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신인 양창섭  삼성 라이온즈 신인 양창섭이 24일 서울시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방문경기에서 6이닝 무실점 호투로 승리를 챙긴 뒤,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 삼성 라이온즈 양창섭 ⓒ 연합뉴스

 

외국인 투수 2명을 선발 원투펀치로 활용하는 문화(?)가 자리 잡힌 KBO리그에서 한 시즌을 보내기 위해서는 최소 3명의 토종 선발투수가 필요하다. 하지만 각 구단의 감독들은 스프링캠프에서 최소 5명, 최대 7~8명 이상의 투수들에게 선발 경쟁을 시킨다. 정규리그 144경기의 긴 시즌을 치르다 보면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알 수 없고 감독은 그 변수들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하기 때문이다.

감독들은 언제나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올 시즌 우리 팀 선발진은 정해진 것이 없는 무한경쟁 체제"라는 말을 강조한다. 하지만 이는 선발 후보로 분류돼 시즌을 준비하는 선수들의 기량향상과 동기부여 의지를 고취시키기 위한 일종의 서비스 발언이다. 실제로 각 구단 별로 토종 에이스 한 두 명은 선발 자리를 보장 받은 채 자신의 루틴에 맞게 시즌을 준비한다.

작년 시즌 KIA 타이거즈와 승차가 없었지만 승률에서 0.0004가 뒤지며 아쉽게 가을야구 진출이 좌절된 삼성 라이온즈는 올 시즌 4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고 있다. 김한수 감독 역시 외국인 선수 2명(저스틴 헤일리, 덱 맥과이어)을 선발로 낙점하고 5~7명의 토종 투수들을 경쟁시켜 올 시즌 선발진을 꾸릴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스프링캠프 막바지로 가고 있는 현재 삼성의 토종 선발진 옥석 가리기는 썩 순조롭게 돌아가고 있지 못하다.

단단했던 불펜에 비해 허약하기 짝이 없었던 선발진

삼성은 작년 시즌 팀 평균자책점 부문 5위(5.19)를 기록했다. 특히 불펜 평균자책점(4.66)은 한화 이글스(4.29)에 이어 전체 2위였다. 비록 18개의 블론세이브를 저질렀지만 작년 시즌 삼성 불펜은 28승56홀드33세이브를 합작하며 제 역할을 해줬다. 확실한 좌완 셋업맨이 없다는 약점은 있었지만 장필준, 최충연, 심창민(상무)으로 이어지는 필승조의 위력은 분명 리그 상위권이었다. 여기에 불펜에서 4승10홀드를 기록한 우규민의 변신도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선발진의 평균자책점은 5.61로 최하위 NC다이노스와 9위 kt 위즈에게도 뒤진 리그 8위에 머물렀다. 2017년 신시내티 레즈에서 122.1이닝을 던졌던 풀타임 빅리거 출신 팀 아델만은 31경기에 등판해 171이닝을 소화하며 1선발로 활약했지만 8승12패5.05의 성적은 삼성이 기대했던 외국인 에이스의 성적과는 거리가 있었다. 2월 중순에 영입했던 리살베르트 보니야 역시 외국인 투수로서 기복이 너무 심했다.

토종 선발진의 활약은 더욱 심각했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 연속 두 자리 승수를 올리며 65승을 챙겼던 삼성의 토종 에이스 윤성환은 작년 시즌 24경기에 등판해 5승9패6.98을 기록했다. 윤성환의 프로 인생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최악의 시즌이었다. 윤성환의 나이가 어느덧 30대 후반으로 접어든 만큼 올 시즌 재기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선발과 불펜을 오갈 수 있는 전천후 스윙맨 백정현은 7승7패1세이브4.58로 어느 정도 제 몫을 해줬지만 작년 시즌 목표로 했던 풀타임 선발 활약은 무산됐다. 불펜에서 힘을 보태긴 했지만 연봉 7억 원을 받는 FA투수 우규민이 선발로 1경기도 등판하지 못한 것도 팀에게는 큰 문제였다. 3승1패6.16에 그친 장원삼(LG트윈스)은 시즌이 끝난 후 방출을 요청해 구단과 결별했다.

기대를 했던 기존 선발 투수들이 부진한 가운데 두 루키 양창섭과 최채흥의 활약은 삼성팬들을 설레게 하기 충분했다. 프로 데뷔 첫 경기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된 양창섭은 6번의 퀄리티스타트와 함께 7승을 올리며 고졸 신인 투수 중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후반기에만 5경기에서 3승1.08을 기록한 대졸 신인 최채흥 역시 내년 시즌의 도약을 기대케 하기 충분한 활약을 선보였다.

부상으로 조기 귀국한 양창섭과 연습경기 난타 당한 최충연-최채흥-원태인

삼성은 장원삼이 LG로 이적했고, 윤성환과 우규민에게도 더 이상 전성기 시절의 활약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에 김한수 감독은 마운드, 특히 선발진의 세대교체가 절실하다고 판단했다. 마침 삼성은 최근 몇 년 사이 대구·경북 지역에 우수한 신인들이 많이 나왔고 신인 2차 지명에서도 상위 순번을 받아 유망주들을 대거 수집(?)했다. 선발진의 과감한 세대교체를 단행하기에 시기적으로 꽤나 적절하다는 뜻이다.

삼성 선발진의 세대교체는 작년 시즌 2승6패8세이브16홀드3.60을 기록했던 불펜 에이스 최충연의 선발 전환으로 시작됐다. 프로 3번째 시즌을 맞아 리그 정상급 불펜 투수로 성장한 최충연은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군문제까지 해결했다. 여기에 프로 입단 첫 해부터 7승을 올린 양창섭이 최충연과 함께 '차세대 토종 원투펀치'를 형성해 준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하지만 김한수 감독의 '선발진 세대교체 플랜'은 시작부터 꼬이고 있다. 먼저 작년 토종 최다승 투수 양창섭이 스프링캠프 연습경기를 소화하던 도중 팔꿈치에 통증을 느끼고 캠프에서 중도 낙마하고 조기 귀국했다. 물론 가벼운 염좌나 근육통일 수도 있지만 덕수고 시절부터 워낙 많은 공을 던졌던 투수인 만큼 수술을 받아야 할 정도로 큰 부상으로 연결되면 삼성 마운드에는 커다란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양창섭이 캠프에서 이탈한 가운데 나머지 선발 후보들의 연습경기 성적도 썩 만족스럽지 못하다. 최충연은 지난 1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연습경기에서 3이닝 동안 홈런 하나를 포함해 4피안타4사사구로 6실점을 기록했다. 프로 2년 차를 맞는 최채흥도 2월27일 LG전에서 4이닝4실점으로 부진한 투구를 펼쳤다. 계약금 3억5000만원을 받은 루키 원태인 역시 첫 실전에서 1이닝4피안타3실점으로 프로의 매운맛을 톡톡히 느꼈다.

물론 스프링캠프 연습경기는 몸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결과에 크게 연연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경험이 적은 신예들에게 스프링캠프 연습경기는 자신의 기량이 프로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끌어올리는 무대가 되기도 한다. 선발 진입을 노리는 삼성의 신예 투수들은 작년 '슈퍼루키'라고 불리며 1군에서 맹활약했던 강백호(kt)나 양창섭의 스프링캠프 활약이 시즌 개막 후까지 이어졌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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