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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기숙사 문제 대담에 참석한 대학생 김경서씨, 민달팽이유니온 최지희 대표, 민달팽이유니온 김세현 회원, 대학생 서주은씨.
 대학 기숙사 문제 대담에 참석한 대학생 김경서씨, 민달팽이유니온 최지희 대표, 민달팽이유니온 김세현 회원, 대학생 서주은씨.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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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들이 학생들은 전국에서 다 받으면서, 정작 학생들 주거 공간에 대한 책임은 방기하는 거죠" (김경서, 대학교 3학년 재학)

"기숙사가 부족하다보니, 열악한 시설이나 과도한 규제 등 질적인 문제에 대한 지적은 나오지 않아요. 그냥 기숙사 입사만 하면 감사하니까요" (김세현, 민달팽이유니온 회원)
 

<오마이뉴스>는 지난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청년주거권단체인 민달팽이유니온 관계자, 대학생들과 함께 기숙사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기숙사 문제와 관련해 당사자인 대학생들의 입장을 듣기 위해서였다. (관련기사:"기숙사 오면 전멸"… 곳곳서 표류하는 대학 기숙사)

이 자리에는 최지희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과 김세현 회원, 대학에 재학 중인 김경서씨와 서주은씨가 함께 했다. 모두 대학 기숙사 부족 문제를 겪었거나 겪고 있는 이들이었다.

먼저 기숙사 부족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지난 2018년 4월 기준 서울 소재 4년제 대학 캠퍼스 33곳의 정원 대비 기숙사 수용률은 평균 14.15%(사학진흥재단 자료)였다. 서경대(수용률 5.1%)와 한성대(6.3%), 동국대(7.5%), 한국외대(7.5%), 서울시립대(8.1%) 등 주요 대학들의 수용률은 10%를 밑돌고 있다.

 
대학생 서주은씨.
 대학생 서주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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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주은(아래 서)-기숙사에 들어가지 않아 지금 통학을 하고 있다. 친구들만 봐도 2명 중 1명은 기숙사에 떨어져서 통학이나 자취를 해야 한다. 자취를 하는 친구들은 월세 50~60만원? 기숙사보다 훨씬 비싼 월세를 내야 하니, 경제적 부담이 만만치 않다.

최지희(아래 최)-학교 다닐 때 기숙사는 워낙 경쟁률이 치열하다고 해서 아예 지원조차 포기했었다. 기숙사 수용률에 대해 통계가 있는데, 실질 체감률은 통계보다 훨씬 더 낮다고 생각한다. 법대생이나 의대생, 외국인 전용 기숙사까지 포함한 수치이기 때문에, 일반 학생들이 기숙사에 입사할 가능성은 훨씬 더 적다.

김경서(아래 김)-학교 주변 원룸도 비싸서 아예 외곽에 밀려나서 사는 친구들도 많다. 학교가 신촌인데, 금천구나 구로구 이런 쪽에서 통학을 하려 하니, '인생이 힘들다'고 토로한다.


기숙사 입사가 자체가 어렵다보니 기숙사와 관련된 다른 문제는 거론되지 않고 있다. 통금시간을 정하고, 외박 횟수도 제한하는 등 학생들의 자율성 침해 문제는 아예 뒷전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민달팽이유니온 김세현 회원.
 민달팽이유니온 김세현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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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현(아래 세현)-공급이 주된 이슈다보니 다른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 처음 보는 사람과 같이 공동 생활을 하고, 군대식 점호를 하고, 출입을 통제하는 등 기숙사와 관련된 문제가 많다. 기숙사 한 방에 여러 명이 살면서 적정 주거면적도 제대로 확보되지 않는 것도 있다. 그런데 실태 조사를 하면 기숙사생 만족도가 굉장히 높다. '원룸보다 싼 기숙사에 그냥 들어가 살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대학 기숙사 부족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다. 기숙사 건립에 소극적인 대학들, 기숙사 건립에 따라 피해를 보는 주변 임대사업자들의 반대, 현재 기숙사 부족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정부의 정책 제도의 문제 등이다.

"대학들이 기숙사 확보에 별 관심 없어, 제도적 장치도 미비"

최 위원장 등은 주민 반대보다 대학과 제도의 문제가 더 크다고 지적했다.

 
민달팽이유니온 최지희 대표.
 민달팽이유니온 최지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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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속된 말로 대학들이 양아치다. 대부분 대학들이 기숙사 확보 문제에 별 관심이 없다. 학교 돈으로 짓는 재정기숙사보다 민자 기숙사에 눈을 돌린다. 손 안대고 코풀고 싶은 거다. 민자기숙사는 이윤을 뽑아내려다보니 비용을 입사생에게 전가시키고 있다. 물론 정부가 이를 규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도 마련하지 못한 것도 잘못이다.

