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글을 쓰는 데 있어서 누군가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을 뮤즈라고 보통 칭한다. 가장 기본적인 감정이자 창작하는 원동력을 만들어준다. 모든 일은 이유 없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벌어진 것에 후회하는 것보다 그걸로 인해 만들어진 물길을 좋은 방향으로 돌리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다.

왜 이때 구례를 찾게 된 것일까. 그리고 구례를 대표하는 축제인 산수유 축제장을 찾아갔으며 때마침 그곳에 벽화로 그려져 있는 어린 왕자를 만나게 된 것일까. 모든 것이 하나에서 시작해서 둘과 셋, 넷으로 이어졌다.
  
축제장입구
▲ 구례 축제장입구
ⓒ 최홍대

관련사진보기


올해 봄꽃의 향연이라는 구례 산수유꽃의 콘셉트는 바로 영원한 사랑이다. 오는 16일부터 시작될 산수유꽃은 아직 50% 정도 피었지만 분위기만큼은 영원한 사랑을 느끼게 해주고 있었다. 열매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꽃부터 피어야 한다. 꽃이 피지 않고 열매를 맺지 않다. 사랑 역시 마음을 끌어야 하는 과정인 마음의 꽃 피우기를 통해 결실을 맺게 되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이나 자연의 섭리 역시 닮아 있다. 
 
벽화
▲ 어린왕자 벽화
ⓒ 최홍대

관련사진보기

 
어떤 지역의 공간과 사람과의 관계나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가 가까워지는 것은 관계의 가역성 (可逆性)에서 관계의 비가역성 (非可逆性)으로 가는 것과 비슷하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아닌 관계이기에 어떤 방향과 느낌으로 가게 될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지만 관계가 가까워지고 친밀해질수록 어떤 한 방향으로 관계가 좁아지기 시작한다. 장점이라면 전에는 못 본 좋은 점을 볼 수 있다는 것이고 단점이라면 관계가 잘못되면 돌아가지 못하고 나쁜 감정만 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어린왕자
▲ 문구 어린왕자
ⓒ 최홍대

관련사진보기

 
구례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쓰게 되면서 어린 왕자를 만난 건 좋은 일이었다. 어린 왕자가 필자에게 주는 의미를 다시 되새길 수 있었기에 그렇다. 처한 상황과 나이에 따라 어린 왕자를 마치 돌연변이 같이 다른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리고 그 메시지는 항상 따뜻하고 친절했다. 
 
어린왕자
▲ 문구 어린왕자
ⓒ 최홍대

관련사진보기

 
"나는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아주 귀한 꽃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지"
"네 장미꽃을 그렇게 소중하게 만든 것은 그 꽃을 위해 네가 소비한 시간이란다."

어떤 지역이나 축제장을 가지고 위해서는 분명 시간을 소비해야 한다. 사람을 만나는 것과 비슷하다. 그 사람을 위해 생각하고 배려하는 시간이 헛되었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어떤 지역으로 오게 하기 위해서는 그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도록 배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해 주는 건 기적이야."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란다."
 
얻는일
▲ 사람마음 얻는일
ⓒ 최홍대

관련사진보기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 가장 어렵다. 그것은 시간이 지나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가 않는다. 루비보다 붉은빛으로 탐스럽게 익는다는 산수유는 신장을 보호하고 몸을 단단하게 해 준다. 그 산수유 열매를 만드는 꽃은 양서화로서 3월에 잎보다 먼저 노란색으로 피며  꽃잎은 4개이고 긴 타원 모양 바소꼴이며, 수술 4개, 암술 1개이다. 
 
산수유
▲ 산수유길 산수유
ⓒ 최홍대

관련사진보기

 
다음 주가 되면 산수유꽃이 흐드러지게 필 이곳은 산수유길이라고 명명되어 있다. 산수유가 고급 한약재로 잘 팔리던 시절에는 이 나무 하나만 있으면 자식을 대학에 보낼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그래서 '대학나무'라고도 이 지역 사람들은 부르고 있다. 
 
