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018년 11월 베를린시는 3월 8일 여성의 날을 공휴일로 지정하였다. 독일 16개 주 중 최초로 시도한 것 이다. 학교, 유치원 및 공공기관을 비롯해 상점과 슈퍼마켓도 여느 공휴일과 다를 바 없이 문을 닫았다. 독일 최초로 여성의 날을 공휴일로 지정한 베를린시의 여성의 날 시위 풍경은 어떠했을까.
 
"아침에 당신이 아프면 무슨 일이 일어나나요?", "자기만을 위한 시간이 하루에 얼마나 되나요?" 등 다양한 질문과 행동방침이 적힌 여성 파업 포스터
▲ 여성파업 질문 포스터 "아침에 당신이 아프면 무슨 일이 일어나나요?", "자기만을 위한 시간이 하루에 얼마나 되나요?" 등 다양한 질문과 행동방침이 적힌 여성 파업 포스터
ⓒ 이은서

관련사진보기

 
먼저 2018년부터 독일 전역의 여성 단체들은 전 세계 여성들과 연대해 3월 8일 낮 12시 회사, 슈퍼마켓 계산대, 전업 주부 등 자기가 있는 자리에서 일제히 파업 (Frauen Streik)할 것을 계획하였다. 하지만 베를린에서는 이날이 공휴일로 지정되었기 때문에 파업 시위는 크게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육아, 집안일 등 보이지 않는 여성의 노동에 대한 의미는 부각되었다. 여성 파업 주최 측은 "우리가 일하는 것을 멈추면, 세상은 멈추어 있을 것이다. 그러면 남자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깨달을 것이다. 아이와 집안일은 모두 남자들에게 맡기고, 여성은 친구와 함께 샴페인을 마시며 쉬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베를린 외국인 여성들 중심으로 조직된 시위이다.
▲ 베를린 여성감옥 앞에서 시작된 시위 베를린 외국인 여성들 중심으로 조직된 시위이다.
ⓒ 이은서

관련사진보기

3월 8일 여성의 날 시위는 오후 2시에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 그리고 4시에 베를린 여성 감옥 앞에서 진행되었다. 동베를린 지역에 있는 여성 감옥은 동독 시절 동독체제반대 운동에 가담했던 여성들이 수감된 곳이었다. 현재는 수단 출신의 이민자 여성이 정치적 이유로 부당하게 수감되어 있기 때문에, 주최 측인 국제여성공간(international women space)은 이에 대한 항의의 의미에서 이곳을 행진의 시작점으로 삼았다.
 
행진을 시작하는 시위대
▲ 행진 행진을 시작하는 시위대
ⓒ 이은서

관련사진보기

특히 베를린 여성 감옥 앞의 시위는 이민자, 난민, 외국인 여성들이 주축이 되어 조직한 시위로, 2018년 한인 식당 주인의 성추행 사건을 계기로 결성된 미투 한인 여성 그룹(Metoo-KoreanerInen)과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촉구 운동을 진행해 온 코리아 협의회(Korea Verband)도 참석하여 발언하였다.
 
미투 한국여성 모임 박선민 씨가 발언하고 있다.
 미투 한국여성 모임 박선민 씨가 발언하고 있다.
ⓒ 이은서

관련사진보기

미투 한인 여성 그룹의 박선민씨는 "한국에서 우리는 남성과 동등한 인간이 아닌 '여성'이었고 독일에서는 같은 인간이 아닌 '동양인 여성'으로 대상화된다"면서 "이러한 불편한 시선과 성차별, 고정된 성 역할 강요, 가부장제의 모순, 여성혐오를 비롯한 모든 종류의 여성폭력에 반대하고자 이 자리에 섰다"고 발언하였다.
 
코리아협의회 한정화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코리아협의회 한정화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 이은서

관련사진보기

코리아 협의회의 한정화, 채혜원씨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에 대한 촉구를 요구하며, "이는 한국과 일본에 관한 과거의 문제가 아닌, 지금도 전 세계 전쟁터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성의 몸에 대한 폭력에 관한 문제"임을 강조했다.
  시위는 축제였다. 형형색색의 깃발과 독일어, 영어를 비롯한 각국의 언어로 이루어진 구호, 골목골목에서 게릴라처럼 등장해 시위대를 응원해 준 대형 현수막과 폭죽, 주머니에 베를린 맥주를 끼고, 주변의 다양한 국적의 여성들과 함께 신나게 춤추고 노래하면, 소리를 듣고 창문 밖으로 냄비를 들고나와 응원하는 또 다른 여성들까지.

이 축제의 구호가 일상에 깊이 자리잡는 그날까지 베를린의 세계 여성들은 이 혁명적인 축제를 매년 만들어 낼 것이다.
 

태그:#여성의날, #베를린, #독일, #여성의날시위, #베를린시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