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2.28 09:22최종 업데이트 19.02.28 16:12

도교 사원에서 향을 피우는 모습 (중국 쓰촨성 청두시 도교 사원 청양궁) ⓒ 김기동

 
중국에는 도교 사원이 많다. 도교 사원은 산속에도, 시내 한복판에도 있다. 도교 사원에 가보면 항상 향냄새가 가득하다. 사원 건물 앞에는 불붙은 향을 놓을 수 있는 향로가 있다. 중국 사람이 사용하는 향은 길이가 다양한데, 어떤 것은 길이가 2m를 넘기도 한다. 그래서 중국 향로는 직사각형 모양으로 상당히 크다.

중국 사람은 도교 사원에서 향을 피우며 무엇을 비는 것일까?

중국 사람은 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 그래서 중국 사람이 숭배하는 종교의 창시자는 대부분 사람인 경우가 많다. 중국 사람의 정신세계를 담당하는 종교로는 유교, 불교, 도교가 있는데, 이 세 종교 사상의 기초를 닦은 사람은 각각 공자, 석가모니, 노자다.

중국 사람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위의 세 사람에게 향을 피우며 예를 표한다. 예를 표하는 '종교의식 제사'에 대한 의미는 한국과 다르다. 한국에서는 '제사'를 신령이나 죽은 사람의 넋에게 음식을 바쳐 정성을 나타내는 의식이라고 한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자기 자신을 위한 목적이 크다. 신령이나 조상에게 숭배의 의미로 예를 표하며 자신을 보호해주기를 바라는 의식이라고 풀이된다.

'나'를 위해 제사 지내는 중국사람들

중국 사람은 '종교의식 제사'라는 예를 표하면 당연히 제사의 대상이 되는 신령이나 성인이 자신을 보호해준다고 생각한다. 보호해준다는 단어는 자신에게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좋은 일이 생기게 해준다는 의미도 포함한다.

그래서 중국 사람은 유원지나 관광지에 놀러 갔는데 그곳에 불교 절이 있으면 절에서 향을 피우고, 산에 등산가거나 시내 공원을 산책하다가 그곳에 도교 사원이 있으면 향을 피우고, 마찬가지로 유교 공간인 공묘나 문묘를 방문했을 때도 향을 피운다.

그러니까 중국 사람은 유교, 불교, 도교를 종교로 믿는 게 아니라, 세 종교를 만든 사람이 모두 훌륭한 성인인데 예를 표하면 소원을 들어준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세 종교를 만든 공자, 석가모니, 노자의 사상이 다르기는 하지만, 객관적으로 모두 타당성이 있기 때문에, 필요할 때마다 가장 적당하다고 생각되는 종교를 가져다 쓴다.

대학 입시나 입사 시험을 앞두고는 훌륭한 선생님이었던 유교의 공자가 필요하고, 사업에 실패하거나 연애하던 대상과 헤어져 마음이 심란하면 불교의 석가모니가 필요하고, 건강이 나빠지거나 장사를 시작할 때는 도교의 노자나 재물신 관우가 필요하다.
 

노자가 신선이 되었다는 중국 허난성 노군산에 있는 노자 동상 ⓒ 김기동



중국 사람은 도교 사원을 방문해 향을 피우며 무슨 소원을 빌까? 중국 사람은 매사에 현실적이다. 중국 사람은 하늘에 신이 있고, 사람이 죽어서 귀신이 된 후 생전에 착한 일을 많이 하면 극락이나 천당에 가고 나쁜 일을 많이 하면 지옥에 간다는 사실을, 믿지 않는다.

사람이 죽으면 극락이나 천당에 간다는 사실을 믿지 않는 중국 사람은 죽으면 자신의 삶이 끝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죽지 않는 게 제일 좋다. 이런 틈새시장을 파고든 게 중국 도교다. 중국 도교에 나오는 신선들은 1000년 이상을 산 사람이다. 그러니까 도를 닦아서 신선이 되면 죽지 않고 오래 사는 것이다.  

