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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꼬마, 모든 쇠붙이의 손자 본명은 리틀보이이다. 리틀보이는 루스벨트이다. (…)나의 별명은 꼬마, 악마이다. (…)뉴멕시코 주 메사에서 생겨났다. 저 조선의 슬픈 별들이 끌려간 히로시마에서 죽었다. (…)미국 사내아이의 순산이었을까, 아니면 일본의 파멸인가, 조선의 해방인가. (…)나 리틀보이는 그때 죽었다. 거대한 폭음과 빛과 태풍과 열과 함께. 미국의 천진한 아이와 함께. 죄 없는 수많은 조선 식민지 백성과 모든 본원은 죽었다.-9~23쪽. 행 구분 생략, 부분 인용. 

리틀보이는 1945년 8월 6일 아침 8시 15분에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 당시 우리나라와 중국을 비롯하여 아시아 여러 국가들을 유린하던 일본을 항복하게 한 원자폭탄 이름이다. 3일 뒤인 9일 나가사키에 또 하나의 원자폭탄 '펫맨'이 투하되었다. 이 두발의 원자폭탄은 앞선 7월 16일, 미국에서 실험되며 명멸한 것과 함께 '뚱뚱이 삼형제'로 기록되고 있다.
 
 <리틀보이> 책표지.
 <리틀보이> 책표지.
ⓒ 최측의 농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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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보이는 요즘 소형차 크기라고 한다. 그런데 단 한발로 수십만 명을 살상할 정도로 위력이 대단했다고 한다. 참고로 두 발의 원자폭탄으로 21만 명이 죽고, 26만 명이 죽는 날까지 회복 불가능한 피폭 후유증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기록마다 사망자 수와 피폭자 수가 다르다. 그래서 정확하지 않다.  

<리틀보이>(최측의 농간 펴냄)는 1945년 8월 당시 히로시마에 투하된 '리틀보이'를  화자 '아핵'으로 의인화, 원자폭탄의 비극과 참상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이 시집은 1995년 8월에 광복 50주년을 기념해 출간되었던 것을 최근 복간한 것이다. 저자 고형렬 시인이 '리틀보이'를 소재로 시를 쓰고자 일본 등을 취재하거나 자료를 모으는 등 준비한 것만 8년. 그리고 시를 쓰기 시작한 것은 1988년부터 7년. 이런 노력 후 나온 시집이었다. 앞선 1991년에 3천행짜리로 발표, 이에 5천행을 더해 8천행으로 완성한 시라고 한다. 이런 8천행 '리틀보이' 한편만 실은 장시집이다.
 
핵은 공포이자 거대한 폭력이다. 1945년 7월 16일 미국의 앨러머고도에서의 핵폭발 실험의 성공과 8월 6일 인간의 머리 위에 투하된 핵 '리틀보이'의 씻을 수 없는 죄악과 핵의 가공할 위력을 그리고 싶었던 것이 이 작품의 집필 동기였다. 일본을 감춰주고 미국을 드러내놓기 위한 '리틀보이'는 아니었다. 희생자들과 피폭 생존자들이 근본적으로 그 책임을 일본에게 묻는 것은 지당할 뿐만 아니라 미국에게도 물을 수 있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 핵개발 50년, 핵 투하 50년, 일본 패전 50년, 해방 50년. 일본과 조선 민족에게 필설도 다할 수가 없는 참극과 두려움과 주검을 가져다준 그날은 인간이 지니는 꿈의 가장 야만스러운 결과를 묻은 채 멀어져 가고 있다. 일본에 끌려가서 핵에 의해 희생된 사람들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 단지 나에겐 그 핵 폭음이 복음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여겨지지 않는다. 일본은 과거와 같은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되며…. '시인의 말(1995년 6월)'에서.  

이런 시집이 일본에서 출간된 것은 2006년. 다른 것도 아닌 히로시마 원폭 문제를 다룬 장대한 분량의 시인 데다가, 한국 시인의 시가 일본에 소개되는 것 자체가 처음이었던 당시 <리틀보이>는 일본에서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단다.

그러나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그 존재조차 아는 사람들이 거의 없을 정도로 널리 알려지지 못한 작품으로 남고 있었다. 이런 시집을 '최근 4~5년, 묻히거나 잊히고 있는 보석과 같은 책들을 발굴, 복원해 오고 있는 출판사 최측의 농간'이 지난해 7월 광복절을 앞두고 복간한 것이다. 

인류에게 투하된 최초이자 유일한 핵무기로도 기록된 리틀보이다. 기록만으로도 그 참상은 너무나 끔찍하다. 당사자인 일본으로선 더욱 끔찍한 기억일 것이다. 그런데 일본으로선 비극의 시작이자 그 자체인 히로시마 원폭 투하가 우리에게는 희망이었다. 이런 리틀보이를 우리의 시인은 어떻게 말하고 있을까. 책을 읽기에 앞서 가장 궁금한 것이기도 했다.
 
