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5일 해체 소식을 밝힌 밴드 피아.

2월 25일 해체 소식을 밝힌 밴드 피아. ⓒ 피아 페이스북

 
장기하와 얼굴들의 해체에 이어 다시 한번 록 팬들에게 아픈 소식이 날아왓다. 2월 25일, 록밴드 피아(PIA/彼我)가 해체 소식을 밝혔기 때문이다.

피아는 팬카페와 SNS에 올린 편지에서 "모든 순간들은 여러분들과 함께였기에 가능했다"며 "이제 밴드 피아의 다섯 멤버 요한, 헐렝, 기범, 심지, 혜승은 피아가 아닌 저마다의 이름으로 각자 다른 삶의 이야기를 시작해볼까 한다"고 말했다. 피아는 5월 그린 플러그드 페스티벌과 가을 단독 공연 등, 밴드로서의 마지막 활동을 마친 후, 올해 하반기에 해체한다.
 
1998년에 부산에서 결성된 밴드 피아는 20여년 동안 한국 밴드의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첫 앨범 < pia@Arrogantempire.xxx > 이후 뛰어난 라이브 실력으로 정평이 났다. 하드코어 밴드로 시작하는 듯했지만, 뉴메탈, 이모코어, 일렉트로니카 등 다양한 장르에 손을 뻗으며 창작의 영역을 확장했다.
 
"나의 바다여 다시 꿈을 꾸는 나에게
불같은 축복을" - My Bed 중
 

부산 밴드 피아가 전국의 록 팬들에게 알려진 본격적인 계기는 너무나 유명하다. 서태지는 인디 뮤지션을 지원하기 위해 실력있는 인디 밴드들을 서태지 컴퍼니의 인디 레이블 '괴수 인디진'에 영입했다.

넬과 디아블로, 그리고 피아가 그 주인공이었다. 그 이후 피아에겐 '서태지가 사랑한 밴드'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녔다. 괴수 인디진에 입성한 이후 처음으로 발표한 앨범 < 3rd Phase >는 지금도 록 팬들 사이에서 한국판 뉴 메탈 명반으로 회자된다.
 
 피아가 팬들에게 보내는 편지

피아가 팬들에게 보내는 편지 ⓒ 피아 공식 SNS



피아는 해외의 록스타를 탄복시키기도 했다. 린킨파크의 오프닝 무대에 섰다가, 린킨파크 측의 제안으로 함께 마이크를 잡았다. 옥요한과 체스터 베닝턴이 'One Step Closer'를 부르는 모습은 잊을 수 없는 명장면이다. 피아를 높이 평가했던 린킨파크는 피아에게 전미 투어의 오프닝 게스트를 제의하기도 했다.
 
2013년에는 수백 팀이 참가한 '탑밴드 2'에서 우승했고, 엠넷 '밴드의 시대'에서도 인상적인 무대를 몇 차례 펼쳤다. 2017년에는 메이저 데뷔 15주년을 기념하는 앨범 < PIA 15 Years >를 발표하며 밴드 스스로와 팬들을 자축하기도 했다. 척박한 한국 록계에서 피아는 20년 넘는 시간 동안 그 자리를 지켜왔다.

피아는 큰 무대는 물론, 작은 무대도 마다하지 않았다. 옥요한, 헐렝, 기범, 심지, 양혜승. 단 한 번의 멤버 교체 없이 달려왔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다. 그러나 이제 그 질주를 멈추게 되었다. 피아는 공식 입장문에서 "변화와 흐름의 소용돌이 속에서 다시 한번 거슬러 오를수 없음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 단락에서 이들이 직면한 깊은 고민을 엿볼 수 있었다. 드러머 혜승 역시 "어쩔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제 2의 인생을 살아보겠다"며 진한 아쉬움을 표했다.
 
록 페스티벌에서 피아는 청중을 광란의 상태로 몰아넣는 록스타였다. 밴드와 팬들이 뜨겁게 상호작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피아가 건실한 밴드였던만큼, 팬들의 아쉬움은 더욱 진하다. 이제 다시 록 페스티벌에서 '소용돌이'나 '원숭이'를 듣게 될 날이 돌아오리라고 단언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광란의 순간을 함께 했던, 그렇게 위로받았던 사람들의 기억은 오랫동안 남을 것이다.
 
"느낄 수 있어 네 자신을 봐
여기 거대한 너 널 믿어봐 크게 외쳐봐" - 소용돌이 중
피아 옥요한 양혜승 심지 서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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