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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사업 조사·평가 기획위원회가 2월22일에 발표한 '금강과 영산강의 보 처리 방안'을 계기로 긴급 기획 '삽질의 종말'을 시작합니다. <오마이뉴스>는 4대강 사업을 소재로 한 최초 다큐멘터리 영화 <삽질>을 제작하고 있으며, 올 하반기에 개봉합니다. 오는 4월경에는 단행본 <4대강 부역자와 저항자들>(오마이북)이 출간될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회원 가입으로 응원해주시기 바랍니다. [편집자말]
 김철문 전 청와대 행정관
 김철문 전 청와대 행정관
ⓒ "삽질" 영화 제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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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치워! 치워! 치워요!"

김철문 전 청와대 행정관은 카메라를 향해 한 마디만 남긴 채 차 문을 닫고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그는 경북 포항 동지상고 출신으로 이명박 정권 시절 부산국토관리청 하천국장으로 일하면서 4대강 사업에 앞장선 인물이다. 몇 차례 전화 인터뷰 요청을 거절 당한 뒤 일주일 동안 그의 자택과 사무실 앞에서 뻗치기를 해온 4대강 다큐영화 <삽질> 제작팀은 허탈했다.
 
 정종환 전 국토부 장관
 정종환 전 국토부 장관
ⓒ "삽질" 영화 제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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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카메라 든 사람은 안 만나!"

4대강 사업을 진두지휘한 정종환 전 국토해양부 장관. 그도 충남에 있는 자택의 현관문을 거칠게 닫아 버렸다. 취재진의 전화를 한 번도 받지 않은 그였다. 직접 만난 그는 "4대강 사업은 잊었다" "(4대강) 보를 헐든 말든 당신들 맘대로 하라"면서 얼굴을 붉혔다. <삽질> 제작팀은 5초간 모습을 드러낸 그의 얼굴만 겨우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반격] "엽기적 나라 파괴 발상에 소름 끼친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4대강 보 파괴 저지 대책 특별위원회' 의원 등은 4일 오후 충남 공주시 공주보를 방문해 간담회를 갖고, 환경부 '4대강조사·평가기획위원회'가 발표한 세종보 등 해체 방안에 대해 '백지화'를 주장했다. 또한 간담회 후에는 공주보와 세종보 현장을 방문한 뒤, 세종시 정부청사를 찾아 조명래 환경부 장관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4대강 보 파괴 저지 대책 특별위원회" 의원 등은 4일 오후 충남 공주시 공주보를 방문해 간담회를 갖고 환경부 "4대강조사·평가기획위원회"가 발표한 세종보 등 해체 방안의 "백지화"를 주장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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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카메라를 내쳤지만 제작팀에게 보인 불쾌한 표정은 말이었고 뜻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소위 4대강 부역자들은 이렇듯 10년 전 일을 입에 담기조차 꺼렸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바뀌었다. 4대강조사평가기획위원회(이하 4대강조사위)가 '금강-영산강 보 처리 방안'을 제안하면서부터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한나라당 후신인 자유한국당은 4대강조사위가 세종보-죽산보 해체, 공주보 부분해체, 백제보-승촌보 상시 수문 개방 방안을 발표하자 "과거 정권 흔적 지우기"라고 성토했다. 자유한국당 '문재인 정부 4대강 보 파괴 저지 특위' 정진석 위원장은 "정권의 안하무인격 엽기적인 나라 파괴 발상에 소름이 끼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국민을 속이면서 안하무인격으로 국토 파괴 계획을 짠 것은 현 정부가 아니라 '과거 정권'이었다. 이들은 은밀하게 자기 흔적을 지우려고 무던히 애를 썼다. 최근 10억 원의 보석보증금 1000만 원을 내고 석방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한 일이다. <삽질> 제작팀은 국토해양부 비밀문건 속에서 이들이 감추려고 했던 부끄러운 과거의 단면을 복원했다.

[문건 #1] VIP "수심 5~6m로 굴착하라"
 
 국토부 4대강 문건
 국토부 4대강 문건
ⓒ 국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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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였던 2013년에 4대강 사업을 감사했던 감사원은 국토해양부 공무원의 컴퓨터(PC)를 뒤졌다. 짐작대로였다. 4대강 사업 문건은 지워지고 없었다. 그러다가 한 조사관의 눈에 띈 PC가 있었다. 질병으로 사망한 국토해양부 서기관의 컴퓨터였다. 주인 잃은 PC를 봉인해서 감사원으로 가져온 조사관들은 샅샅이 뒤졌다.

