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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이 3월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이 3월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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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난민이나 외노자로 인해 삶의 영향을 받는 국민들은 대개 그들이 정착하게 될 만한 지역 즉 수도권 외곽이나 산업단지 주변, 농가 주변 등이지 도심 내 고급주택가는 아닐 것입니다. 결국 이런 문제는 먹고살만한 혹은 잘나가는 연예인이나 정치인, 교수 등이 아무리 얘기해봐야 설득력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에게 난민이나 외노자는 현실의 문제가 아니라 추상적인 문제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이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중 일부다. 혈세 운운하며 난민 문제를 무책임한 온정주의와 연결지어 자국민 중심주의를 강화시켜온 평소 주장의 연장선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배우 정우성이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열린 청년 정책 토크콘서트 '우리 곁의 난민'에 참석해 "우리나라, 난민 수용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 있다"고 한 발언을 담은 기사를 게시했다.

"정우성 너들 집에 유치해 우리는 반대 강력히"

이언주 의원이 게시한 기사에 4천 개 넘게 달린 포털 댓글 중 하나다. 이 댓글은 무려 만개가 넘는 추천을 받은 소위 '베스트 댓글'이었다. 결국 자국민과 타자를 가르고, 배척과 혐오를 통해 차별을 키우는 이 의원과 같은 이들의 전략에 누군가는 공감하고 있다는 얘기다. 같은 맥락에서, 이 의원은 또 다른 타자들을 소환해 이른바 '갈라치기'를 시도했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이미 수백만 외노자, 수십만 북한난민(탈북자), 국적을 취득한 조선족과 그 주변인들 등 충분히 난민을 받을 만큼 받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우리와 문화가 너무나도 다른 난민까지 받아야 하는가는 역시 주권자인 국민들이 결정할 문제입니다."

제주 예멘인 난민 문제와 외국인노동자, 탈북자, 중국동포를 동일시하는 현역 의원 이언주.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번에도, 지난번에도, 그의 주장은 같았다

"그래서 이 성소수자, 동성애자에 대해서 우리가 그 사람들의 인권은 존중을 해야 합니다. 그건 저도 찬성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동성애라는 행위에 대한 평가, 이 부분에 대해서 반대를 해선 안 된다라는 것은 좀 무리한 생각이 아닌가. 그래서 이것을 금지하는 것은 또 그 반대자의 인권을 억압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10월 방송된 KBS1 <엄경철의 심야토론> '성소수자와 차별금지법'편에 출연한 이언주 의원은 '(소수자를) 반대(하는)자의 인권'이란 희한한 논리를 폈다. 이러한 논리는 "차별금지법은 반대 금지법"라는 주장에 이어 "인권은 존중하나, 반대하는 것을 억압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로 이어졌다.

마치 여성 차별을 통해 드러나는 일련의 여성혐오(를 통해 드러나는 갖가지 폭력)를 억압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처럼 들릴 지경이다. 이런 비유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인권은 존중하나 장애인을 비하하거나 차별하는 것을 억압해서는 안 된다거나, 역시나 인권은 존중하나 인종차별을 억압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

이 논리는 실상 혐오 조장과 별반 다르지 않는 주장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토론 직후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존재를 부정하는 혐오가 공중파에 전시된 것에 대해 KBS의 엄중한 책임을 묻는다'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이 의원에 대해 이렇게 비판했다.
 
"패널로 출연한 이언주 의원은 최근 난민반대집회에 참석하여 난민혐오를 선동하는 등, 혐오를 이용해 자신의 지지 세력을 모아온 인물이다. 공공연히 혐오를 선동하고 차별을 조장해 온 두 인물을 패널로 출연시킨 KBS는 정말로 성소수자 인권과 차별금지법에 대해 상호존중의 토론장을 열 의지가 있었는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주장하는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이렇게 혐오 선동과 차별 조장으로 지지 세력을 모아왔다고 일갈한 이언주 의원. 그는 해가 지나서도 그러한 혐오와 차별의 정치를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달 25일 이 의원이 국회에서 가진 '테러방지 및 외국인출입국관리 강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딱 그랬다.

