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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 보유자가 병의 유무를 알리지 않고 생활관에 입사한다고 합니다." 

3월 3일 오후, 사회관계망서비스인 페이스북에 올라온 글 하나가 한 대학을 발칵 뒤집어놓았다. 이 글을 쓴 이는 "관련 내용을 앱 '에브리타임'에서 보고 옮겼다"며 "장난일 수도 있지만 짚고 넘어가는 게 안전하므로 피검사라도 해보자"는 제안을 덧붙였다.

해당 게시글은 수천 개의 댓글이 달렸다. 그 사이사이에는 혐오성 댓글이 줄을 이었다. 심지어 색출 작업이 전개됐다. 기숙사에 입소한 감염인이 확인되기라도 하면 매장당할 분위기까지 조성됐다. 

그러나 하루가 채 안 되어, 최초 게시자가 장난으로 글을 작성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사태는 '해프닝'이 되어버렸고, 대학 측은 학생을 징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태는 이렇게 마무리된 걸까?

무슨 큰일이 났던 것일까
 
 지난 30여 년간 의학의 발전은 HIV감염인이나 AIDS환자들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데 그치지 않고, 그들이 타인에게 바이러스를 전염시킬 가능성 역시 없애고 있다.
 지난 30여 년간 의학의 발전은 HIV감염인이나 AIDS환자들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데 그치지 않고, 그들이 타인에게 바이러스를 전염시킬 가능성 역시 없애고 있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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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에 글을 올린 학생은 두려운 마음에 피검사라도 해보자고 제안했을 것이다. 어쩌면 '기숙사에 사는 모든 학생을 구해야겠다'라는 공익적 결단으로 글을 올렸을 수도 있다. 사실이라면 큰일이니까. 그런데 과연 무슨 큰일이 나는 것일까.

'후천성면역결핍증'인 AIDS와 달리, HIV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다. HIV에 걸린 사람들을 가리켜 'HIV 감염인'이라고 부른다. 대부분의 사람이 HIV 감염을 AIDS인 것처럼 혼동하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아마 작성자가 말한 '에이즈 보유자'는 에이즈의 '원인'으로 알려진 HIV를 보유한 사람, 즉 'HIV 감염인'을 지칭하려고 했을 것이다.

HIV는 일상의 공간을 함께 쓰는 공동거주 생활에서 전염 가능성이 없다. 포옹하거나 키스를 하더라도, 음식을 같이 먹다가 재채기가 나와 침이 튀더라도 말이다. '그래도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혹시라도 감염되면 죽잖아요?'라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고 답하겠다.

치료제의 개발 이후 HIV 감염은 관리 가능한 만성질환이 되었다. 치료제를 복용해 바이러스 수치가 낮아지면 타인에게 전파하지도 않는다. 감염인이 기숙사에 같이 살더라도 '큰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많은 사람은 여전히 에이즈를 죽음과 연결해 공포를 자초한다.

사태의 발단은 장난 글이 아니다. HIV와 에이즈에 대한 오해와 무지를 내버려 둔 사회에 있다. 그래서 사태는 끝나지 않았다. 세상에 알아야 할 것도 많고 알고 싶은 것도 많다. 그래서 에이즈를 꼭 알아야 한다고 주장할 생각은 없다.

모르면 모른다고 하고 가만히 있으면 된다. 그런데 사람들은 가짜뉴스와 거짓 정보에 휩쓸려 자신이 에이즈를 '안다'고 믿는다. '에이즈가 지구를 멸망시킨다'고 선동하는 세력이 온·오프라인에 걸쳐 왕성하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동성애자가 걸리는 병' '걸리면 죽는 병' '어딘가 몰래 숨어서 옮기는 병' 등 에이즈를 모르는 것이 아니라 '잘못 아는 것'이 문제다. 

이런 사회라면 잘못된 정보를 교정하고 이해를 돕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거짓 정보를 퍼뜨리는 이들이 혼란과 불안을 부추기지 않도록 제지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에이즈에 대한 오해가 확산하여 HIV 감염인들이 혐오에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부당한 차별이 정당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적어도 공공기관이라면 이런 노력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는 인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실제 공공기관의 대응은 어땠을까.

