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바하> 메인 포스터

영화 <사바하> 메인 포스터 ⓒ CJ 엔터테인먼트

  장재현 감독은 수 년 째 악몽을 꾸고 있는 것이 아닐까. 아직 전작 <검은 사제들>을 통한 자가적인 구마의식이 마무리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어쨌거나 그 덕분에 이런 영화를 볼 수 있게 되었으니 감독에게는 미안하지만, 그의 악몽이 쉽게 끝나지 않기를. <사바하>처럼 정말이지 거의 숨이 멎어가는 한국공포영화 시장에서 전작에 이어 이 정도 퀄리티의 사유와 재미를 모두 잡는 경우는 흔치 않다.

박 목사(이정재)는 신생종교집단의 비리를 취재하고 글을 써서 고발하는 일을 한다. 얼핏 정의로워 보이는 이 캐릭터의 행동은 한국교회의 배타성을 고려할 때 그 입장에서 당연해 보인다. 어쨌든 그는 글을 써서 <월간 카톨릭>에 칼럼을 보내려 소재를 찾는 속물 목사다. '사슴동산'이라는 신생종교가 수상해 추적해오던 박 목사는 우연히 강원도 영월에서 발견된 여중생 사체발견 사건의 용의자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과 마주한다. 용의자는 의문의 남자 나한(박정민)과 만난 이후 자살하고, 박 목사는 사슴동산이 여중생 사체발견 사건과 연관이 있음을 직감한다. 해안 스님(진선규)의 도움으로 사건의 층위를 조사하던 도중 박 목사는 16년 전 1999년에 태어난 쌍둥이 동생, '금화'(이제인)가 사건에 연관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영화가 종교를 다룰 때 빠질 수 있는 함정이 있다. 경전과 관련한 역사 왜곡 논란과 고증문제, 또는 아예 성역을 의심하고 건드린다는 괘씸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비판과 견제다. 멜 깁슨의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가 철저한 고증에도 불구하고 '유대인을 욕 먹이는 영화'라며 손가락질당했고, 리처드 쉥크만의 <맨 프럼 어스>가 개봉 전부터 숱한 악명에 휩싸였다. <맨 프럼 어스>는 기독교의 미신적인 측면을 논박하고 실증하는 영화였다.

자칫 위험할 수 있는 소재에 대해 장재현 감독은 전작 <검은 사제들>에서 해결책을 내세운 바 있다. 그는 구마의식이라는 소재를 다루면서 종교와 경전을 내세우며 그것의 참과 거짓, 현상에 적합성과 부적합성을 따지는 대신 김 신부(김윤석)와 최 부제(강동원)의 믿음과 끈기가 사건을 해결하고 소녀를 구제할 수 있는지에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사바하>에서도 마찬가지로, 천주교에 글을 납품하는 기독교 목사가 사건을 파헤치기 위해 불교의 도움을 받는 등 외계인의 침공에 맞서 적국과 힘을 합치는 형태지만, 어느 종교가 사건을 해결하기에 더 선하고 옳으냐의 문제가 아닌 사건 해결을 위해서는 어떤 오해를 걷어내야 하고 어떤 점을 수용해야 하는지를 강조했다. 다시 말해 <사바하>에서 종교는 주인공들을 시련과 미로에 빠뜨리는 수단과 도구일 뿐이지 목적이 아니었다. 논란을 피해갈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다만 영화에 등장하는 종교의 경전, 그러니까 기독교의 성경과 불교의 법전이 시종일관 영화의 전개를 휘젓고 뒤엎기를 반복하다 보니 정작 중심에 있어야 하는 캐릭터의 당위와 색깔이 희미해진 느낌이다. '사슴동산'의 비리를 파헤쳐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었던 박 목사가 어느 순간 '금화'와 후반부의 요주인물인 '김제석'의 정체를 파헤치는데 주력하는 모습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나한'을 연기한 박정민 역시 배우 특유의 '절제된 거대함'이나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하기보다는 영화 내내 불안과 추위에 떨다가 죽어버린다. 기독교와 불교 교리를 둘러싼 해석의 차이와 신에 대한 믿음의 완전성, 그리고 '많은 신 중 진짜 신은 누구인가'라는 좋은 문제의식과 재미로 점철된 <사바하>의 유일한 단점이다.

이 영화를 관람한 많은 사람들이 <사바하>의 이재은 위에 <검은 사제들>의 박소담이 오버랩된다고 말한다. 나도 거기에 동의한다. 나한이 '그것'을 죽이기 위해 금화의 집 창고에 들어갔을 때 클로즈업되는 '그것'의 모습은 지난 한국영화에서 찾아보기 힘든, 강렬한 것이었다. 대체 저 배우는 누굴까 하고 극장을 나와 검색하다가 '그것'과 '금화' 모두 이재인 배우 본인이었음을 알고 충격에 빠졌다. 아마 <검은 사제들> 이후 장재현 감독이 시달리던 악몽의 주인공은 '그것'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감독이 얼른 다음 악몽을 꿀 것을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부족한 글입니다. 많이 지적해주세요.
사바하 사바하리뷰 영화사바하 사바하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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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좋아합니다. 글쓰기를 좋아합니다. 하지만 잘 쓰진 못합니다. 대신 잘 쓰려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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