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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극한직업>엔딩 장면을 촬영한 광양항 컨테이너부두. 광양시는 각종 영화촬영지로 각광을 받지만 정작 영화 촬영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곳은 한 군데도 없다.
 영화 <극한직업>엔딩 장면을 촬영한 광양항 컨테이너부두. 광양시는 각종 영화촬영지로 각광을 받지만 정작 영화 촬영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곳은 한 군데도 없다.
ⓒ 광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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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광양시는 최근 영화 촬영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며 비슷한 보도자료를 1월과 2월에 배포하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광양이 영화 촬영 명소라는 점을 부각, 관광객 유치를 통한 인지도 높이기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나서겠다는 것이 주 목적이다.

하지만 대대적 홍보와 달리 관광객들이 둘러보아야 할 영화 세트장이나 촬영 흔적 등이 하나도 없어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광양시는 최근 16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극한직업> 마지막 장면을 광양에서 촬영했다는 보도자료를 두 차례 배포했다. 보도자료에는 "영화 극한직업 뿐만 아니라 택시운전사, 명량, 부산행 등 관객 1천만 명을 돌파한 흥행 영화들이 촬영됐으며, 지난해에는 영화 '이웃사촌', '레전드' 등이 촬영되는 등 꾸준히 영화 촬영지로 각광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영화 촬영지 인기에 따른 관광객 유치 기대가 크다는 전망도 덧붙였다. 

광양시는 거의 똑같은 내용의 보도자료를 지난 1월 30일과 2월 6일 배포했다. 하지만 시의 기대와는 달리 영화 촬영지 홍보로 인한 관광객 유치 효과는 체감하기 어렵다. 영화를 촬영했던 흔적이나 세트장이 단 한 곳도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광양에서 영화를 촬영하는 곳은 주로 광양항 컨테이너부두인데 이곳은 보안시설이어서 일반인들 출입이 엄격히 제한된다. 이렇다보니 제작사들은 촬영만 마치면 세트를 모두 철거한다.
 
순천 드라마 촬영장에서 촬영한 영화 <말모이>. 순천시는 드라마 촬영장을 유료 관광지로 운영, 인기를 끌고 있다.
 순천 드라마 촬영장에서 촬영한 영화 <말모이>. 순천시는 드라마 촬영장을 유료 관광지로 운영, 인기를 끌고 있다.
ⓒ 광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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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인접한 순천시는 영화나 드라마 촬영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관광객 유치에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유료로 입장하는 순천 드라마 촬영장은 1960~80년대 시대상을 배경으로 판자촌을 비롯해 달동네의 모습을 담은 유료 관광지로, 각종 영화와 드라마 촬영 장소로 유명하다. 여기에다 순천만을 배경으로 하는 방송도 자주 소개돼 광양시와 대조를 이룬다.

1700만 최다 관객 <명량>, 광양서 70% 촬영... 관광 효과는?

광양시가 영화 촬영지로 본격적인 알려진 것은 2014년 개봉, 관객수 1700만 명으로 우리나라 최고 흥행 영화인 <명량>부터다. <명량> 제작팀은 2013년 3월 광양항 일반부두에 해전 세트장을 설치, 3개월 정도 광양에서 머물며 명량의 70%를 촬영했다. 당시 전라남도는 2억 원, 광양시는 1억 원을 영화 제작비로 지원했다.  

명량은 2014년 7월 개봉 후 관객수 1700만명 달성으로 우리나라 최고의 흥행성적을 거두며 초대박을 터뜨렸다. 하지만 광양시는 영화 흥행에 따른 체감 효과를 거의 보지 못했다. 굳이 따지자면 3개월 동안 영화 제작자들이 지역에 머물며 쓴 돈과 영화 크레딧에 광양시 로고를 삽입한 정도다. 

영화의 70%를 이곳에서 촬영하고도 관광 효과를 거의 보지 못한 이유는 <명량>을 촬영했다는 흔적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세트장 설치 장소인 광양항이 일반인 출입통제구역으로 관광지화에는 무리가 있다는 판단에 세트장 등 관련 시설을 모두 철거해 버린 것이다. 오히려 명량대첩 격전지인 전남 해남, 한산대첩의 경남 통영 등이 영화 대박으로 인한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봤다.
 
영화 <명량>은 70% 광양에서 촬영했지만 세트장 한곳 남아있지 않다. 광양시는 이에 따른 비판 여론이 일자 2015년 1월 이순신대교가 보이는 광양항 해양공원에 명량 포토존을 설치했다.
 영화 <명량>은 70% 광양에서 촬영했지만 세트장 한곳 남아있지 않다. 광양시는 이에 따른 비판 여론이 일자 2015년 1월 이순신대교가 보이는 광양항 해양공원에 명량 포토존을 설치했다.
ⓒ 이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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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시는 영화의 70% 촬영하고도 관광 효과를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연일 쏟아졌다. 시는 결국 여론의 뭇매를 맞고 나서야 2015년 1월 이순신대교가 보이는 광양항 해양공원에 명량 포토존을 설치했다.

포토존에는 영화 속 '이순신 장군'(최민식 분)과 '그루지마'(류승룡 분) 등 조선수군의 사진과 촬영현장 스틸컷, 주요스토리 등 홍보판을 설치했다. 하지만 이는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구색 맞추기 일뿐, 포토존을 일부러 찾는 외지인들은 드물었다. 

광양시가 당시 영화 촬영을 마친 후 세트장을 다른 장소에 설치, 최소한 1~2년 동안이라도 관광 상품으로 활용했다면 하는 후회가 두고두고 남는 아쉬운 정책 결정이었다.  
 
명량 포토존에 있는 시사회 사진. 맨 왼쪽 아래 '광양시 70% 촬영'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광양시는 세트장을 모두 철거하는 바람에 명량과 관련, 관광객 유치 효과를 거의 보지 못했다.
 명량 포토존에 있는 시사회 사진. 맨 왼쪽 아래 "광양시 70% 촬영"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광양시는 세트장을 모두 철거하는 바람에 명량과 관련, 관광객 유치 효과를 거의 보지 못했다.
ⓒ 이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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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도는 문화·관광 정책

정현복 광양시장이 민선 7기를 시작하면서 가장 강조한 정책은 '관광'이다. 관광을 반드시 실물경제와 연결시키겠다는 '실사구시' 관광 정책을 대대적으로 펼치겠다는 것이 정 시장의 의지다. 하지만 실속 없는 영화 촬영지 홍보 등 여전히 문화·관광 정책이 겉돌고 있다는 비판이 높다.

이경재 동광양상공인회장은 "흔적이 하나도 없는 영화 촬영지를 어떻게 관광과 연결시켜 지역경제 활성화에 활용할 수 있겠느냐"며 "실속 없는 문화·관광 정책이 너무 많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또 "해마다 100만명 이상 다녀가는 매화축제가 정작 지역경제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 지 오래"라며 "이순신대교가 완공되면 관광 명소로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제대로 활용조차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수많은 예산을 쏟아부어 관광 자원을 개발하는 토목 위주의 관광 정책에 초점을 맞추는 것 보다 백운산, 섬진강 등 자연을 활용하는 방안을 더욱 더 연구하고 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에 의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태그:#광양시, #극한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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