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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정상회담이 현재 진행 중이고, 미-중 무역협상 타결 기대도 높아진 것이 사실입니다. 그에 따라 불확실성이 완화되면서 심리지수에 (긍정적) 영향을 줬다는 시각에 저도 동의합니다."

28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말이다. 한국은행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삼성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7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기자설명회에서 이 총재는 "소비자심리지수와 기업경기실사지수가 상승했다"고 말했다. 그는 "심리지수 개선은 (기업 등) 경제주체들의 소비나 투자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에 (북미회담 등 이슈가) 우리 경제에 분명히 플러스(+)로 작용할 거라 예상한다"고 부연했다. 

앞서 지난 27일 한국은행은 2월 경제심리지수가 95.1로 전달보다 5.8포인트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경제심리지수는 소비자동향지수와 기업경기실사지수를 합한 것으로, 기업과 소비자 등 민간 부문이 경제 상황을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100을 넘으면 민간의 경제 심리가 과거보다 좋다는 뜻이고, 100에 못미치면 과거보다 못하다는 의미다. 이 총재의 언급은 북미정상회담 등의 영향으로 사람들의 경제 심리가 개선됐고, 이는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평가한 것이다.  

다만 이 총재는 현재 국내외 경제여건이 녹록하지만은 않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는 "미국 연준(연방준비제도·Fed)이 (금리 인상에 대해 유보적인) 유연한 입장을 보이지만 불확실성이 가신 것은 아니다"라며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도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했지만 총량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부동산 등) 특정 자산에 자금이 쏠리는 현상이 재현될 가능성은 없는지 경계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2차례 기준금리 인상, 가계대출 증가 둔화에 기여"

그러면서도 이 총재는 앞서 기준금리를 올렸던 것이 가계 빚 증가속도를 늦추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2017년 11월, 2018년 11월 기준금리를 2차례 인상했다"며 "당시 금통위가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흐름을 보이고, 물가도 목표수준에 가까워진 상황에서 금융불균형 위험에 대응할 필요성 등을 고려해 내린 결정이었다"고 했다. 

이 총재는 "지난해 11월 기준금리 인상 이후 잔액기준으로 대출금리가 상승세를 이어가는 상황"이라며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은 가계의 예금유인을 높이고 대출수요는 낮추는 쪽으로 작용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로 가계대출 증가 수준을 보면 지난 2차례 기준금리 인상이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에 보완적으로 작용해 대출증가세 둔화에 기여했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금통위는 당분간 물가가 크게 오르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통화정책방향 자료에서 금통위는 " 석유류 가격 하락, 농축수산물가격 상승폭 축소 등으로 소비자물가 오름세가 0%대 후반으로 둔화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소비자물가상승률은 당분간 1%를 밑도는 수준에서 오르내리다 하반기 이후 1%대 중반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물가가 너무 낮다? "물가만 위해 통화정책 운용하면 부정적 결과 초래"

이와 관련해 이날 "중기적으로 물가가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에 도달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2016년 이후 물가안정 목표를 '소비자물가상승률 기준 2%'로 설정해두고 있다. 이 같은 지적에 이 총재는 한은이 물가를 기준으로 기준금리를 결정하게 되면 더 큰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물가상승률이 낮은 것은 통화정책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공급 쪽 요인에 기인한다"며 "국제유가 하락, 정부의 복지정책 강화 영향이 상당 부분 작용한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총재는 "그러한 요인을 제외한 기조적 물가상승률은 1%대 중·후반을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한국은행은 신축적 물가안정목표를 채택하고 있는데, 이는 거시경제 흐름과 금융안정 위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통화정책을 유연하게 운용하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이같이 운영하는 이유는 물가목표 달성만을 위해 통화정책을 경직적으로 운용할 경우 경제 전체적으론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가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물가안정목표제의 근본 취지가 그러하다는 점을 이해해달라"고 했다. 다시 말해, 물가상승률이 낮다는 이유로 경기부양을 위해 곧바로 기준금리를 내리게 되면 부동산 가격상승 등 후폭풍을 겪을 수도 있기 때문에 보다 유연하게 통화정책을 운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최근 금융시장 일부에서는 제기되는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에 대해서 이 총재는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그는 "일부 경제지표가 다소 부진한 움직임을 보여 그러한 의견이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그렇지만 지난 1달 동안의 지표 등을 볼 때 1월 경제전망에서 벗어나지 않는 성장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이 같은 성장전망과 함께 (가계 빚 등) 금융안정 상황을 고려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여전히 기준금리 인하를 검토해야 할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태그:#기준금리,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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