망자의 PC에서 발견된 문건에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었던 'VIP 지시사항'이 적혀 있었다. 2008년 12월 2일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회의 결과를 정리한 국토해양부 문서였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과 6개 부처 실·국장이 참석한 자리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은 "4대강 가장 깊은 곳의 수심이 5~6m가 되도록 굴착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왜 전문가들에게 맡기면 될 수심까지 직접 '통치 영역'으로 끌어들인 것일까? 이유는 명확했다. 이 수치는 한반도 대운하 설계도에 있는 수심과 일치했다. 6개월 전인 2008년 6월 광우병 촛불에 굴복하면서 대운하 공약을 포기하겠다고 말한 것이 거짓임을 시사하는 문건이다. 하지만 고위 관료들은 4대강 사업은 운하 사업과 무관하다고 부인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아직도 운하 운운하면서 연계시키려고 하는 분들이 있고…"(2009년 10월 6일, 이만의 환경부장관 국회 국감 발언)

"분명히 대통령께서 운하를 하신다고 안 하셨습니다. 지금 여러 가지 물리적인 여건으로 봤을 때 지금 우리 4대강 사업에 운하가 될 수 있는 사업들이 없다는 것을 말씀드리면서 이 사업은 운하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리는 거지요."(2010년 10월 11일,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국회 국감 발언)


이명박 정권 시절에 정종환 장관은 카메라 앞에 서서 당당하게 말했지만, 8년이 흐른 2018년 10월 17일에는 "카메라 든 사람은 안 만난다"고 <삽질> 제작팀을 내쳤다.

[문건 #2] 왕 차관 "분위기 성숙하면 대운하 추진"

또 다른 문건도 있다. 2009년 2월 9일, 4대강 살리기 기획단은 청와대 회의실에 모였다.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의 주요 쟁점 사항을 다음과 같은 한 장의 문건으로 정리했다.
 
 국토부 4대강 문건
 국토부 4대강 문건
ⓒ 국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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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리에 김철문 전 행정관도 배석했다. 이 문건에서 눈길을 끄는 건 '대운하 설계팀(현대컨소시엄)'의 등장이다. 한반도대운하 사업에서 민간자본을 유치할 목적으로 만든 현대컨소시엄도 참여해 VIP에게 보고할 내용을 수립하라는 결정이었다.

하지만 현대컨소시엄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한반도대운하를 포기했던 순간부터 해체해야 할 조직이었다. 민간 자본이 아니라 세금을 투입하는 국가 재정사업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 사업에 참여하려면 컨소시엄을 해산하고 4대강 사업에 참여하려는 건설사들은 국가계약법이 정한 경쟁 입찰 규정에 따라야 했지만 청와대 논의 테이블에 참석했다.

2018년 11월 29일 <삽질> 제작팀과 만난 장석효 한반도대운하 TF팀장(이명박 정권 인수위 시절)은 "당시 기획단에서 부르면 대운하팀의 일원으로서 논의 테이블에 갔었다"고 이를 시인했다. 결국 이 전 대통령은 나중에 대운하컨소시엄이 4대강 공사에서 불법 담합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 셈이다.
   
 국토부 4대강 문건
 국토부 4대강 문건
ⓒ 국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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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4일 뒤인 2009년 2월 13일 청와대에서도 대통령실과 총리실의 업무협의 회의가 열렸다. 4대강 수심에 대한 논의였다. 당시 문건에 따르면 논의 테이블에 오른 국토해양부 안은 최소 수심 2.5m~3m, 현대컨소시엄 측의 한반도대운하 안은 최소 수심 6.1m이었다.

당시 박재완 정책수석과 오정규 국책비서관, 총리실의 박영준 국무차장은 모두 국토해양부 안에 동의했다. 이때 이명박 정권의 실세로 군림하며 '왕차관'으로 불렸던 박 전 국무차장은 단서를 달았다. 문건에 기록된 그의 말은 다음과 같았다.

"분위기가 성숙되면 대운하 안으로 추진."

하지만 각종 회의를 거치면서 수심은 현대 컨소시엄 안으로 결정됐다. 국민적 분위기가 아니라 밀실 회의에서 수심 6m 결정이 무르익었다.

[문건 #3] VIP "수심 3~4m로 굴착하라"
 
 국토부 4대강 문건
 국토부 4대강 문건
ⓒ 국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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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뒤인 2009년 2월 16일, 4대강살리기 기획단은 보고서를 작성해 VIP에게 보고했다. 보고 내용의 골자는 "최소 수심을 6m로 할 경우(대부분 대운하 추진으로 생각), 정부에 대한 신뢰도 저하는 물론 당장 반대 측의 공세의 빌미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우선은 기획단 안(최소 수심 2.5m~3m)으로 추진하고, 향후 여건이 조성되면 별도 사업으로 운하를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었다.

당시 4대강 살리기 기획단은 보고문서의 별첨 자료로 '(대운하 안과 기획단 안의) 안 별 비교'표를 붙였다. 이 표의 하단 부분의 굵은 글씨로 적힌 내용이 있다. 두 개의 안 모두 "4대강 살리기 사업의 궁극적인 목적은 동일"하다면서 대운하 안은 'High key'이며, 기획단 안은 'Low key'로 적었다.
 
 국토부 4대강 문건
 국토부 4대강 문건
ⓒ 국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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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상황을 감사했던 감사원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 "'High key'는 공개적으로 운하 사업이라는 것을 홍보하면서 추진한다는 의미이고, 'Low key'는 홍보하지 않고 은밀하게 운하를 추진하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대운하 측은 드러내놓고 대운하를 추진하자고 했고, 기획단은 대운하를 몰래 추진하자고 했던 것이다.

