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간의 인식과 달리 백스트리트 보이스는 쉰 적이 없다. 마지막 전성기를 장식한 4집 < Black & Blue >(2000)를 발표하고 5년간 공백기를 가진 것이 전부다. 이후 이들은 팝 록과 일렉트로닉 댄스를 오가며 꾸준히 새 앨범을 냈다.

결성 20주년을 맞았던 2013년에는 한동안 활동을 쉬고 있던 맏형 케빈 리처드슨까지 팀에 합류해 완전체 복귀를 이루기도 했다. 그저 대중의 주목을 받지 못했을 뿐이다.
 
 백스트리트 보이스

백스트리트 보이스 ⓒ 소니 뮤직

 
5년 만의 새 앨범 < DNA >의 상황은 다르다. 통산 9집인 신보는 발매 첫 주에 빌보드 앨범 차트 정상에 올랐다. < Black & Blue > 이후 20년 만에 거둔 성과다. 올해로 3년 차가 되는 라스베이거스 정기 공연은 성황리에 진행 중이며, 5월부터는 새로운 월드 투어에 돌입한다. 보이 밴드로서 보기 드문 롱런이다.
 
 백스트리트 보이스 9집 < DNA >

백스트리트 보이스 9집 < DNA > ⓒ 소니 뮤직

 
앨범의 핵심은 '성숙'이다. 수록곡 어디서도 오랜 파트너 맥스 마틴의 흔적은 찾을 수 없다. 대신 스테레오타입스, 라우브(Lauv), 숀 멘데스 등 새로운 작곡가, 프로듀서들과 손을 잡고 변화를 꾀했다. 전작 < In a World Like This >가 원 디렉션을 떠올리게 하는 팝 록에 중점을 뒀다면, 이번에는 업 템포의 비중을 최소화하고 멤버들의 화음에 승부를 걸었다. 틴 팝 시절부터 남달랐던 그룹의 보컬 호흡은 이제 완연히 무르익었다.

데뷔 초의 패기는 베테랑의 노련미로 진화했다. 'Don't go breaking my heart', 'New love'의 댄스 그루브와 'Chances'의 완급 조절은 'Everybody(Backstreet's back)' 시절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아카펠라 'Breathe'에서의 탁월한 하모니는 또 어떤가. 컨트리의 영향이 짙은 'No place', 후렴에 힘을 준 발라드 'Chateau'와 'Just like you like it', 두왑의 맛을 낸 'The way it was' 등 탄탄한 성인 취향의 곡들이 이들의 성장을 증명한다.
 

제법 만족스러운 곡 단위 완성도와는 달리, 앨범의 구성은 다소 빈약하다. 음반의 중심을 이루는 미디엄 템포의 곡들이 서로 비슷한 톤을 띄는 탓이다. 이러한 경향은 편안한 박자와 음계, 화음을 앞세운 해석이 반복되는 후반부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변주를 통한 재미보다는 잘할 수 있는 것 위주로 안전을 추구한 것이 단조로운 감상으로 이어졌다.
 
 백스트리트 보이스

백스트리트 보이스 ⓒ 소니 뮤직

 
< DNA >는 확실히 고전적이다. 선명한 선율, 가창이 옛것으로 치부되는 요즘 팝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감각적인 비트, 현란한 사운드 대신 좋은 멜로디와 하모니에 집중하며 팀의 활로를 개척했다. 말하자면 기성세대가 된 X세대를 위한 신식 어덜트 컨템포러리의 형태다. 성실하게 작품 활동을 이어오며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도출한 이들만의 색깔이기에 의미가 크다. 틴 팝 보이 밴드의 본보기라고 할 만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대중음악웹진 이즘(www.izm.co.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백스트리트 보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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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 평론가 |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 음악 작가 | 팟캐스트 <뮤직 매거진 뮤브> 제작, 진행 http://brunch.co.kr/@minjae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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