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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말 태안화력 청년 비정규 노동자 김용균의 죽음 이후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이 가까스로 통과됐다. 이에 따른 하위법령 개정안이 곧 행정부로부터 제출될 것으로 보인다. 개정법이 실제로 노동자 안전과 건강을 제대로 지키게 하기 위해, 하위 법령 개정 과정에 주목해야 한다.

법의 보호 대상 확대와 원청 책임 강화라는 법의 개정 취지가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으로 발목 잡히지 않도록 하고, 지난 수년간 행정규칙 개정의 필요성이 제기됐던 사안을 추가로 개정시켜야 한다. 방대한 법 내용 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주제에 대해 다섯번에 걸쳐 기획 기사를 싣는다. [기자말]


2018년 12월,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일하던 협력업체 청년노동자가 컨베이어 벨트에 몸이 갈리어 사망했다. 그의 일터는 한치 앞도 분간하기 어려운 탄분진과 순식간에 노동자들의 생명을 빨아들일 기세로 돌아가는 장비와 굉음으로 뒤범벅되어, 정규직화라는 구원을 기약 없이 기다리며 고통 받는 연옥과도 같은 공간이었다.

그렇게 죽어간 스물네 살 노동자의 어머니는 한겨울 칼바람을 맞으며 거리로 나섰다. 일터에서 노동자들이 허무하게 목숨을 잃지 않도록 해달라는, 노동자들의 생명과 건강을 지켜달라는 어머니의 호소는 오랫동안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하던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에 사회적 이목을 집중시켰고 결국 2019년을 목전에 두고 개정안은 통과되었다. 사람들이 이 산업안전보건법을 두고 '김용균법'이라 부르는 연유이다. 

제안 당시 '일하는 사람'의 안전 및 보건을 유지·증진함을 법의 목적으로 하겠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으나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은 수정과 국회논의 과정을 거치면서 조금씩 후퇴하기 시작했다. '김용균법'이 여전히 일터에서 안전과 건강을 위협받으며 일하는 수많은 '김용균들'을 지키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 불러일으키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 3조에서 법의 적용범위를 제한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 역시 우려를 키우고 있다.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한 노동자가 작업하고 있다.(사진은 기사 중 특정 내용과 관계 없습니다)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한 노동자가 작업하고 있다.(사진은 기사 중 특정 내용과 관계 없습니다)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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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업에 적용한다, 그러나...

산업안전보건법은 제3조(적용범위)에서 '이 법은 모든 사업에 적용한다'라고 전제하면서도 '다만, 유해·위험의 정도, 사업의 종류, 사업장의 상시근로자 수(건설공사의 경우에는 건설공사 금액을 말한다. 이하 같다)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종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는 이 법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적용하지 아니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두고 있다.

'유해·위험의 정도'에 따라 관리와 규제의 수준을 달리 하는 것은 일면 타당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현행 하위법령에서 '사업장의 상시근로자 수 등을 고려'하는 방식을 들여다보면 문제는 달라진다. 일터의 안전과 건강에 있어서 가장 포괄적인 수준의 규준을 담고 있는 있어야할 모법(母法)의 적용에 있어서 노동자들의 입장이 아니라 사업주의 입장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전체 산업재해의 80%정도가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있음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령으로 소규모 사업장에 대해서는 관리나 규제의 수준을 완화하고 있어 오히려 더 위험하고 열악한 사업장의 노동자들이 산업안전보건 관리감독으로부터 소외되는 역진적 결과를 낳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법리적으로도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 문제는 근로를 제공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 기초를 이루기 때문에 영세한 사용자에게 고용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그 보호수준이 그렇지 아니한 사용자에게 고용된 근로자보다 낮을 수 있다는 설명이 타당하다고 보기는 어렵다(전형배, 2018, 중소규모 사업장 안전관리법제와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영세한 사업장을 법적용 제외라는 방식으로 아예 관리 영역 밖으로 둘 것이 아니라 안전보건조치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감독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는 안전보건공단, 근로자건강센터 등 공공기관의 역할을 확장하여 공적 영역의 산업안전보건서비스를 강화하도록 보완이 필요한 것이다. 

소규모· 영세 사업장 노동자는 오히려 법의 보호 밖으로 

'사업의 종류'에 따른 적용제외에도 문제가 많다. 사무직 노동자만 사용하거나 공공행정, 국방 및 사회보장 행정, 교육 서비스업, 국제 및 외국기관의 경우에는 법 제2장 산업 안전보건관리체제, 제3장 안전보건관리규정을 모두 적용 제외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노동자들의 건강권 일반이 아닌 사고성 재해와 단순 안전관리를 중심에 두고 정신적· 사회적 건강보다 신체적 건강만이 주로 문제시되던 30년 전의 고루한 산업안전보건 패러다임에 따른 것이다. 

사무직 노동자들의 경우와 공공행정 노동자의 경우에도 장시간 노동, 일터 괴롭힘, 감정노동, 근골격계질환 등 다양한 노동안전보건문제에 노출되며, 당연히 이 문제들을 다루기 위한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등 안전보건체계가 필요하다. 교육 서비스업의 경우에도 교사 건강,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건강 등 다양한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어 이를 다루기 위한 체계가 필요하다.

국제 및 외국기관의 경우에도 국내에서 사업이 이루어진다면 공히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 국방과 같은 경우에도 포괄적으로 법을 적용하고 특별한 이유에 따라 제외해야 할 항목이 있다면 해당 규정 항목에서만 예외를 따로 규정하는 것이 법의 목적와 취지에 부합하는 것이다. 

법 개정 이후 시행령, 시행규칙 개정에 노동자가 나서야

사업주가 영세하다고 해서, 특정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고 해서 일터와 노동과정에서 야기될 수 있는 신체적, 정신적 문제의 예방관리에 있어서 배제되거나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 사업의 영세성으로 인해서 사업주가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의 책무로서 감당하는 것이 마땅한 일이다. 산업안전보건법을 통해 노동자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옹호하고 확장해나가도록 해야 한다. 

연말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의 심의 통과과정에서도 드러났듯이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지키는 문제는 언제나 다양한 이해관계의 충돌을 일으키게 된다. 생명과 안전, 건강권의 문제는 이윤이나 이해관계를 넘어서는 것이 당연한 일로 여겨질 것 같지만 현실에서 법과 제도는 주도권을 다투는 냉혹한 사회계약에 다름 아니다.

이 속에서 법의 취지를 살리고 노동자들을 살리기 위해서는 산업안전보건법 모법의 개정 이후에 뒤따를 하위법령 개정의 과정을 차근차근 챙기고 지켜보는 것이 필요하다. 강인한 어머니의 모정에 기댈 일이 아니라, 이제 노동자들 스스로 권리를 주장하고 나서야할 시기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류현철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소장으로 직업환경의학전문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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