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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은 마녀사냥을 멈춰라 구호가 적힌 피켓
▲ 대학은 마녀사냥을 멈춰라 구호가 적힌 피켓
ⓒ 한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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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12일 오후 2시 52분]

8일, 보신각 앞에서 여성의 날을 맞아 '성균관대 성평등 어디가' 외 30여 개의 대학 여성주의 단체가 '마녀행진 대학 페미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학생회 후보가 페미니스트로 밝혀지자 욕설이 쏟아지고, 성추행 남교수가 3개월 정직 처분만을 받았으며, 다섯 개의 캠퍼스에서 총여학생회가 폐지되는 등의 대학 내 반여성주의 분위기를 비판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백래시에 대해 주최측은 "마녀사냥과 다를 것이 없다"며 "대학에 페미니즘 정치와 페미니스트 대표자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여자애들이 시끄럽게 뭐하는 거야"

행진은 보신각에서 광화문까지 이어졌다. 구호를 외치고 있는데, 지나가던 할아버지가 "여자애들이 시끄럽게 뭐하는 거야"라며 웃었다.

학생사회가 소수자 학생들을 보는 시선도 할아버지의 말 한마디로 요약된다.

2018년 6월에는 연세대 총여학생회 지지 현수막이 칼로 찢겼다. 12월에는 견학 온 남중생들이 숙명여대의 페미니즘 대자보를 훼손한 사건도 있었다.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페미는 정신병, 피해망상", "대가리가 없어서 페미를 한다"며 조롱하는 글이 수두룩하다.

8일 고려대 정경대 후문에 붙은 여성의날 기념 대자보에는 연대의 말을 쓸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그러나 그곳마저 '일간베스트 회원 일동이 석순(고려대 여성주의 교지) 회원을 응원합니다'나 '군가산점 부활' 등 논점에 맞지 않고 페미니즘을 조롱하는 말이 쓰여 있다.
 
 8일 고려대 정경대 후문에 붙은 여성의날 기념 대자보에 적힌 글들.
 8일 고려대 정경대 후문에 붙은 여성의날 기념 대자보에 적힌 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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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행진 참여 단체 '행동하는 이화인'은 "반여성주의자들이 페미(니스트)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이렇듯 대학사회는 피해 경험을 고발하는 학생에게는 피해 사실 자체를 의심하며, 소수자 집단은 낙인찍고 조롱한다. 차별하지 말라고 요구하면 "시끄럽다"며 입막음한다. 그들에게 처절한 외침은 시끄러운 소음일 뿐이다.

하지만 마녀행진에서 여자 대학생들은 '시끄럽게' 생존권을 요구했다. 주최측은 "수많은 고발자들이 마녀로 살아내고 싸워서 마침내 이겨내고 있듯이, 대학의 마녀들도 끈질기게 살아남아 더 많은 여성주의가 필요하다고 외친다"고 말했다.

"여성주의 없이 민주주의는 없다"
 
행진 시작 전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 참가자들이 대학 내 성차별을 적은 피켓을 들고 있다.
▲ 행진 시작 전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 참가자들이 대학 내 성차별을 적은 피켓을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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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의 없는 민주주의, 소수자를 지워버리는 다수결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폭력이다.

애비게일 애덤스는 미국 독립선언문 초안 작성을 맡은 자신의 남편에게 여성의 권리를 빼지 말라고 경고한다. 남편은 "All men are created equal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났다)"라고 적는다. 하지만 All men은 '모든 남성'이라는 뜻이었다. 여성에게는 해당되지 않았다. 남성만을 위한 민주주의였다. 책 <처음 읽는 여성 세계사>에 나오는 이야기다.

1776년 미국의 이야기가 2019년 한국의 대학사회에서 비슷하게 일어난다.

대학교 총여학생회 폐지가 대표적이다. 기득권이 민주주의라는 명목으로 소수자 자치단체의 존폐를 논한다. 이는 한쪽만을 위한 반쪽짜리 민주주의다.

