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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횡령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6일 항소심에서 보석(보증금 등 조건을 내건 석방)으로 풀려나 서울 동부구치소를 나서며 측근들과 인사하고 있다. 2019.3.6
 뇌물·횡령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6일 항소심에서 보석(보증금 등 조건을 내건 석방)으로 풀려나 서울 동부구치소를 나서며 측근들과 인사하고 있다. 2019.3.6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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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가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 온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보석을 허가했다. 이로써 이 전 대통령은 지난 2018년 3월 구속된 이후 349일 만에 석방됐다. 이 전 대통령은 1심에서 뇌물과 횡령 등 혐의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후 항소를 제기해, 현재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29일 항소심 재판부에 보석을 요청했다.

변호인은 ▲ 법원 인사로 항소심 재판부가 새로 구성됨에 따라 구속 기한 내에 충분한 심리가 이뤄지기 어려운 만큼 방어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점과 ▲ 고령인 이 전 대통령의 건강상태도 고려해서 보석을 허가해야 한다는 점을 들었다. 변호인은 이 전 대통령이 당뇨 외에 수면무호흡증, 기관지확장증, 식도염·위염, 탈모·피부염 등 9가지 병명을 진단받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변호인 측은 "전문가들은 피고인과 같은 중증의 수면무호흡증에 대해 심각하게 판단하고 있고 돌연사 가능성도 높게 보고 있다"며 건강상태를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보석을 반대하는 검찰 측은 ▲ 재판부 변경으로 인한 심리지연은 보석 허가 사유가 될 수 없고 ▲ 건강상태 역시 석방돼 치료받아야 할 만큼 위급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황제보석' 논란 등으로 보석 제도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으므로, 엄격하고 공평·타당한 법 적용을 통해 이 전 대통령의 보석 청구가 기각돼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재판부가 이 전 대통령에게 보석 허가를 결정한 궁극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4월 8일(34일 뒤)까지 항소심 재판을 끝내지 못하면 구속기간이 만료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이 전 대통령을 무조건 석방해야 한다. 재판부는 변호인이 주장한 건강 문제에 대해 "구치소 내 의료진이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며 병보석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재판부는 "구속 만기일에 선고한다고 가정해도 고작 34일밖에 주어지지 않았다"면서 "심리하지 못한 증인 수를 감안하면 만기일까지 충실한 심리를 끝내고 선고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구속 만료 후 석방되면 오히려 자유로운 불구속 상태에서 주거 제한이나 접촉 제한을 고려할 수 없다"며 "보석을 허가하면 조건부로 임시 석방해 구속영장의 효력이 유지되고, 조건을 어기면 언제든 다시 구치소에 구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재판부는 엄격한 조건을 부가해서 보석허가 결정을 내린 것이다. 또한 10억 원의 보증금을 납입하고, 석방 후 주거는 주소지 한 곳으로만 제한했다. 10억 원의 보증금은 보험증권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보증보험증권 발급 수수료만 내면 된다. 그 수수료 1000만 원을 아들인 이시형이 내고 증권을 발급받았다고 한다.

변호인은 제한되는 주거지에 서울대학병원을 포함시켜줄 것을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건강상의 이유로 병보석을 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장은 "법원의 허가 없이는 자택에서 한 발짝도 나갈 수 없고, 변호인과 직계 혈족 외에는 접견·통신도 할 수 없으므로 자택에 구금된 것과 같은 상태가 된다"면서 이 전 대통령 측에 그러한 조건을 받아들일지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이 전 대통령은 변호인과 상의한 후 이러한 조건을 받아들이면서 보석으로 석방된 것이다.

이명박 보석 허가, 타당하지만 이례적인 이유
 
구속 349일만에 이명박 전 대통령이 보석으로 석방된 가운데 6일 오후 서울 논현동 이 전 대통령 자택앞 경비가 강화되고 있다.
▲ 경비 강화되는 MB자택 구속 349일만에 이명박 전 대통령이 보석으로 석방된 가운데 6일 오후 서울 논현동 이 전 대통령 자택앞 경비가 강화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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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대통령에 대한 보석 결정은 법리적으로 보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지극히 타당한 결정이다. 그러나 그동안의 재판 관례에 비춰보면 이례적이다. 우선 구속 피고인의 재판은 법에서 정하고 있는 기간 내에 끝내야 한다. 그 기간을 넘기면 곧바로 석방하게 된다. 아니면 새로운 범죄 사유로 구속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 또한 헌법과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은 무죄추정의 원칙이다. 유죄로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되는 것이므로 피고인의 방어권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재판은 지난 2월 25일자로 재판부가 변경됐다. 기록을 검토해 사건을 파악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고, 앞으로 증인신문 등에서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구속기간이 만료하면 곧바로 석방한 다음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법리적으로는 보석 허가 결정으로 석방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나 재판 관례에 비춰보면 이례적인 결정이다.