'글로벌 호구' '테러리스트 숙주 국가'라고?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경제 주력산업 위기 대응 및 산업전환 정책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 토론회 참석한 이언주 의원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경제 주력산업 위기 대응 및 산업전환 정책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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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곳곳에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무차별적 테러행위가 자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무분별하게 개방적이며, 온정주의 일변도의 외국인출입국정책으로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머지않아 대한민국은 무분별한 외국인우대정책으로 '글로벌 호구'란 오명에 더하여, '테러리스트가 기생하고 창궐하는 숙주 국가'로 전락될 것이다."

기자회견에서 이 의원은 이렇게 주장했다. 그 근거는 유엔 안정보장이사회가 지난달 공개한 '이슬람국가·알카에다 관련 안보리 위원회 보고서'였다.

지난달 중순 보도된 보고서에 따르면, 시리아 내 알카에다 계열 무장조직의 우즈베키스탄인 가운데 다수가 터키를 거쳐 한국으로 추방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그 이유는 한국에 2~3만 명에 이르는 우즈베키스탄 노동자들이 체류하기 때문이었다. 이 안보리 보고서는 또 한국 내 우즈베키스탄 노동자 중 일부가 극단화됐고, 시리아에 유입되는 극렬분자들의 자금을 지원한다는 회원국의 보고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법무부는 2월 14일 "UN 안전보장이사회의 보고서를 입수하고 곧바로 터키에서 입국하는 우즈베키스탄인에 대한 입국심사를 강화하는 한편 국내외에서 발생하는 특이동향을 철저하게 파악하도록 조치했다"며 "터키 등 제3국에서 비자를 신청하는 우즈베키스탄인에 대해서는 체류자격 부합 여부 등 국내 입국 목적을 철저하게 확인하도록 비자심사 강화지시를 했다"고 밝혔다.

또 "국제기구 및 외국정부와의 공조체제를 더우 강화하고, 테러방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했다. 이후 알카에다 무장조직과 연루된 우리 국민이나 국내 체류 우즈베키스탄인 관련 소식은 아직까지 들려오지지 않았다.

헌데, 이 의원은 법무부 발표가 있은 지 무려 열흘 뒤에야 "정부는 테러 위협으로부터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대테러 방지책을 세우고, 출입국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난민법·무사증 폐지, 테러위험국 고용허가 배제, 국내 외국인노동자 테러지원자금 전수조사 등을 정부에 촉구한 셈이다. 기자회견에 함께한 이들은 '국민을위한대안'과 '제주난민대책도민연대', '난민대책국민행동' 등 난민반대단체들이었다.

이 의원의 이러한 '언론 플레이'는 난민 반대와 혐오 정치를 위해 테러의 공포까지 조장·이용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인다. 이미 지난해 7월 난민 인정자의 처우 축소, 신청자의 생계비 삭제, 교육보장 삭제 등의 내용이 담긴 난민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장본인 역시 이 의원 아니었던가.

그랬던 이 의원이 이번엔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인 배우 정우성을 걸고 넘어진 것이다.

이언주 의원이 주목해야 할 뉴스 두 가지

하지만 그가 정작 '걸고 넘어져야' 할 뉴스는 따로 있다. 4일 JTBC <뉴스룸>은 최근 국내 아파트 및 대다수 건설 현장을 외국인 불법 노동자들이 점령하다시피 했다는 소식과 IS의 마지막 캠프였던 시리아와 이라크 접경 지역 난민 수용소에서 병에 걸려 숨지는 아이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난민 지위조차 얻지 못한 채 죽어 가는 어린 아이들을, 이언주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 썼듯 "추상적인 문제일 뿐"이라 일축할지 모른다. 그런 이 의원에게 "자국민의 이익이 먼저라는 허구의 구호로 (난민) 아이들의 미래를 뺏을 수는 없다"라고 호소하는 난민인권센터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실 것을 권하는 바다(관련 기사 : 생계비 삭제까지... 이언주 의원 심하다).

우리 건설 업체들이 값싼 노동력을 유지하기 위해 브로커를 통해 자국 노동자 대신 불법 노동자들을 고용하는 현실은 또 어떠한가. 비단 불법 노동자들의 수가 많아서가 아니다. 건설 업체들의 값싼 노동력으로 이익을 취하기 위해 브로커들에게 책임을 떠맡긴 채 자국 노동자들을 외면한 채 불법을 용인하고 있는 셈이다. 육길수 한국노총 건설산업노조 사무처장은 <뉴스룸>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기업이 내국인 노동자를 유인하기 위해서 환경을 개선하고 임금을 올리는 게 당연한데, 그걸 포기하고 저임금 노동자인 외국인 노동자를 끌어다 쓰기 때문에 (브로커를 통한 외국인 불법 취업이) 그대로 유지되는 겁니다."