행진에 참여한 연세대 재학생 정아무개씨는 "총여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어떤 논리를 가져와도 듣지 않고 다수결로만 몰아붙인다"고 말했다. 정씨는 "총여 관련 사항을 의결하는 중앙운영위원회도 절대다수가 남자"라며 "소수자 자치단체의 존폐를 기득권 다수가 결정하면서 민주주의라고 논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는 도덕을 이유로 주먹조차 쥐지 못한다"
  
대학교에서는 페미니스트를 낙인찍고 처형하는 '마녀사냥'이 일어난다. 이들이 페미니스트를 '처벌'하는 과정은 매우 비도덕적이다.

행진 참여자에 따르면, 과 내 페미니즘 소모임에 학생회를 통한 압박이 들어오기도 했다. 페미니즘 언급을 하면 개인 SNS에서 번호를 알아내 욕설과 협박, 폭언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밖에도 위에서 언급한 페미니즘 대자보와 현수막의 물리적 훼손, "피싸개"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의 심각한 비방 등도 일어난다.

그러나 그들은 대학 페미니스트에게 완전무결한 도덕성을 강요한다. 행진 참여자는 발언 중 "우리는 도덕을 이유로 주먹조차 쥐지 못한다. 약자의 도덕은 강자의 핑계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여성에게 불가능한 정도의 도덕적 의무를 부과하여 이를 벗어나는 여성을 징벌하는 남성 권력의 행위가 숨 쉬듯이 일어난다"라고 덧붙였다.

대학 내 반여성주의자들은 여성주의가 모순적이라고 말한다. 성평등을 주장하면서 여성의 권리만 내세운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자신의 비도덕성은 성찰하지 않으면서 소수자에게 자신의 입맛에 맞는 도덕을 강요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모순적인 행위다. 또한 타인의 도덕성을 자기 잣대로 평가할 수 있는 남성 권력을 입증하는 일이다.

"가해자의 명예보다 피해자의 목숨이 중요하다"
 
행진을 하는 참가자들 보신각에서 광화문까지 구호를 외치며 행진을 진행하고 있다.
▲ 행진을 하는 참가자들 보신각에서 광화문까지 구호를 외치며 행진을 진행하고 있다.
ⓒ 한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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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에 서울대 사회학과 H 교수가 수년간 성폭력을 저질렀다고 논란이 일었고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올해 2월, 서울대에서 피해 학생이 서어서문학과 A 교수의 성추행을 고발했지만 징계는 똑같이 '정직 3개월'에 그쳤다.

이에 대해 '관악 여성주의 학회 달'은 행진에서 "가해 교수의 명예가 피해자의 목숨보다 중요하지 않다"며 "피해자 인권은 안중에 없이 권력자 중심으로만 작동하며 인권을 저버린 서울대학교 인권센터를 규탄한다"고 발언했다.

이렇듯 대학 내 성폭력 피해자의 고발에 돌아오는 것은 솜방망이 처벌과 2차 가해다. 이 때문에 많은 성폭력 피해 학생들이 신고를 망설인다. "피해자는 일상으로, 가해자는 감옥으로"를 외치지만 현실은 피해자가 보이지 않는 감옥 속에서, 가해자는 보호받는 일상 속에서 사는 경우가 많다.
  
"대학은 우리를 지우고, 막아내고, 꺾으려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대학을 바꿔 나갈 것입니다. 여혐 대학 불태우자."

함성이 뜨거웠다. 참여자 모두 공감하고 연대했다. 마지막에는 구호로 "무한! 증식! 페미!"를 외쳤다.

페미니스트가 되는 이유는 성차별을 마주하고 부당하다 느꼈기 때문이다. 남성들이 페미니스트를 야유하고, 성차별을 계속할수록 페미니스트는 많아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페미니즘 운동을 방해하든, 하지 않든, 대학에서 페미니즘에 공감하는 여성이 '증식'하는 것은 필연적인 역사의 수레바퀴다. 행진의 구호처럼 "결국에 불타는 건 가부장제"이고 "결국에 불타는 건 성차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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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약자의 인권을 위해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