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이집트 다합(Dahab)에서 스쿠버다이빙 오픈워터(OpenWater)부터 다이브마스터(DM) 자격증을 취득하기까지의 과정입니다. 물 공포증이 있었던 필자가 2018년 12월 27일부터 2019년 2월 19일(55일)까지의 생생한 기록입니다. - 기자말
 
 이집트 다합은 해안가가 아름답다. 아침마다 6km를 달리면서 일출을 보는 것이 큰 낙이었다.
 이집트 다합은 해안가가 아름답다. 아침마다 6km를 달리면서 일출을 보는 것이 큰 낙이었다.
ⓒ 차노휘

관련사진보기

  
오픈워터 과정 첫 입수하는 날
 
조나단은 분명 저승사자였다. 5m 수심에서 보트 밧줄을 잡고 올라가고 있는 내 발목을 자꾸만 잡아챘다. 그럴 때마다 사정없이 발길질을 해야 했다. 번거로운 호흡기도 떼어 버리고 스쿠버 장비도 벗어 버리고 해안까지 수영을 하고 싶었다.
 
스몰 사이즈 5mm 웨트슈트는 가슴과 옆구리를 조여왔다. 약간 낀다 싶은 잠수복이 물 저항과 체온 유지에 적당하다고 했다. BCD(부력조절조끼)와 공기통, 9kg 웨이트벨트까지 허리에 감았다. 장비 무게만도 거의 30kg.
 
입수할 때 바람이 불어 파도가 출렁거렸다. 가슴 깊이 수심에서 조이는 슈트를 입고 30kg 장비를 착용하고 핀을 신어야 했다. 균형을 잡지 못해 기우뚱했다. 옆에서 도와주는 다이브마스터 훈련생이 없었다면 아마도 넘어졌을 것이다.
 
핀을 신었던 물속에 무릎 꿇고 앉아서 강사가 먼저 시범 보이는 몇 가지 기술을 '제대로 따라하는 것'이 첫 과제였다. 마스크 물 찼을 때 물 빼기, 호흡기 빠졌을 때 호흡기 찾기 등을 통과하고는 다시 수면으로 올라왔다. 약 100m 떨어진 보트까지 킥을 차고는 두 번 왕복하기까지 했다.
 
문제는 가슴 높이에서 5m 수심으로 다이빙해서 내려갈 때였다. 수심 1m만 내려가도 압력평형(이퀄라이징 ; equalizing)을 해야 한다. 수심이 깊어지면 주위 압력이 높아진다. 압력이 높아지면 공기 공간 부피가 줄어든다.
 
우리 몸에도 공기공간이 있다. 귀, 폐, 사이너스(sinus), 치아 공간(사람마다 다르다), 마스크(장비). 그곳이 아래로 내려갈수록 작아지거나 찌그러진다. 주위 압력과 똑같이 유지시켜주지 않으면 '압착'이 생긴다. 조직이 손상될 수도 있다. 압착은 인체 내의 공기공간 압력보다 외부 압력이 높을 경우에 발생한다.
 
공기공간이 제일 큰 폐는 풍선처럼 부드러워서 호흡만 멈추지 않는다면 자연스럽게 수축과 팽창을 반복한다. 사이너스와 귀는 그렇지 않다(마스크는 별도로). 압력평형(이퀄라이징)을 해주어야 한다. 이론은 간단하다.
 
두 손가락으로 코를 막고 코를 풀 듯이 '킁' 하면 된다. 이런 작업은 귀 통증이 오기 전에 수시로 해줘야 한다. 2~3초 마다 한 번씩 하강할 때만 한다. 상승할 때 하면 역압착이 와서 되레 더 고통스럽다. 이론처럼 쉽게 되지 않는 사람도 있다.

바로 나다.
 