4대강 살리기 기획단은 이날 오후 4시 30분경부터 40분 동안 청와대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이 문건을 보고했다. 국토해양부는 당시 보고 결과를 한 장의 문건으로 정리했다. VIP 지시사항의 첫 번째 항목은 역시 수심이었다. 대운하 팀에서 요구하는 수심 6.1m보다는 깊지 않았지만, "수심 3~4m 수준으로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몇 달 뒤인 4월 8일 4대강 살리기 기획단이 만든 '4대강 살리기 추진보고현황' 제목의 문건에 따르면 수심은 운하 측의 당초 요구대로 평균 수심 6m 이상, "암반 굴착 없는 한도 내 최대 굴착"한다고 적시했다. 또한 "보 위치, 준설 등은 추후 운하 추진에 지장이 없도록 계획"한다고 명시했다.

[또 다른 문건] "수질 악화 우려" "수자원 확보 효과 없음"
 
 국토부 4대강 문건
 국토부 4대강 문건
ⓒ 국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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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을 통해 강의 수질을 맑게 한다는 자기들의 주장을 확신하고 있었던 것일까? 그렇지 않았다.

2009년 2월 8일 국토해양부 4대강 살리기 기획단이 만든 문건 '4대강 살리기 추진현황 보고'를 다시 살펴보자. 당시 정부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아니라 '4대강 죽이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4대강 사업 찬성론자들이 강조했던 '이수-치수 기능'에 대해서도 효과가 없다고 예측했다.

"보는 중하류의 깨끗하지 못한 물을 저류함에 따라 상수원으로 활용 곤란. 특히 중하류는 대도시, 공단 등의 오염수가 지속적으로 유입되어 물 순환이 없을 경우 수질 악화가 우려."

"준설로 물그릇은 증가하나 보는 연중 일정 수심을 유지해야 하므로 실질적인 수자원 확보 효과는 없음."


정종환 전 국토해양부장관은 2013년 감사원 감사 때 위와 같은 4대강살리기 기획단의 우려를 보고받았다는 것을 인정했다. 하지만 그는 "어떻게 이렇게 대통령에게 보고하느냐"면서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결국 묵살된 보고서가 예상한 대로 4대강은 망가졌다. 세금도 낭비했지만, 책임진 공무원은 한 명도 없다.

당시 VIP 곁 4대강 사업 부역 학자들은 승승장구했고 지금도 교단을 지키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된 뒤 국립환경과학원장 자리를 꿰찼던 박석순 이화여대 교수가 대표적이다. 그는 자유한국당과 함께 최근 '4대강 보 해체 반대'에 나서고 있다. 적폐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해 생기는 부작용으로 볼 수 있다.

[증언] "그들도 뻔히 알고 있었던 거죠"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4대강 보 파괴 저지 대책 특별위원회' 의원 등은 4일 오후 충남 공주시 공주보를 방문해 간담회를 갖고, 환경부 '4대강조사·평가기획위원회'가 발표한 세종보 등 해체 방안에 대해 '백지화'를 주장했다. 또한 간담회 후에는 공주보와 세종보 현장을 방문한 뒤, 세종시 정부청사를 찾아 조명래 환경부 장관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사진은 공주보 현장.
 4일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4대강 보 파괴 저지 대책 특별위원회" 의원들이 충남 공주시 공주보를 방문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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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질> 제작팀의 인터뷰 요청을 거부한 정종환 전 국토해양부 장관은 망자가 자기 PC에 이 문건을 기록할 당시 주무 장관이었다. 김철문 전 청와대 행정관도 당시 이런저런 회의에 참여했다. 그는 부산국토관리청 하천국장으로 발령 나서 4대강 공사 중 가장 규모가 컸던 낙동강 구간 사업을 발주하는 등 현장에서 진두지휘했다.

두 사람은 4대강 사업의 진실을 캐는 카메라 앞에서 입을 다물었지만 망자의 문건은 4대강 사업이 추진된 내막을 증언하고 있었다. 당시 4대강 사업에 깊숙이 관여했던 두 명의 인사는 <삽질> 제작팀에게 다음과 같이 증언했다.

"김철문씨가 와서 6m를 파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6m를 파면 운하라는 게 너무나 명확하기 때문에 못 한다고 그랬죠. 하지만 김 행정관은 청와대 지시사항이라면서 계속 6m를 파라고 했습니다. (중략) 당시 청와대와 정부 사람들이 나에게 '대운하 아닌 대운하'를 하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그들도 뻔히 알고 있었던 거죠."

"한반도대운하를 안 한다고 했으니까 수심 6m를 팔 이유가 없었죠. 나는 수심 2m만 파도 된다고 주장했는데, 청와대는 수심 6m를 파고 나중에 필요하면 갑문과 터미널을 설치하면 된다고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내가 그렇게는 못 하겠다고 하니까, 정종환 장관이 나를 불러서 '당신은 바쁘니까 이 일(4대강 사업)에서 손을 떼라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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