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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국종 교수에 대해 알게 된 계기는 그의 강연이었다. 강연 속의 그는 핸드폰을 들고 지금 김영란법 때문에 청탁을 할 수 없음에도 핸드폰에 문자가 수백 통이 온다고 했다. 하지만 육체 노동을 하거나 사고를 당해 크게 다친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의사에게 연락을 할 수 없다고 했다. 굉장히 간단하고 명징하게 이해되는 말이었다. 말도 잘하고 자신의 생각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국종 교수는 날카로우면서도 심지가 굳어 보였다. 실제로 그는 중증외상센터와 관련하여 일관된 목소리를 냈고, 쉽게 굽히지 않는 성격 덕에 몇몇 정치인과의 논쟁에 휘말리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생각하는 외상외과의 업무에 대해 강한 신념과 직업 윤리를 가진 사람으로 보였다. 위로는 날카롭고 아래로는 성실하니 사람들이 그를 좋아할 만했다.

그런 이국종 교수가 낸 책이 <골든아워>다. 이 책은 출간 한 달 반 만에 20만부가 팔렸다고 한다. 그의 대중적 인기를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였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쉽게 페이지를 넘기기는 어려워 보였다. 무겁고 답답한 면이 적나라하게 펼쳐져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제야 읽었는데, 역시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었다.
 
 골든아워
 골든아워
ⓒ 이국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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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아워>는 석해균 선장과 북한군 탈영병을 치료한 것으로 유명한 아주대학교 외상센터 이국종 교수가 아주대병원 의사로 근무하면서 겪은 일을 정리한 책이다. 통글이 아닌 짧은 단편의 글을 묶은 것이다. 골든아워 1권은 2002년부터 13년까지의 기록을, 2권은 13년부터 18년까지의 기록을 다룬다.

이 책은 아주대학교 외상센터에서 처절하게 사람을 치료했던 의사의 기록이다. 인간 이국종의 삶이 주가 아니다. 자신에 대한 이야기는 다른 사건을 묘사하거나 회상하는 순간 스쳐 지나갈 뿐이다. 해군에서 군복무를 하고, 아주대학교에 들어가고, 교수가 되어 헬기를 타고 진료를 나가지만 본인 스스로에 대한 사적인 내용은 다른 사건에 대한 묘사에 비해 적은 편이다.

그가 하고 싶은 말은 일관적이다. 더 많은 사람들을 구할 수 있는 의료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꼭 해야 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시스템이 없는 현재는 수많은 치료가 스스로의 삶을 갈아 넣은 의사와 간호사의 희생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내용과 참담한 심정을 묘사한 글이 가득해서 책이 무겁다.

시스템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알지만, 시스템이 완전하게 구축되는 데는 어마어마한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그런 시스템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의지가 결연한 사람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부어야 한다. 이는 쉽지 않은 일이고 대개 안정적인 시스템이 구축되지 못한 대가로 실무자들이 혹사와 과로에 시달리게 된다는 내용이 책에 자주 등장한다.

저자는 안정적 시스템이 부재한 환경 속에서도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젊었을 때 한 해군과 만나서 배운 논리가 인생의 방향타가 되었다고 한다. 그 후 한편으로는 자신의 시력과 건강을 희생해서 치료에 전념하고, 한편으로는 선진적인 외상치료 시스템 구축을 부르짖는 삶을 살게 된다.
 
 원칙을 지켜야 한다. 하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서 옳은 것을 주장하며 굽히지 않는다. 안 될 경우를 걱정할 것 없다. 정 안 되면 다시 배를 타러 나가면 그뿐이다. 나쁜 보직을 감수할 자세가 있으면 굳이 타협할 필요가 없다. 원칙에서 벗어나게 될 상황에 밀려 해임되면 그만하는 것이 낫다. -43P

그는 선진국의 외상센터를 살펴본 후, 한국에도 선진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백방으로 노력했다. 헬기 등을 활용한 빠른 이송과 적절한 인력이 시급했다. 그러나 시스템 구축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시작된 외상센터 사업의 운영도 이해 혹은 이해 관계가 다른 사람들 때문에 난항을 겪는다.