소화 19년(주:1944년) 초겨울부터 무조건 항복할 때까지의 10개월간 수도 도쿄는 천여 번의 공습을 받았다. 그 중에서 여섯 차례를 200대의 까마귀 떼 같은 중폭격기가 날아와 포탄을 무한정 떨구었다. 

일본은 노동력이 부족했다. 그들은 중국 포로병들을 가축으로 사용하였다. 말기에 4만여 명이 강제 동원되었다.(…)그러나 조선 사람들은 석탄광산에 60만, 군수공장에 40만, 토건에 30만, 금속광산에 15만, 항만운수에 5만 도합 150만 명이 일본으로 강제 동원되었다. 그들의 목숨 하나는 철도의 침목 하나였다. - 90~91쪽. 행 구분 생략, 부분 인용.  

히로시마 원폭 그 몇 달 전인 1945년 당시 강제 징용자들을 포함, 일본에 살았던 조선인들은 210만 명(162쪽). 그중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거주해 원폭으로 사망한 조선인들은 4만 명, 피폭자 7만 명(매체 혹은 자료마다 피해자 수가 다르다)이라고 한다. 참고로 폐허가 된 도시 잔재 처리와 복구에 조선인들이 강제 동원되어 더 많은 피폭자가 발생했다고 한다. 

시에는 히로시마 근교 소학교 4학년에 다니는 재일조선인 소년 김중휘를 포함, 이옥장, 하나누나, 김봉한, 박노인, 양사형 등, 다수의 조선인들이 등장한다. 시는 그들의 입을 통해 당시 일본으로 끌려가 차별과 폭력, 혹독한 노동, 가난에 시달리다 원폭에 희생된 재일조선인들의 비참한 삶을 추적하는 한편 일본 패망 그 몇 달 간 일본의 민심과 상황을 들려준다. 

또한 그들을 통해 을사늑약과 일본의 자원과 노동력 수탈, 3·1만세운동, 관동대지진 당시 일본인들의 조선인 무차별 학살, 태평양전쟁 말기 조선인들이 처했던 상황, 위선적이며 폭압적인 일본인들의 태도, 위안소의 존재와 현실 등 일제강점기 면면을 다양한 감정이입으로 들려준다. 일제강점기 관련 좋은 자료란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것들을 말이다.

이미 역사 속에 존재하는 리틀보이와 일제강점의 비극이 몸서리쳐지는 참상과 분노로 읽혀지는 것은 당시 일본에 거주했던 조선인들의 입을 통한 증언과 같은 설정 때문일 것이다.
 
나는 못돼먹은 일본 아이들한테 치욕적인 노래를 들었다. 조선은 천 년 동안 중국의 똥을 받아먹었대요. 나중에는 거지가 되어 일본 사람들의 발바닥을 핥고 살지요, 센징들은 조선에서 돼지우리에 산대요, 센징들은 일본에 빌어먹는대요, 중국을 따라다니다가 이제는 일본을 졸졸 따라 다닌대요. 부스러기 같은 것, 얻어먹을 것 없나 하고.

교감선생님은 이런 말을 하였다. 조선 사람들은 중국에 혼을 빼앗기고 주체성이 결여된 민족이다. 여러분은 세계 제일의, 세계 최고의 일등 국민의 아이들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조선을 가르쳐야 합니다. 조선 사람들도 사람이니까 잘 가르치고 지도하면 따를 것입니다.-119~120쪽. 행 구분 생략, 부분 인용.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핵'을 반대한다. 히로시마 원폭 당시 수많은 인명을 살상하는 동시에 건물 90%를 재생불능 상태로 파괴하거나 녹여버린 가공할 수준의 파괴력은 무섭다. 그동안 기술은 훨씬 무섭게 발전했을 것이다. 파괴력을 가늠조차 못할 정도로 말이다. 죽어서야 벗어날 수 있는 피폭 후유증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지금도 많다고 한다. 그러니 당연하다. 

'히로시마 원폭의 잔인함 그 실체와 시작'에 대해 보다 분분하게 생각하게 한 <리틀보이>였다. 그동안 히로시마 원폭은 우리의 독립과만 연결, 당시 조선인들의 피폭은 간과해왔다. 이와 같은 내 스스로의 부실한 사고와 역사인식을 각성하게 한 시집이기도 하다.

저자는 '시인의 말'에서 "어머니가 귀국해서 겪어가는 1940~1960년대의 궤적을 그리고 싶었는데 그것은 미완으로 남았다. 그 행적은 비극이었고 지금도 비극이다"며 이어 쓰지 못한 아쉬움을 토로한다. 그 비극은 아마도 나라의 운명에 쓸리고 쓸려 이국에서 핍박받다 피폭 고통과 함께 귀국했다는 1만 5천여 조선인들의 피폭 후유증 그 고통 아닐까? 어머니의 비극적인 행적을 위로할 수 있는 날을 기다려본다.

리틀보이 - 고형렬 장시

고형렬 지음, 최측의농간(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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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