우선 이 전 대통령의 경우 1심에서 16가지 공소사실 중 7가지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면서 징역 15년, 벌금 130억 원을 선고하고 82억여 원을 추징했다. 상당한 중형이다. 그렇기 때문에 항소심 재판에서도 많은 부분 유죄가 인정되면서 중형을 면키 어려운 사건이다. 일반적으로 중형이 예상되는 경우 보석을 허가하지 않는다.

보석 결정을 하면서 매우 자세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는 점도 이례적이다. 보석 결정에서 자세한 이유를 설명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또한 일반적인 사건에 비해 보석 조건이 상세하고 까다롭다. 재판부는 보석을 요구하는 세력과 석방을 반대하는 세력 모두를 감안하면서 보석 결정을 하면서도 석방 조건을 부가해 타협한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이 보석으로 석방되자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석방 가능성이 오르내린다. 그러나 전혀 다른 사안이어서 석방 가능성은 없다. 우선 박 전 대통령은 불법 공천 개입 사건으로 지난 2018년 11월 징역 2년형이 확정됐다. 그리고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하여 25년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대법원에서 재판이 이어지고 있다.

또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은 다음 항소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더욱이 대법원에서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하여 보석을 청구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따라서 보석 등의 이유로 당장 석방될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

문제는 보석으로 석방되어 불구속 상태에서 진행될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 재판이다. 이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불리하게 진술한 측근들의 진술조서에 대하여 1심에서는 모두 증거 동의를 해 증인으로 부를 일이 없었다. 그러나 측근들의 진술들이 모두 유죄의 증거로 인정되자 항소심에서는 그들을 증인신청해서 증인신문을 하려 한다. 지금까지 몇 번의 항소심 재판이 진행되는 상황에서도 측근들은 출석을 거부하면서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고 있다.

일반적으로 증인으로 소환받은 사람들이 별다른 이유 없이 출석을 계속 거부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은 물론 강제적으로 구인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과태료의 부과 및 강제구인은 재판장의 의지에 따른 재량사항이다. 아마도 변호인 측은 그들의 법정증언이 반드시 필요하므로 불출석할 경우에는 과태료를 부과하고 강제적으로 구인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시간을 끌 것으로 보인다.

또한 불리하게 진술한 측근들 이외에도 이 전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증언할 사람들을 새로이 증인으로 신청하는 것도 가능하다. 변호인의 의지와 적극성에 따라서 상당 부분 재판을 지연시킬 수 있게 된다.

'시간 끌기' 막고 신속하게 항소심 진행해야

변호인 측은 보석 신청을 한 다음 언론을 통해 이 전 대통령의 건강 상태를 집중적으로 부각시켰다. 인간적인 면을 부각시켜 재판부를 압박하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비록 재판부가 '건강상태는 고려대상이 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 이유를 상세히 밝힌 점을 살펴보면 오히려 상당 부분 고려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이 전 대통령의 석방에 대해 국민여론이 호의적이지 않다. 증인 등의 계속된 불출석으로 항소심 재판이 지연될 경우 보석을 결정한 항소심 재판부가 상당한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따라서 재판부와 검찰, 그리고 변호인이 적극적으로 노력해서 신속하게 항소심 재판을 마무리해야 한다.

항소심 재판부는 변호인의 의견을 받아들여 보석을 허가했으므로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는 검찰과 변호인을 강력하게 압박할 수도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항소심 재판이 신속하고 원활하게 진행되는지, 국민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사건을 지연시키려는 변호인 측의 의도가 드러날 경우 재판부에 부담이 되는 것은 물론 이 전 대통령에게도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김정범씨는 법무법인 민우 소속 변호사이자,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입니다.


태그:#이명박보석, #이명박석방, #이명박항소심재판, #이명박보석조건, #이명박법정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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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변호사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겸임교수(기업법, 세법 등)로 활동하고 있는 김정범입니다. 공정한 사회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함께 더불어사는 세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배치되는 비민주적 태도, 패거리, 꼼수를 무척 싫어합니다. 나의 편이라도 잘못된 것은 과감히 비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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