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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만 원. 50만 원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이 돈은 누군가에게 한 달치 월세일 수도 있다. 이 돈은 누군가에게 한 달을 버틸 식비일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는 학자금 대출을 상환할 빛이 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직장과 집, 집과 학교, 또는 먼 고향 집을 오갈 교통비일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는 한 달치 학원 수강료일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술안주와 술값으로 탕진할 만큼의 돈일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매우 적은 돈일 수 있고, 반대로 누군가에게는 매우 큰 돈일 수 있다.

직장에 다닌 지 그리 오래지 않은 나에게도 50만 원은 무척 크게 다가온다. 내게 50만 원이 있다면 나는 더 무얼 할 수 있을까. 아마 8000원이나 되는 회사 앞 식당의 가격에 대해 별 고민하지 않을 것이다. 또 먼 직장에 오가기 위해 광역버스를 타며 늘어가는 후불 교통카드 값에 슬퍼하지 않을 것이다. 사고 싶은 책이 나오면 부러 더 싼 이북(e-book)이 나오기를 기다리지도 않을 것이며, 친한 누군가의 생일이 다가오면 미리 부담스러울 필요도 없으리라.

자, 여러분에게 50만 원은 과연 얼마만큼의 의미를 갖는가. 있어도, 없어도 그만인 금액인가, 아니면 어느 순간 당신을 행복하게 만들어주기 충분한 금액인가. 아니면, 그 50만 원이 간절한가.

간절함과 '복지병' 사이
 
아르바이트 노동.
 아르바이트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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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시가 청년들에게 월 50만 원씩 2년 동안 지급하기로 했다는 이야기가 떠돌았다. 청년을 대상으로 한 포퓰리즘이라는 비난 이후에는 복지병과 과잉복지를 우려하는 시선이 따라붙었다.

하지만 이는 오보였다. 서울연구원과 LAB2050이 올해 1월 국회토론회를 통해 청년 2400명(통제집단 800명, 기본소득형 800명, 근로연계형 800명)을 대상으로 청년수당 2.0 정책실험을 서울시에 제안한 것을 오인한 것이다. 서울시는 해당 제안을 고려 중일 뿐이다.

서울연구원과 LAB2050의 제안 내용은 이렇다. 청년기본소득을 월 50만 원 지급받는 집단(1600명)과 받지 못하는 대상(800명)을 나누어 2년 간 기본소득을 지급, 이후 정책 방향성과 확대를 고민해 보자는 것. 이미 서울시가 시행 중인 '청년수당' 제도와 유사한 점이 많다. 특정 연령층을 대상으로 월 50만 원을 지급한다는 부분이 그렇다.

하지만 두 제도가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조건'이다. 청년수당은 부모의 소득과 취업 상태, 활동계획서 등 경제적 배경을 고려, 대상자를 선정한다. 보고서도 물론 필수다. 하지만 청년기본소득은 다르다. 아무런 조건 없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대상자를 선정한다. 그 돈을 어디에 쓰는지 역시 대상자들의 자유다. 우려와 걱정이 뒤따랐던 부분이었다.

청년기본소득을 조금 더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본소득'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 기본소득은 아주 오래 전부터 이야기된 주제이지만, 최근 인공지능과 로봇의 발달로 인해 더욱더 논의가 가속화되고 있다.

로봇과 AI가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게 된다. 사람은 자연스레 일자리를, 혹은 노동시간을 잃는다. 임금이 줄어들거나 실업자가 늘어난다. 세계경제포럼의 일자리 미래 보고서는 향후 5년간 50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인공지능과 로봇 덕에 사라지리라 보았다. 이 고도로 발달한 기술들이 오히려 자본주의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더 실험하고 실패해야 한다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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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은 이에 대한 꽤 괜찮은 대답이 될 수 있다. 일정 연령 이상의 국민들에게 기본적인 소득을 국가가 보장함으로써 생존과 생존을 넘어선 인간으로서의 품위 유지를 돕는 것이다. 가히 '좌파적'으로 보이는 이 주장은, 좌파 경제학자들뿐 아니라 보수주의적 경제학자들에게서 또한 많이 제창되어 왔다. 기본소득이 좌우를 넘어 미래에 대한 하나의 해답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을 '왜 청년에게만 주어야 하느냐'고 물을 수 있다. 당연한 질문이다.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전에, 대한민국의 청년들에게 다시 시선을 돌려 보자. 통계청에 따르면, 1월 실업률은 4.5%로 9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거센 경쟁을 뚫고 입학한 대학의 진학률은 70%에 달하지만, 대학을 나왔다고 해서 반드시 취업이 보장되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 대부분의 일자리는 불안정하고, 고되며,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새 없이 현재 외의 것은 보지 못하게 만든다.

다양한 세대와 성별, 직업과 계층을 위한 복지정책은 늘 발표되지만, 청년들을 위한 정책은 거의 없었다. 정치인들은 청년들의 물음에 "인생의 좋은 경험이다 생각하고 열심히 해야지 방법이 없다(김무성)"거나 "청년들이 가치관부터 바꿔야 한다(김학용)"는 이야기만 할 뿐이었다. 그런 와중에 들려온 서울연구원의 제안이 유독 반갑게 들리는 이유다.

서울연구원이 제안한 것은 일종의 '정책실험'이다. 따라서 이 실험은 실패할 수도 있으며 성공할 수도 있다. 대상이 되는 청년들의 삶에 크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혹은 나태함을 키워낼 수도 있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실패라는 결과를 얻는 것이 두려울 수는 있겠지만,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더 많은 실험과 더 많은 정책이 필요하다.

태그:#서울시, #기본소득,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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