코를 두 손으로 막고 킁, 하고 풀면 반응이 없다. 있는 힘을 다해 쿵쿵, 해주고도 턱을 좌우로 흔들어야 한다. 온 힘을 끌어 모아야 하기 때문에 몸서리치는 것처럼 보인다. 그것을 연속적으로 반복해야 귀가 펑, 하고 뚫린다.
  
 다합 인근 바닷가에서 스쿠버 다이빙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다합 인근 바닷가에서 스쿠버 다이빙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 차노휘

관련사진보기

  
저승사자 조나단

수심 깊은 바다(5m도 내겐 깊었다). 검푸른 빛깔의 두려움. 마스크 안에 물이 자주 찼다. 물 공포증이 있던 나는 호흡기가 빠질 것 같아 있는 힘껏 어금니에 힘을 주었다. 제대로 마우스피스를 입술('우'를 잘하지 못했다)로 완전히 덮지 못해서 바닷물이 들어왔다. 수영을 어중간하게 배워선지 코로 숨을 쉬기도 했다. 아예 나는 코를 손가락으로 틀어쥐었다.
 
물속에서는 생래적으로 불안했고 긴장했다. 서너 가지가 한꺼번에 되지 않았다. 마스크 물을 빼면 호흡기를 꽉 깨물고 있는 턱이 아팠다. 코를 쥐어틀고 있는 왼손 검지와 엄지로 인플레이터까지 눌러야 했다. 이퀄라이징이 잘 되지 않아 몸서리치듯 코를 풀고 치아를 흔들고 나면 코로 숨을 쉬고 있었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가슴이 답답해졌다. 급기야 호흡곤란증까지 일었다. 입속으로 바닷물이 수시로 들어왔다. 바닷물이 짜다는 것이 새삼스러울 정도였다. 앞서가는 조나단에게 가슴이 답답하다고 가슴을 주먹으로 치고 손가락으로 위로 올라가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그는 안 된다고 손사래를 쳤다. 나는 부력조절기(BCD) 인플레이터를 연거푸 눌렀다. 잠시도 물속에서 머무르고 싶지 않았다.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았다. BCD에 공기가 찼고 나는 상승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웬걸! 그가 나를 잡았다.
 
'교육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싶단 말이야. 일단 살고 봐야지?'

이렇게 외쳤지만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를 떼어냈다. 올라갔다. 그가 또 잡았다. 내가 발길질을 해서 떼어냈다. 또 붙잡혔다. 조나단은 저승사자인가? 아무리 교육이 중요하지만 교육생도 목숨은 하나뿐이지 않는가. 드디어 수면에 도달했고 조나단이 뒤따라왔다.
 
"비디오 봤죠? 갑자기 수직상승하면 감압병이 생길 수 있다는 것? 5m 정도이니 괜찮지 15m면 진짜 큰일 나요?"
 
그는 좀 상기되어 있었다. 그의 표정을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되받아쳐서 물었다.
 
"그럼 15m도 들어가나요?"
"내일 들어가야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여행자보험도 들지 않았고 유서도 쓰지 않았다. 이렇게 먼 나라까지 내가 죽으려고 온 것은 아니었다. 오픈워터 교육 시작하기 전에 작성했던 서류 문구가 떠올랐다. 스쿠버 다이빙은 위험한 스포츠라는 것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며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강사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 라는 문구에 교육생이 서명하도록 되어 있었다.
 
 '네게 책임을 묻지 않아도 되니 이렇게 강압적으로 진도를 빼도 된다는 거지?'
 
속에서는 강사를 향한 짜증이 부글부글 올라왔다. 열심히 살면서, 하고 싶은 것 하다가, 여한 없는 한 사람이 죽었다. 이런 비문 하나 남기는 것이 고작인가. 무모하게 죽고 싶지 않았다.
  
 이름 모를 카페 장식구와 일출
 이름 모를 카페 장식구와 일출
ⓒ 차노휘

관련사진보기

  
장비도 강사도 믿자!