책은 수백 페이지에 걸쳐 사람을 살리는 일은 숭고한 일이지만, 사람을 살리는 정책이 만들어져서 운영되는 일은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보건 의료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의 수 자체가 많지 않다.

게다가 협조자가 등장해서 조직이 운영되다가도 협조자가 사라지면 그대로 조직이 적대적으로 변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런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싫다는 뜻을 표시하기 보다는 우회적으로 거절과 압박을 가함으로써 반대의 의사를 표시한다.

저자는 중간관리자이자 실무진의 위치에 있다. 밑으로는 외상센터 가족들을 위해서 잠바도 챙기고 직원들이 아프면 고통도 공감해야 한다. 위로는 적자가 쏟아지는 조직에 대해 옹호하고 적대적인 사람들에 대한 방어 논리를 펴야 한다. 자신과 전혀 관련 없는 일에 대해 학회가 책임을 돌려도 적극적으로 따지기도 어려운 처지다.

이 과정에서 이국종씨는 다양한 종류의 비난을 받는다. 의사 사회에서 유명해지는 것 자체가 굉장히 불안한 일인데, 외상센터 건으로 언론에 오르내리고 유명인사가 되면서 그를 싫어하는 사람이 늘었다.

기본적으로 돈이 되지 않는 일을 하기 때문에 항상 대학 병원 내에서 지위는 항상 불안정했다고 한다. 중증 외상 치료 자체가 부유한 소수의 사람들보다는 돈이 없고 작업 환경이 불안정한 육체 노동자들에게 집중되기 때문이다. 책에는 건설 노동자가 환자로 자주 등장하는데, 아무리 치료를 잘 해도 병원 재정에 도움이 되기는 어려워 보이는 치료가 많이 언급된다.

건강 상태가 좋은 석 선장을 이용해 힘든 치료를 한 척 이름을 팔았다는 비난도 받았다. 역사가 짧은 아주대 병원 의사라서 딱히 오해를 해명해 줄 선배도 없었다. 이송을 위해 헬기를 띄우면 시끄럽다고 민원도 많이 받았다. 그렇지만 저자는 자신의 후배 의사가 중증 외상 의료 시스템을 이끌고 나가는 때를 위해, 그때까지는 해보고 버텨야 한다는 생각에 해 나가기로 한다고 말하면서 문장을 마친다.

이 책은 삶에 대한 태도와 직업 윤리, 책임감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다. 책의 구도는 소설가 김훈의 <칼의 노래>와 비슷하다. 별다른 정치력이 없는 것으로 묘사되는 중간관리자이자 실무진이 사람의 생과 사를 놓고 음해에 시달리면서 몸과 마음이 상해가는 과정이 특히 그렇다.

읽는데 약간의 거리두기는 필요하다. 저자는 정책에 대한 입장이 확고하고 나름의 정치적 가치관도 있다. 다만 이를 필요한 때 필요한 만큼만 보여줄 뿐이다. 저자 자신의 내면에 대해서 명확한 문장으로만 논하는 부분은 많지 않다. 때문에 독자는 저자의 입장을 생각하면서 페이지를 넘기는 것이 좋다. 저자가 갈등을 겪은 몇몇 일화는 추가적으로 인터넷 검색을 통해 기사를 찾아보는 것도 좋다.

이 책에는 환자를 치료하는 저자의 노력 이외에 외상센터를 바라보는 병원내외의 분위기, 정치인들에 대한 태도, 일화를 통해 묘사되는 의사업계의 생리 등을 묘사한 이 책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귀한 이야기가 많다. 저자의 입장을 생각하고 이런 이야기를 바라보면 그냥 읽는 것과는 차이가 있는 울림이 생긴다는 점에서 두 번 읽어도 좋은 책이다.

골든아워 1 - 생과 사의 경계, 중증외상센터의 기록 2002-2013

이국종 지음, 흐름출판(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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