김-사실 지방정부에게 청년들은 '떠돌이' 같은 존재다. 그냥 그 지역에 잠깐 머물다 가는 사람 정도. 그러다보니 지자체들은 학생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거나 손을 들어주기보다 주민 의견에 정치적으로 더 기울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구청장들이 그렇다.

세현-청년 의원들이 구의원이나 시의원 당선되기도 하는데, 조금 기대는 했다. 기숙사 문제에 대해 해결 의지가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데 그렇게 당선된 사람들이 이후에 기숙사 문제 해결을 위한 자리를 열거나 하는 것을 단 한 번도 본적이 없다. 결국 청년들은 잠깐 살다 갈 사람이라는 생각이 깔려있는 거다.


대학마다 천차만별인 기숙사 임대료 문제도 이야기를 꺼냈다. 한국사학진흥재단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 연세대와 홍익대, 건국대 등의 기숙사 1개월 임대료는 60만 원(1인실 기준)대 수준이다. 연세대는 66만3000원, 홍익대 63만 원, 건국대 60만 원으로 원룸 임대료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서울 지역 기숙사인데 연세대는 66만원, 광운대는 17만원

반면 서울대와 한성대, 광운대 등의 기숙사(1인실) 임대료는 10만 원 대였다. 광운대 17만3000원, 서울대(관악) 18만3000원, 한성대 18만5000원 등이었다. 같은 서울 지역 학교인데도 기숙사 임대료 월 40만 원가량 차이가 나는 것이다.

최-학교 재정의 문제다. 학교 재정과 기숙사 재정이 분리되지 않은 채 운영되고 있고, 학교에선 쌈짓돈 빼가듯 기숙사 비용을 끌어다 쓴다. 그렇게 쌈짓돈을 확보해야 하니 기숙사의 연간 인상률도 높고, 원룸과 비슷한 수준의 임대료가 책정되는 것이다.
 

 
대학생 김경서씨.
 대학생 김경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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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학들을 상대로 기숙사 운영 비용에 대한 회계 정보를 공개하라고 요구해도 요지부동이다. 심지어 소송을 해서 이겼는데도 정보를 내놓지 않는다. 전화도 안받고 못주겠다고 하면서 버틴다.

최-임대료 문제를 이야기하기 위해선 우선 정보공개가 투명하게 돼야 한다. 이 월세가 적절한 건지. 폭리를 취하는 건지. 자료를 근거로 정확하게 얘기해야 할 것 같다. 민달팽이유니온이 대학들을 상대로 기숙사 운영 비용에 관한 정보공개 청구를 계속하는 이유다
.

기숙사 부족과 임대료 양극화 현상 해소에 대한 해결책을 묻자 임대료 제한 등 다양한 답변이 나왔다. 당장 현실화되기 어려운 것들도 있었지만, 지역 주민들과의 상생 방안 등에 대한 아이디어도 제시가 됐다.

세현- 민간에 영세한 임대업을 하는 지역 주민들의 집들은 공공과 학교가 함께 매입해, 그걸 기숙사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수 있다. 기숙사 규모를 확충하면서 동시에 지역 주민들 반발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서- 임대료가 저렴한 공공기숙사를 많이 확보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주변 임대료도 자연스럽게 조정이 될 거고, 대학마다 양극화된 기숙사 임대료 현상도 완화될 것이다. 또 기숙사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서 이 돈이 과연 어떻게 쓰이고 있나, 견제할 제도적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최-기본적으로 대학에서 의무적으로 기숙사를 확보하도록 강제하는 규제 내지 가이드 라인이 필요하다. 기숙사 임대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규제나 이런 것들이 도입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편 좌담회를 참관한 정동영 의원실 관계자는 "대학들이 일정 비율 이상의 기숙사 확보를 의무화하도록 하는 제도적 개선책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면서 "대학 기숙사 운영과 관련해, 공개되지 않는 정보들도 들여다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다"라고 밝혔다.

 
대학 기숙사 문제 대담에 참석한 대학생 김경서씨, 민달팽이유니온 최지희 대표, 민달팽이유니온 김세현 회원, 대학생 서주은씨.
 대학 기숙사 문제 대담에 참석한 대학생 김경서씨, 민달팽이유니온 최지희 대표, 민달팽이유니온 김세현 회원, 대학생 서주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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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기숙사, #임대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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