이론시험을 위해서 밤새 뒤척뒤척하다가 한국에 있는 스쿠버 다이빙 마스터인 J에게 톡을 보냈다.
 
"수영장에서 며칠이나 기초훈련을 받았죠?"
"2~3일. 그리고는 개방수역 가서 하루. 풀다이빙 코스에서도 하고."

'그렇다면 내가 그리 못하는 것도 아니네? 고작 한 시간 물속에서 테스트 받고 갔으니.'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자존심상 J에게 입수 첫날 물 밖으로 나왔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J가 덧붙였다.
 
"이퀄라이징은 컨디션에 따라 다르니 술 마시지 말고 아침에 가볍게 운동하고…… 장비를 믿어요."
"강사쌤도 믿으란 말이겠죠?"
   
내가 내 위안을 받고자 물었다. 한국과 이집트는 7시간 차이가 난다. 지금 이곳이 아침 여섯시이니 한국은 점심시간 즈음이다. 나는 J에게 고맙다는 메시지를 끝으로 숙소를 나섰다. 아침 여섯시가 지나면 해안가를 따라서 왕복 6km를 달리는 것이 일상으로 자리잡았다.
 
화려한 전등, 음식 냄새를 풍기며 종업원들이 길거리 손님을 유혹하는 저녁과 달리 아침 해안가는 화장 지운 여인네의 얼굴처럼 순박했다. 빈 소파에 고양이나 개가 앉아서 그들만의 휴식을 취했다.
 
 이른 아침 해안가 카페는 전날 밤과 사뭇 다른 분위기이다.
 이른 아침 해안가 카페는 전날 밤과 사뭇 다른 분위기이다.
ⓒ 차노휘

관련사진보기

   
 이른 아침 다합 해안가는 개와 고양이의 휴식처가 된다.
 이른 아침 다합 해안가는 개와 고양이의 휴식처가 된다.
ⓒ 차노휘

관련사진보기

   
모든 해안가 레스토랑은 문단속을 하지 않는다. 길거리와 바닷가를 향한 개방식 실내구조라 입구에 의자 하나 놓고 들어가지 말라는 표식을 할 뿐이다. 달리다 보면 위치 좋은 곳은 사람들이 들어가서 일출을 감상하기도 한다.
 
나는 붉게 퍼지는 해무리가 수평선을 기점으로 영역을 넓혀갈 때 속도를 늦추었다. 해가 떠오를 즈음이면 해안가 상점과 마지막 호텔이 끝나는, 인적이 없는 바닷가에 이른다. 아무도 없는 흙을 밟고 돌밭을 지난다. 물살을 발아래에 두고 쪼그려 앉는다. 탯줄 감은 샛노란 태양이 신의 자궁에서 갓 빠져나올 찰나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이다.
 
 다합의 일출 풍경.
 다합의 일출 풍경.
ⓒ 차노휘

관련사진보기

   
전날 '내 돈 내고 지금 뭣하고 있지? 당장 때려치워?'라고 심각하게 고민을 했어도 수평선으로 잔잔하게 퍼지는 햇살에 마음이 순해져서 오늘 또 살아갈 에너지를 얻을 것이 분명하다. 나는 아직 유언장을 쓰지 않았다. 오래 살 것이다.
 
 다합의 일출 광경.
 다합의 일출 광경.
ⓒ 차노휘

관련사진보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글쓴이 차노휘는 소설가이자 광주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2016년부터 도보 여행을 하면서 ‘길 위의 인생’을 실천하고 있다. 2009년 광주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얼굴을 보다〉가 당선되었고 저서로는 소설집 《기차가 달린다》와 소설 창작론 《소설창작 방법론과 실제》, 여행 에세이집 《쉼표가 있는 두 도시 이야기》, 장편소설 《죽음의 섬》이 있다.

오마이뉴스 에디터.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은경의 그림책 편지',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를 연재합니다. 2017년 그림책에세이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출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