"최초 게시자 징계"... 학교의 책임은 정말로 없나?
 
HIV/AIDS관련 기사제목으로 만든 워드클라우드
▲ HIV/AIDS관련 기사제목으로 만든 워드클라우드 
ⓒ 타리(나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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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학교는 사건이 커지자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모든 관련 사항에 대해 다각도로 확인하고 있다"고 밝히며, 경찰서에 "최초 게시자의 신상을 확인해달라"고 수사의뢰했다. 그런데 도대체 무엇이 범죄란 말인가. 

거짓말이라서 허위 사실 유포죄가 성립된다? 최초 게시자가 장난 글이었음을 알리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 사건은 사실인지, 거짓인지 알 수 없던 때였다. 기숙사에 HIV 감염인이 입사했다고 소문을 내었으니 명예훼손죄? 하지만 이런 식이라면 대한민국에 HIV 감염인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대한민국의 명예가 훼손되는 것 아닌가. 만약 경찰서가 '에브리타임' 게시자를 잡아낸 것이라면 이는 심각한 인권침해가 아닐 수 없다. 

페이스북에서 난리가 난 다음 날, 최초 게시자는 학교를 찾아가 장난 글이었음을 밝혔다. 이에 학교 측은 징계를 검토할 방침이라고 했다. '장난이 장난으로 끝나지 않았으니 벌을 줄 수도 있다'라는 뜻이다. 그러나 장난이 장난으로 끝나지 않게 만든 책임을 그에게만 물을 수 있을까? 

'에이즈' 앞에서 어쩔 줄 모르고 게시자와 감염 사실 확인에만 허둥댄 학교 측에 더 큰 책임이 있지는 않을까? 적어도 확인해서는 안 될 것을 확인하려고 했고, 확인시켰다는 점은 이번 사태에서 가장 명백한 잘못이다. 

"SNS에 게시한 본인은 에이즈 환자가 아니며 생활관 입사생도 아님을 확인했습니다. 생활관 입사생과 학부모님들께서는 안심하고 생활하시기 바랍니다." 

불안은 잠시 유예되었을 뿐, 해소되지 못했다. 학교 측의 대응은 오히려 '감염인이 혹시라도 있지 않은지' 확인되기 전에 안심할 수 없음을 주장한 셈이다. 불안이 가라앉더라도 혐오는 가라앉지 않고 주위를 배회한다. 다시 또 어떤 공격대상을 만나면 '사태'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학교와 경찰 측 모두 학생들에게 "관리 책임자 기숙사에 HIV 감염인이 함께 생활하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다른 사람의 병력 정보를 알려고 해서는 안 되며, 에이즈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확산하는 글들은 올리지 마십시오"라고 전달했어야 한다.

그러나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문의를 받은 질병관리본부조차 안내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사람들을 안심시킬 기회를 놓쳤을 뿐만 아니라 색출에 동조했다. 

감염인의 인권에 대해서는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누군가에게는 '해프닝'으로 끝날 일이었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인권침해와 차별의 위험에 노출되었다. 

이제 다시 물어보자. 누가 잘못했는가. 불안은 죄가 아니다. 불안을 내버려 두거나 불안을 조장하는 것이 죄일 뿐이다. 오늘도 유튜브에는 '에이즈 혐오'를 선동하는 동영상이 떠돌고 있다. 어딘가에서는 수십 명이 모여 혐오를 전파하는 설교를 듣고 있다. 

다시 한번 묻는다. 이 사태의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가. 누가? 이런 일 하라고 정부가 있는 것이다. 불안의 가장 큰 책임은 국가에 있다.

에이즈 혐오를 선동하는 이들을 제재하고 에이즈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걷어내기 위한 다양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 HIV 감염인의 인권이 다시금 강조되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차별금지법제정연대와 HIV/AIDS 인권활동가네트워크의 공동기고글입니다. 글쓴이 미류는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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