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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먼 헌터 윌리엄스와 그의 한국인 남편은 남-남으로 이루어진 동성 부부다.
 사이먼 헌터 윌리엄스와 그의 한국인 남편은 남-남으로 이루어진 동성 부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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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먼 헌터 윌리엄스와 그의 한국인 남편은 남-남으로 이루어진 동성 부부다. 영국에서 혼인신고를 했고, 영국과 한국 양쪽에서 축복을 받으며 결혼식도 올렸다. 이후 캐나다로 건너가 부부로 인정받으며 함께 살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에서 그들의 관계는 법적으로 '남남'이다. 외국에서 혼인관계를 인정받았다고 해도, 한국의 법에서는 부부로서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윌리엄스는 수년 전부터 법무부, 국가인권위원회, 국회 등에 꾸준히 진정서를 보냈다. 자신과 남편의 관계를 법적으로 인정하고, 결혼 이민 비자를 받을 수 있게 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기약 없는 편지를 보낸 것도 수년째, 그는 얼마 전 공식적인 '답장'을 받았다. 2월 27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윌리엄스가 제기한 '동성 부부의 지위 인정' 진정에 대해 각하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각하는 인권 침해가 아니라는 뜻이 아니라, 인권위의 조사 대상으로 볼 수는 없다는 의미다.

인권위는 "민법에서 동성 간 혼인을 인정하지 않아 이들을 부부로 볼 수는 없다"면서도, "동성 결혼 배우자에게 결혼이민 체류 자격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민법상 혼인의 성립과 부부의 정의에 대한 사법적 해석의 변경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주 긍정적인 답변은 아니었지만, 논의의 가능성을 밝힌 답변이었다.

사이먼 헌터 윌리엄스는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꾸준히 한국 사회에 동성 결혼에 대한 질문을 던져오고 있다. 지난 5일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그와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1년 연애 끝에 '공식 부부'됐지만, 한국에서는 '남남'
 
 윌리엄스가 인권위로부터 받은 통지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윌리엄스가 인권위로부터 받은 통지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 Simon hunter willia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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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스와 그의 남편은 2014년 종로의 스타벅스에서 처음 만났다. 대화가 잘 통했고, 다음날부터는 거의 매일 만나며 데이트를 했다. 한국에서 여행을 하고 있던 윌리엄스는 점점 영국으로 돌아가는 기한을 늦췄다. 그렇게 1년 동안 연애를 하다가 서울에서 서로 프로포즈를 했다. 둘은 윌리엄스의 고향인 영국으로 날아가 혼인신고를 했다. 가족과 친구들의 축복을 받으며 영국과 한국에서 각각 결혼식도 올렸다.

그들은 캐나다에 거주하다가 작년 말 한국으로 돌아왔다. 남편의 가족이 교통사고로 크게 다쳤기 때문이다. 문제는 윌리엄의 비자였다. 그는 대사관에 가서 결혼 이민 비자를 요청했다. 법적으로 인정받는 혼인관계에서 배우자의 가족에게 일이 생기면 일정 기간 동안 배우자의 국가에 거주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 법에서는 이들의 관계를 결혼으로 인정할 수 있는 법이 없었다. 대사관 직원은 '개인적으로 동성혼에 대해 지지하는 입장이지만, 현재로서는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결국 그는 결혼 이민 비자가 아닌 원어민 강사 비자를 통해 한국에 와야 했다.

'어쨌든 입국했으니 된 거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원어민 회화 강사에서 발급되는 E-2 비자와 결혼 이민 비자인 F-6 비자 사이에서는 큰 차이가 있다. E-2 비자는 1년마다 출입국사무소에 가서 갱신해야 하고, 원어민 강사 이외의 다른 직업을 얻을 수도 없다. 만약 직장에서 해고되고 새로운 직장을 찾지 못하면 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무엇보다 윌리엄스는 정당한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가장 마음에 걸렸다. 자신이 한국에 온 이유는 남편과 함께하고 싶어서이지, 강사 일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한국에서 인정하는 '이성 결혼'을 했다면 발급됐을 비자가 '동성 결혼'을 했기 때문에 발급되지 않았다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했다.

