일 아쉽다"고 말했을 정도다.

벤투가 자신만의 황태자를 찾아야 하는 이유

앞서 소개한 세 선수 이외에도 이승우, 김정민, 나상호 등 황태자 자리에 도전하는 선수는 많다. 사실 누가 총애를 받던 대표팀 전력에 도움만 된다면 상관없다.

누가 되느냐보다 중요한 점은 과연 벤투 감독이 자신만의 선수를 찾을 수 있냐는 것이다.

냉정히 말해 지난 아시안컵 명단은 온전한 벤투의 작품이 아니었다. 짧은 시간 안에 대회를 준비해야 했던 벤투 감독은 러시아 월드컵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멤버를 중심으로 판을 짰다. 물론 K리그 경기를 직접 관람하며 옥석 가리기에 나섰지만, 아시안컵 본선에서 중용 받은 이는 거의 없었다.

새로운 얼굴 발탁은 벤투의 앞날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축구 철학, 전술 등도 중요하지만,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주는 일도 감독의 주요 업무 중 하나다.

황태자라는 칭호는 동기부여의 상징과 같다. 대표적으로 울리 슈틸리케 감독 시절의 이정협이 있다. 당시 이정협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K리그2의 공격수였지만, 슈틸리케는 그를 활용해 아시안컵 준우승을 일궈냈다.

슈틸리케의 파격적인 선수 선발은 곧장 효과를 나타냈다. '리그에서 잘하면 대표팀에 갈 수 있다'는 무언의 암시가 선수들 사이에 퍼졌다.

물론 변화하지 않는 선수단은 동기부여뿐만 아니라 전략의 단조로움으로 인해 쉽게 무너질 수 있다. 이정협으로 효과를 봤던 슈틸리케가 끝까지 이정협에만 매달리다 경질된 사례도 있다.

벤투 감독은 자신만의 진정한 황태자를 찾아야 한다. 진짜 자신의 색깔을 보여줄 때가 서서히 오고 있다. 황태자 찾기는 이제 벤투 감독의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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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루벤투 축구대표팀 이강인 권창훈 황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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