이렇게 갈수록 증가하는 외국인 노동자 수와 관련 현안들을 뒤로 한 채 자신의 정치적 자산과 '우파' 진영 논리를 위해 무턱대고 테러의 위협 운운하며 공포를 조장하는 것이 온당한 일인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현역 의원이라면, 난민 문제와 관련해 테러 위험을 조장하는 것보다는 그나마 가까운 건설 현장의 불법적인 고용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우선 아니겠는가.

정우성의 고백을 들어보기는 했을까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인 배우 정우성 씨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국청년위원회 전국대학생위원회 공동주최 청년정책 토크콘서트 '우리 곁의 난민'에 참석해 난민이 말하는 난민 문제에 관한 발제를 듣고 있다.
▲ "우리 곁의 난민" 토크콘서트 참석한 정우성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인 배우 정우성 씨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국청년위원회 전국대학생위원회 공동주최 청년정책 토크콘서트 "우리 곁의 난민"에 참석해 난민이 말하는 난민 문제에 관한 발제를 듣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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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에 단 한 번이라도 직접 난민을 만나 인간의 어리석음과 잔인성, 난민의 처참한 생활을 목격한 사람이라면 이들을 보호해야 할 이유에 대해 결코 의문을 품지 않았을 것."

"불행히도 모든 사람에게 그런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내가 운이 좋다고 생각하고 더욱 의무감을 갖고 한국 대중에게 난민을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정우성이 '우리 곁의 난민' 토크 콘서트에서 읽은 발표문 중 일부다(관련 기사 : 난민혐오 말하던 정우성의 갑작스런 고백 "난 운 좋은 사람"). 첫 번째 문장은 마치 정우성이 자신을 향해 "연예인" 운운한 이언주 의원에게 묻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지금도 시리아와 이라크 접경 지역 난민 캠프에서 목숨을 잃어가는 중인 수많은 아이들을 직접 만난다면, 이 의원은 여전히 "온정주의와 인도주의는 구별될 필요가 있다"거나 "자국민의 이익이 먼저"라는 정치적 구호를 남발할 수 있을까.

그도 아니라면, 제주 예멘인 난민 사태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공식 일정을 가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제주를 직접 방문, 난민들이 처한 열악한 환경을 몸소 목격해 보는 것은 어떨까.

지난해 12월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국가별 심의보고서를 통해 우리 정부에 포괄적인 '인종차별 금지법'을 제정하라고 촉구하며, 우리나라의 저조한 난민 인정률과 난민에 대한 혐오 분위기에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이언주 의원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테러 관련 보고서뿐만 아니라 같은 유엔의 이러한 난민과 인종차별 관련 보고서도 챙겨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사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제주 예멘인 난민 심사 결과를 두고 "정부가 나서 국제 인권기준에 부합하도록 난민정책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는 최영애 인권위원회 위원장이 취임 한 달 후인 작년 10월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차별과 혐오 문제와 관련해 털어 놓은 고민이야말로 이 의원이 제일 먼저 경청해야 하지 않나 싶다. 

앞으로 어디 가서 "인권은 존중하나, 반대하는 것을 억압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를 고수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한국 사회가 차별에 대한 감수성이 굉장히 높아졌거든요. 그리고 그 기대치도 높아지고 요구도 굉장히 섬세하고 높아졌어요. 그래서 여기에 부응하는. 그리고 이거는 차별의 문제도 그렇고 혐오의 문제도 그렇고. 이게 집단이 있는 거죠. 혐오를 받는 집단, 하는 집단, 차별을 하는 집단, 받는 집단. 이 관계 속에서 정말 어떻게 이걸 잘 다른 방향으로 그리고 무엇이 우리가 함께 가면서 가져가야 되는 가치인가. 이거 굉장히 어려워요."

태그:#이언주, #정우성, #난민, #혐오, #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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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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