'동성애는 죄'라니... 어떻게 '미움'이 교리일 수 있나
  
'한국에서 동성애를 반대하는 가장 강력한 세력은 기독교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그는 단호하게 '아니'라고 답했다. 자신은 그들을 '크리스천'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누군가를 미워하고 반대하라는 것을 교리라면 그것은 종교의 본질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유대인이다. 부모와 큰 형은 유대교를 믿고, 가족 중 무슬림도 있다. 기독교와 마찬가지로 유대교와 이슬람교도 교리에서 동성애를 인정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의 유대교 가족 누구도 그의 존재를 부정하거나 반대하지 않았다. 서로를 존중하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네가 원하는 대로 살라"고 했다. 어머니는 처음엔 "여자와 결혼하면 안 되겠느냐"고 물었지만, "나를 인정하거나, 혹은 아들이 없는 셈 치시라"는 아들의 말에 결국 그의 성적 지향을 인정했다.

물론 그가 태어나고 자란 영국에도 동성애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있었다. '민주주의 사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의 의견이 실제로 동성애자를 반대하고 혐오하는 힘을 갖지는 못했다. 이슬람교에서 동성애를 반대하더라도 학교 교과서에서는 동성애자의 존재를 가르쳤고, 동성 결혼은 이성 결혼과 똑같은 지위와 권리를 가졌다. 종교의 자유는 그야말로 종교의 자유에 그칠 뿐, 동성애자의 인권을 억압하는 데까지는 미치지 못했다.

한국에서는 달랐다. 그는 길을 지나던 중 갑자기 난입해 "동성애는 죄"라고 소리를 지르는 사람을 만나기도 했다. 퀴어퍼레이드 당시 친구와 길을 걷는데 반대 집회에 나선 이가 벌인 행동이었다. 너무나 불쾌하고 황당했다고 한다. 모르는 이에게 달려들어 폭언을 내뱉는 게 '종교적 신념'이라고 믿는 사람들을 보며 그는 사람들이 잘못된 교리를 강요받고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영어 선생님으로 일하면서 만난 학생 하나는 보수 기독교인 부모에게 동성애에 대한 편견을 강요받았다고 고백했다. 그가 다니던 교회에서는 동성애는 잘못된 것이고 동성애자는 죄인이라고 가르쳤다. 교회에 나가고 싶지 않았지만, 부모님은 강제로 교회에 보냈다.

교회에서 동성애자를 비난하는 것을 듣고 자란 그 학생은 윌리엄스를 보고 동성애자가 자신과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나와 같이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그동안 단지 교회와 부모님의 말만 듣고 동성애자는 나와 다른 사람이라는 편견을 가졌던 것이다. 윌리엄스는 "만약 뭔가가 강요로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진짜 신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국의 가족제도는 동성애 없이도 이미 무너지고 있다"
 
기독교 신도 ‘퀴어축제 결사반대’ 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 앞에서 동성애 퀴어축제 반대하는 시민들이 동성애는 창조질서와 가정을 파괴한다며 동성애를 반대하고 있다.
▲ 기독교 신도 ‘퀴어축제 결사반대’ 지난 2018년 7월 1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 앞에서 동성애 퀴어축제 반대하는 시민들이 동성애는 창조질서와 가정을 파괴한다며 동성애를 반대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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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수도 없이 들었던 말은 '한국은 한국만의 전통이 있다'는 것이었다. 설사 외국에서는 동성혼이 합법일 수 있지만, 한국은 원래 동성애가 없고 동성 결혼이라는 건 있을 수 없다는 얘기였다.