축제장
▲ 축제장 축제장
ⓒ 최홍대

관련사진보기

 
하동도 지리산으로 인해 맛이 남다른 대봉감이 나오듯이 구례의 산수유 역시 지리산의 영향을 받아 그 품질이 매우 우수하다고 한다. 사과산(malic acid)이 가장 많이 검출되어 신맛이 강한 독특한 맛을 가지고 있는데 하동에 차나무의 역사가 전해져 오고 있듯이 실제로 우리나라 최초 산수유 시목이라 여겨지는 산수유나무가 구례군 산동면에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다. 
 
안내
▲ 축제장 안내
ⓒ 최홍대

관련사진보기

 
지금 축제장의 입구는 축제를 준비하기에 한창이었다. 올해 산수유축제를 보러 왔다면 산수유 군락지와 산수유 시목지를 둘러보고 마을마다 내려오는 이야기를 천천히 살펴보는 것도 권할 만하다. 중국에서는 9월 9일을 중양절이라고 하여 사람들은 국화를 감상하고 산수유 나뭇가지를 머리에 꽂으며 술을 들어 산에 올라가 마음껏 마시는 풍습도 있다고 한다. 

문경하면 오미자, 구례 하면 산수유다. 산수유축제가 열리는 곳에 조성되어 있는 산수유 사랑공원은 영원불멸의 사랑을 모티브로 만드러 진 곳이다. 연인이 산수유 꽃이나 열매를 선물하면서 사랑을 맹세하면 영원히 헤어지지 않고 액운을 면한다는 설화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사랑공원
▲ 사랑공원 사랑공원
ⓒ 최홍대

관련사진보기

 
사랑놀이 하기에도 좋지만 축제장에 오면 다양한 체험행사가 준비되어 있으니 직접 경험해보는 것도 좋다. 산수유 꽃길 따라 봄 마중(걷기 체험),  산수유 떡 만들기 체험·경연행사, 영원불변의 하트지 남기기, 산수유 디지털 아트 체험, 사랑의 열쇠 걸기, 찾아가는 놀이마당, 유아놀이 체험, 코스프레 의상체험 등을 해볼 수 있다. 
 
사랑공원
▲ 사랑공원 사랑공원
ⓒ 최홍대

관련사진보기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은 쉽게 할 수도 있지만 쉬우면 쉽게 문제가 생긴다.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으라는 말이 아니라 정성을 다해 마음을 끄는 일만이 가장 빠른 길이다. 

"음(陰)을 왕성하게 하며 신정과 신기를 보하고 성기능을 높이며 음경을 단단하고 크게 한다. 또한 정수(精髓)를 보해 주고 허리와 무릎을 덥혀 주어 신을 돕는다. 오줌이 잦은 것, 늙은이가 때 없이 오줌 누는 것, 두풍과 코가 메는 것, 귀먹는 것을 낫게 한다" - 동의보감
 
꽃
▲ 산수유 꽃
ⓒ 최홍대

관련사진보기

 
삶을 유지하면서 살다 보면 생각하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날 때가 있다. 많은 것을 알았다고 생각할 때 의외의 것이 나오기도 한다. 같은 노란색 꽃이지만 개나리보다 일찍 깨어나서 봄을 알리는 산수유 꽃은 그 생김새가 영원한 사랑이라고 말할 만하다.

문헌으로는 '삼국유사'에 신라 경문왕(861~875) 때 처음 등장하는 산수유는 예부터 우리 조상들의 삶과 함께 해온 친숙한 나무이기도 하다. 밤이면 대나무 숲에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말이 들리자 임금님은 대나무를 다 베어버리고 새로 나무를 심었는데 그 나무가 바로 산수유이다.


"영원한 사랑을 찾아서" 제20회 구례 산수유 꽃 축제
전남 구례군 산동면 지리산온천관광단지 일원
2019.3.16.(토) ~ 24.(일)

태그:#산수유, #산수유꽃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무엇이든지 쓰는 남자입니다. 영화를 좋아하고 음식을 좋아하며, 역사이야기를 써내려갑니다. 다양한 관점과 균형적인 세상을 만들기 위해 조금은 열심이 사는 사람입니다. 소설 사형수의 저자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