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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년들의 섬'
 책, "소년들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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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들의 섬'이라는 상투적인 제목과 함께 흑백으로 처리된 표지 디자인이 눈을 우울하게 만들었다. 표지에 나오는 여러 단어. '선감도', '지옥의 수용소', '박정희', '성폭력', '일제', '잔혹사' 이런 단어들이 여러 날 책을 펼치지 못하게 했다.

새로우면서도 전혀 새롭지 않을 이야기들. 아픈 과거를 살려낸 저자의 노력을 살펴보자는 마음보다 내 마음을 무겁게 만들 책을 쳐다보고 싶지 않은 마음이 앞섰다. 야만적 식민지 쟁탈 시대와 '2차 세계전쟁', 공산 진영의 처절한 전쟁을 다 겪고, 그마저 부족해 군사독재까지. 징글징글한 세상에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이 단어들을 보고 또 봐야 하는 우리나라 국민들이다.

선감학원 얘기는 그 중 하나, 그 가운데서도 아주 구석진 곳 어딘가에 있었던 이야기다. 선감학원은 일제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박정희 정권이 이어받은 시설이다. 일제와 독재정권은 깨끗한 도시, 아름다운 도시를 만들 목적으로 부랑아를 잡아들여 선감도에 수용한다. 많이 봐 온 이야기다. 멀리는 독일 아우슈비츠에서, 가까이는 소록도에서, 형제복지원에서.

책 <소년들의 섬>에는 '선감학원'에서 벌어진 폭력을 비롯한 갖가지 인권유린이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다. 이런 비극이 일게 된 정치적 배경도 책 곳곳에 녹아 있다. 어린 시절에 당한 인권유린이 피해자들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도 세심하게 들여다 보았고, 사실 대로 기록했다. 신뢰를 높이기 위해 당시 신문 기사도 책 말미에 실었다.

이 책은 '선감학원'이라는 야만적 공간의 역사적 의미를 학술적으로 정리한 책이 아니라 그 안에서 고통 받은 사람들이 한 얘기를 그대로 적은 책이다. 이 이야기를 열심히 들여다보고 싶지 않은 것은 나뿐이 아니었다. 피해자들도 돌이켜 기억해내고 얘기하는 것을 괴로워했는데, 이런 피해자들 심리까지 책 곳곳에 녹아 있다.

작가는 그들의 얘기를 긴 시간 동안 듣고 짧은 글로 만들어나갔다. 같은 얘기도 많고 다른 얘기도 많다. 다른 것은 인물이고 같은 것은 겪은 일이다. 탈출을 시도하지만 실패하기도 하고 성공하기도 한다. 탈출에 실패하고 두들겨 맞는 장면도 대부분 비슷하다.

먹을 것이 없어서 흙을 파먹고, 뱀과 쥐를 잡아먹는 얘기. 원생들 간의 폭력. 이로 인한 인간선 파괴. 심리학 연구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얘기들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그래도 다행히 모두 수용소 이후의 삶을 살았다. 그렇지 못하고 죽어서 나오지 못한 아이들도 많았다는 것을 책은 여기저기서 알려 준다.

선감학원을 겪지 않았다면, 그들의 삶은 과연 어땠을까

작가는 책에서 몇 가지 문제를 지적한다. '선감학원'과 같이 사회정화를 위해 특정인을 수용하고 교화하려는 정책의 부당함. 몇 명을 데려오라는 지시에 따라서 공무원과 경찰들이 마구잡이로 아이들을 잡아갔던 코미디 같은 공권력 행사. 수용소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인간성 말살과 피해자들의 삶.

그 중 작가는 마지막 얘기에 집중한다. 피해자들이 '선감학원'을 겪지 않았다면 이들의 삶은 어땠을까? 하는 얘기를 그는 책 곳곳에서 되풀이해서 말한다.

이 책은 역사서가 아니다. 연대를 기술하고 사건과 그 의의와 그 결과를 나열하되, 역사의 주역을 권력으로 세우는 역사서와 달리, 그 사건에 파묻힌 한 명, 한 명의 이름과 삶을 적어 나갔다.

그들의 아픈 삶을 읽는 고통만큼이나 불편함도 있었다. 부랑아 소탕이라는 명분으로 벌어지는 '아이 납치 사건들', 책에서는 보이지 않는 부모들의 애끓는 마음, 이들과 똑같이 선감학원에서 성장해 나이를 먹고 힘이 세졌을 방장들의 폭행, 탈출한 아이들을 붙잡아 종으로 부리는 섬 주민들. 한 마디로 사회 모두가 한 통속이었다는 사실이 불편함을 짙게 만든다.

그뿐이랴. 마을에서 부랑아를 사라지게 해줘서 좋다고 생각했을(?) 도시민들을 생각하면 더욱 불편해진다. 이 모든 것이 허구가 아니라 사실이었다는 점이 불편함을 꼭대기에 올려놓는다. 우리가 모두 한통속이었다는 사실이.

'국가가 왜 필요할까?' 하는 질문을 반복하는 작가의 마음이 읽힌다. 국가는 무엇일까? 이 질문과 함께 '개인의 행복을 국가가 짓밟지 못하게 하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하는 질문도 필요함을 느낀다.

작가 이민선은 우리를 정말 불편하게 하는 책을 한 권 던졌다.

소년들의 섬 - 일제가 만들고 군사정권이 완성시킨 선감학원 소년들의 잔혹사!

이민선 지음, 생각나눔(기획실크)(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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