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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온난화식목일
▲ 새순이 돋아난 나무 2016 온난화식목일
ⓒ 서울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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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여름, 최악의 폭염으로 지구가 펄펄 끓었다. 북극권 스웨덴에서 32도 이상의 고온과 가뭄이 발생하고 50만 명이 거주하는 알제리 도심의 기온은 섭씨 51도를 기록했다. 

한국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기상관측이 시작된 111년 만에 서울 도심의 온도가 39.6도를 기록하며 3000여 명에 달하는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겨울에는 유럽 곳곳에 내린 폭설로 마을이 고립되고 도로가 폐쇄되어 비상사태가 선포되기도 했다. 전 세계 곳곳이 기후변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나무 심기 좋은 날짜도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국가적인 행사로 치르는 환경의 날 중 하나인, 식목일은 나무를 아끼고 잘 가꾸도록 권장하기 위해 1949년 지정됐다. 당시 이승만 정부가 4월 5일을 식목일로 결정한 이유는 계절적으로 나무가 뿌리를 내리는 데 최적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이날은 음력으로 신라 문무왕이 삼국통일을 완수한 날에 해당한다. 또한 조선 성종이 선농단에서 농사의 풍년을 기원하며 제사를 지낸 날이기도 하다.

기후변화에 식목일 날짜 "당기자 vs. 유지하자"

2007년 4월 5일 기온이 높아짐에 따라 식목일 날짜를 앞당기는 것에 대해 논의가 시작됐다. 그러나 2008년 3월, 산림청은 식목일의 상징성을 고려해 유지하기로 했다. 식목일을 3월로 옮겨 나무를 심자는 일부 국민들의 의견에 정부는 '옮겨서 달라지는 것이 뭐가 있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식목일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1940년대(7.9도)에 비해 최근 10년간(07~16년) 4월 5일의 서울 평균기온은 10.6도다. 식목일이 제정된 연대에 보고된 7.9도는, 대부분 지역에서 20일가량 빨리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기온이 높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식목일의 땅속 5cm 온도도 1940년대보다 3.7도~4.9도 상승했다.

나무는 땅이 녹는 대로 가능한 한 빨리 심는 것이 좋다. 그 이유는 저온기 때 심으면 온도가 낮아 나무에서 증발하는 수분의 양이 적어 잘 살아남기 때문이다.

심는 시기가 늦으면 늦을수록 손해를 볼 수 있다. 온도가 높고, 건조하면 활착(옮겨심은 식물이 새 땅에 적응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어서다. 지구온난화로 온도가 높아진 4월 5일 식목 행사를 하면 이미 싹이 튼 나무를 심어야 하고, 묘목을 옮겨 심을 때 뿌리 생육에 지장을 줘 나무가 고사할 수 있다.

10년째 이어지고 있는 '온난화식목일'
 
북한산
▲ 2010년 제1회 온난화식목일 북한산
ⓒ 서울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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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환경운동연합은 2010년부터 '온난화식목일'을 시작해 시민 200여 명과 매년 나무를 심고 있다. '온난화식목일'은 지난 80여 년간 급격한 산업화로 발생한 지구온난화의 경각심을 알리고, 나무의 생장 시기에 맞춰 나무를 심자는 의도로 시작됐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은 지구온난화로 4월에 피어야 할 꽃이 한 달 정도 일찍 피자 3월을 '온난화식목일'로 정하고 숲을 가꾸기 위해 북한산, 잠실, 여의도, 한강공원, 노을공원 등에 9년간 나무를 심었다. 뜨거워지는 지구의 기후변화와 점점 심해지는 미세먼지의 심각함을 느낀 시민들 또한 도심 속 숲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곳곳에 '온난화식목일 숲'이 생겨났다.

도심 속 허파 역할을 하는 도시 숲은 우리 삶의 질을 올리는 역할을 한다. 미국에서는 10분 안에 걸어갈 수 있는 공원이 있는지가 도시의 질을 평가하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쾌적한 환경과 시민건강을 위해 1인당 공원면적을 9㎡로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 주요 도시의 1인당 '생활권 도시 숲' 면적을 살펴봤을 때, 한국은 다른 주요 도시나 WHO 수준에 못 미치고 있다. 독일 베를린과 영국 런던의 경우 27㎡, 캐나다 밴쿠버와 미국 뉴욕의 경우 23㎡, 프랑스 파리는 13㎡로, 1인당 생활권 도시 숲 면적을 가지고 있지만 한국 인천은 7.5㎡, 서울은 5.3㎡뿐이다. 서울에 있는 숲으로는 서울에서 발생한 미세먼지의 42%만 흡수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2016, 국립산림과학원)가 있을 정도로 서울의 도시 숲 면적은 매우 적다.

우리가 나무를 심어야 하는 이유
 
한강숲조성 프로젝트
▲ 여의도샛강공원에 시민300여명과 함께 심은 나무가 자라 울창한 숲이 된 변화 한강숲조성 프로젝트
ⓒ 서울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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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신선한 산소를 배출한다. 산림청에 따르면 나무 한 그루 당 연간 35.7g(에스프레소 한잔)에 해당하는 만큼의 미세먼지를 흡수한다. 이외에도 도시 숲은 여름 한낮 평균기온을 3~7도 낮춰주고 평균습도는 9~23% 높여준다. 나무 한 그루가 공기청정기, 에어컨 역할을 하는 것이다. 심지어 버즘나무, 느티나무 등 큰 나무는 성인 7명이 1년간 필요로 하는 산소를 배출한다. 또한 연간 배출되는 2.5t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도시 소음을 감소시킨다. 

나무는 이렇게 사람에게 꼭 필요한 것을 내어준다. 기후변화로 뜨거워진 도시를 식혀주고, 대기오염을 흡수한 후 신선한 산소를 배출해준다. 빗물을 머금어 땅을 비옥하게 하고 하천을 흐르게 하는 역할도 한다. 

이러한 도시 숲은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 요건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서 서울을 초록으로 물들이는 노력이 계속되어야 한다. 나무를 심어 도시 숲을 만드는 활동에 정부와 기업, 지자체와 시민들의 관심이 커지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서울환경운동연합 홈페이지에도 게재할 예정입니다


태그:#서울환경연합, #온난화식목일, #식목일, #지구온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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