'어떤 사람들은 동성 결혼이 한국의 전통적 가족제도를 무너뜨릴 것을 우려한다'고 묻자, 그는 "거울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의 가족 형태는 이미 많이 변화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성애 부부'라는 기존의 정상가족 틀을 유지해야 한다는 관념 때문에, 때론 '매매혼'이나 다름 없는 국제결혼을 추진하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에서 사실상 돈을 주고 외국에서 신부를 '사 오는' 매커니즘이 존재하고, 심지어는 정부가 여기에 보조금을 줘 가며 혼인을 권장하는 것이 비정상적으로 여겨졌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해서라도 남성에게 여성 배우자를 배정해줘야 한다는 관습이 과연 옳으냐고 물었다.

유연한 가족제도가 한국의 사회적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파편화된 개인들의 외로움이나 높은 자살률은 한국에서 심각한 문제다. 엄마 아빠 아이들로 이루어진 '정상가족'을 이루지 못하는 이들이 점점 많아지지만, 여전히 이런 '정상가족'만이 보편적인 가정이라고 인정받는 문화는 이 규범에서 탈락한 이들을 불행하고 비정상적인 가족이라고 정의한다.

그러나 기러기 아빠, 조손가정, 한부모 가정 등 한국에는 이미 다양한 가족의 형태가 존재한다. 그는 누구든 가족을 이룰 수 있고, 그에 따른 보험혜택, 세제혜택 등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프랑스의 '팍스'(시민연대계약)처럼 공동체의 범위를 넓히는 제도가 도입되면 사람들은 혼자가 아니라 친구, 애인 등과 함께 가족을 구성하고, 외로움도 덜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윌리엄스는 동성 커플뿐 아니라 친구 사이, 혹은 애정관계가 없는 사람들도 서로 가족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친구 사이였던 남성 노인이 영국에서 '전략적인' 결혼관계를 맺은 사례를 소개했다. 병을 앓게 된 남성은 간병인이 필요했고, 친구에게 자신의 간병을 맡기는 대신 유산을 주고 싶었다. 그러나 법적으로 남남인 상대에게 재산을 증여하려면 많은 세금을 물어야 했고, 이들은 결혼을 통해 합법적으로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결혼도 "Why not?"(뭐 어떠냐?)이라며 긍정한다.

"내가 아는 한국 사람들은 차별적이지 않다"
 
 윌리엄스씨 부부의 결혼식 케이크.
 윌리엄스씨 부부의 결혼식 케이크.
ⓒ 윌리엄스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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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스의 사례가 알려지면서 많은 이들이 "왜 한국에 사는 것을 고집하냐"고 물었다. 그는 웃으며 "한국이 좋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윌리엄스는 한국에서 10년 가까이 살며 다양한 한국 사람들을 만났다. 동성애에 반대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그와 직접 눈을 맞추고 대화한 이후에는 머쓱해 하며 "당신은 내 생각보다 나쁜 사람이 아닌 것 같다"고 말한 적도 있었다.

그는 영국 국적을 가지고 있고, 캐나다에서도 거주할 수 있고, 유대인이기 때문에 이스라엘에서 살 수도 있다. 그러나 그가 한국을 고집하는 것은 한국이 남편의 고향이고, 그가 오랫동안 살아온 터전이고, 친구들이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는 다른 곳에 가서 부부로 인정받을 수 있지만, 그의 한국인 동성 커플 친구들은 여전히 한국에서 살아야 한다. 그들을 위해서라도 이 '운동'을 계속하는 것이 윌리엄스의 계획이다.

그는 앞으로도 한국 사회에 변화를 촉구하는 행동을 계속할 계획이다. 계속 다른 진정서를 보내고, 청와대 청원도 받는다고 한다. 당장 제도가 변하지는 않겠지만, 인권위의 답변처럼 동성 결혼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만 해도 큰 진전이라고 믿는다. 그는 이런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내가 겪은 한국 사람들은 차별적이거나 나쁜 사람들이 아니었다. 한국에도 변화의 가능성이 분명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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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과 언론을 공부하는 여성 청년. 페미니즘, 노동, 철거 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읽고 쓰는 삶을 지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