신선이 되기를 바라며 도교 사원에서 종교 의식을 행하는 도사 (중국 쓰촨성 청두시 도교사원 청양궁) ⓒ 김기동


 
도교 사원에서 생활하며 종교 활동을 하는 사람을 도사라고 한다. 도교 사원에 있는 도사는 당연히 신선이 되는 것을 목표로 도를 닦는다. 하지만 이따금 도교 사원을 찾는 보통 사람은 도를 닦아 신선이 되기 어렵다. 그래서 대부분의 중국 사람이 도교 사원을 찾아 향을 피우며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소원은 현실적인 내용이다. 그러니까 중국 보통 사람이 도교 사원을 찾는 목적은 현세에서 이익을 얻는 데 있다.

친절하게도 중국 쓰촨성 청두시 청양궁 도교 사원에는 사람들이 빌 수 있는 소원을 구체적으로 정리해서 벽에 써 놓았다.

결국 세가지  

중국 쓰촨성 청두시 도교 사원 청양궁 벽에 있는 '복수녹' 글자 ⓒ 김기동


 
위 사진 속 벽에 있는 글자는 오른쪽부터 복수녹(福壽祿)이다. 중국 사람이 복(福)을 빈다고 할 때, 중국 사람이 생각하는 '복'이란 무엇일까?

중국 사전에서는 '복'이란 '행복'이라고 풀이한다. <설문해자>(2000년 전 한자 글자의 모양을 분석 해설한 책)에 따르면 '복' 글자는 조상이 나를 도와준다는 의미라고 한다.

그래서 조상이 나를 도와주기 때문에 나는 조상에게 효도해야 한다. 중국 사전에서 '효(孝)'는 살아 계신 부모를 잘 섬기는 효도뿐만 아니라 돌아가신 선조 조상을 존중하여 제사를 지내는 의례도 포함한다고 풀이한다. 그러면서 조상에게 제사 지내는 의례를 통해, 조상의 생명이 나를 통해 영원히 계속된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고 마찬가지로 나의 생명이 후손에게 영원히 계속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니까 중국 사람에게 '복'이란 조상이 나를 행복하게 살도록 도와주는 일이고, 그래서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야 한다. 이런 의례를 통해 조상과 나의 영속성을 확인할 수 있고, 나의 영속성이 계속되려면 후손이 있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중국 사람에게 '복'이란 행복을 말하는데, 가장 큰 행복은 자식을 낳아서 자신의 DNA가 영속된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일이다.

그 다음 글자 '수(壽)'는 '장수한다'라는 단어로 오래 사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녹(祿)'은 다른 말로 '녹봉'이다. '녹봉'이란 벼슬아치에게 일년 또는 계절 단위로 나누어 주던 금품을 말한다. 현대어로 바꾸면 공무원 봉급이란 의미다.

기원전 100년경 사마천은 <사기> <화식열전>을 썼다. 이 <화식열전>을 중국에서는 '상경(商經)'이라고 한다. 상업이라는 글자 뒤에 종교 경전에서 쓰는 '경'자가 붙어 있으니 중국 경제 경영학 총론서로 보면 된다.

사마천은 <화식열전>에서 부자가 되는 세 가지 방법을 말한다. 그중 가장 좋은 방법이 '학문으로 과거에 합격해 권력과 지위를 얻는 길'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부자가 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권력으로 돈을 번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녹(祿)'은 돈을 많이 버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 사람은 도교 사원을 찾아 향을 피우며 현세에서 원하는 소원을 비는데, 그 소원은 구체적으로 첫째 자식을 낳는 것이고, 둘째 오래 사는 것이고, 셋째 돈을 버는 것이다. 즉, 중국 사람이 세상을 살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자식과 장수와 돈이다.
 

노자가 신선이 되었다는 노자 사당에 소원을 빌러 가는 중국 사람 모습 (중국 허난성 노군산) ⓒ 김기동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독자의견


다시 보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