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의락 더불어민주당 의원(대구 북구을)은 자유한국당 일부 국회의원들의 '5.18 망언'의 기저에는 한국당 의원들이 5.18을 민주화운동으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정서가 깔려 있다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지난 23일 대구에서 열린 전순옥 전 의원 초청 토크콘서트에 참석한 뒤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당 저변에 깔려 있던 정서가 김진태·이종명 의원이 국회에서 공동주최한 5.18토론회에서 터져 나온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홍 의원은 "토론회에서 망언을 해 자유한국당에서 제명결정을 한 이종명(비례대표) 의원과 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한 이완영(경북 고령·성주·칠곡), 백승주(경북 구미갑) 의원이 모두 TK(대구경북) 출신"이라며 "지금 몇 명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당 내에 동조하는 의원들이 상당히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구에서 활동하면서 이미 그런 우려를 가지고 있었다"며 "그동안 일부 의원들이 용인했던 것들이 이번 한국당 전당대회를 기화로 외부로 표출돼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홍 의원은 또 문재인 정부가 대구·경북을 홀대한다는 'TK패싱론'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특히 황교안 전 총리가 한국당 당 대표 연설에서 대구경북만 예산이 줄었다는 주장은 허위사실이라고 비판했다.
황 전 총리는 지난 18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한국당 합동연설회에서 "전국 예산이 다 늘었지만 대구경북 예산만 깎였다. 경북에 들어갈 돈 몇천억 원을 빼앗아 갔다"라고 주장했다.
자신의 SNS를 통해 이런 주장을 비판했던 홍 의원은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것은 가장 비열한 짓"이라며 "황 전 총리의 발언은 완전한 거짓말이다. 언제부터 대구에 줄타기를 했는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홍 의원은 "대구의 DNA는 혁신"이라며 "변해야 한다. 우리가 변화해야 한다는 것은 아는데 저부터 변해봐라 하지 말고 내가 변하면 대구가 달라진다. 대구의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고 변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다음은 홍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
"한두 명 문제 아냐... 5.18 망언 동조자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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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3일 오후 홍의락 국회의원을 대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
| ⓒ 조정훈 | 관련사진보기 |
- 최근 5.18과 관련해 한국당 일부 의원들의 망언이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특히 국회에서 열린 5.18공청회에 이완영 의원과 백승주 의원도 참석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구경북 국회의원들의 역사의식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가지고 있는 인식 밑바닥에 5.18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은 흐름이 있다는 것을 안다. 지금 몇 명 국회의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완영, 백승주 의원 뿐 아니라 이들 주장에 동조하는 의원들이 상당히 많다. 저는 대구에서 활동하면서 이미 그런 우려를 가지고 있었다.
이번에 한국당 전당대회를 기화로 해서 외부로 표출돼 나온 것이다. 역사를 똑바로 인식하지 못하는 의원들은 반성해야 한다. 대구경북 지역민들의 의식수준에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 자유한국당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대구에서 합동연설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황교안 전 총리가 대구경북만 올해 예산이 줄었다고 주장한 데 대해 SNS를 통해 반박했는데 어떤 내용인가?
"황교안 전 총리의 주장은 거짓말이다. 공당의 대표가 되겠다고 나온 사람이 거짓말을 하는 게 맞나? 사실이 아니다. 언제부터 대구에 줄서기를 했는지 모르겠다."
- 최근 부산에서 가덕도 신공항 이야기가 나오면서 대구공항 통합 이전이 상대적으로 소홀해지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있다.
"원칙적으로 정부가 김해공항을 확장하기로 결정하고 대구통합공항은 이전하기로 했다. 이미 정책이 결정돼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부산과 울산, 경남(부·울·경)이 김해공항은 문제가 있다고 문제제기를 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 당시 서병수 부산시장은 김해공항 확장안이 결정되었을 때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민자를 유치해서라도 가덕도 신공항을 주장했다. 하지만 대구는 프랑스 회사의 김해공항 타당성 결과를 받고 문제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통합신공항으로 가기로 했다. 대구와 부산은 가는 길이 다르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해공항에 문제가 있다는 보고를 받고 그게 사실이라면 한 번 알아보자고 한 수준이다. 문제가 있는지 빨리 점검해 보자는 뜻이 아닌가 생각한다."
- SK하이닉스가 용인으로 간 것을 두고 국가균형발전에 역행하는 것 아닌가 하는 비판이 일고 있다. 특히 하이닉스 공장 유치에 나섰던 구미와 경북도민들의 실망감이 크다.
"이 부분에 대해 정부의 고민이 많을 것이다. 수도권 공장총량제를 풀어야 되기 때문이다. 천안과 구미도 노력을 많이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러 가지 여건과 입지조건들이 맞지 않으니 어쩔 수 없다고 본다. 하지만 또 다른 정책으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 지역에 왔으면 좋은데 좀 섭섭하다."
- 원자력해체연구소도 원전과 방폐장이 있는 경북이 아닌 경남과 울산으로 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지난 19대 때 고리원을전 폐로하기 전 부산이나 울산지역 한국당 의원들은 원전해체연구소(원해연)을 유치하기 위해 무진장 노력했다. 하지만 경북은 원전클러스터만 얘기하고 원해연은 관심도 없었다. 최근에도 이채익 자유한국당 의원 같은 분들은 열정적으로 유치하기 위해 노력했다.
우리 지역 국회의원들이 노력을 안 한 것이다. 경북도 설명을 제대로 했어야지. 내가 산자위 여당 간사인데도 경북 국회의원이 아니라고 나한테는 얘기도 안 했다. 원해연을 경북이 유치하겠다는 것을 이채익 의원을 통해 알았다. 그러면서도 잘 안 되면 여당을 나무라는 것은 문제다. 지역에서는 민주당이 'TK 홀대'를 하고 있다고 하는데 왜 우리는 찾아오지 않는지 모르겠다."
- 정부가 예타 면제 사업을 선정하면서 경북의 불만이 크다. 경남은 김천-거제 내륙철도가 예타 면제 사업으로 선정된 반면 경북은 동해안 고속도로(7조)와 동해중부선 복선전철화(4조) 사업이 반영되지 않았다. 동해중부선 단선 전철화사업으로 축소 반영됐다.
"김천에서 거제까지 내륙철도 사업 예산은 4조7000억 원인데 김천에서 성주까지 1조7000억 원이다. 왜 경남 것이라고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동해중부선 철도까지 하면 전국 지자체 중 두 번째로 많은 예산이다.
동해안고속도로 예산이 7조인데 그걸 고집하면 방법이 없다. 정부가 원하는 것에 적응하고 상의하고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가 고집하고 대안도 내놓지 않으면 어떻게 채택이 되겠나? 이건 정부의 TK패싱이 아니라 대구경북이 정부를 패싱하는 것 아니겠나?"
- 민주당 TK특위가 지난 22일 대구에서 열렸지만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언론의 비판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또 한국당 TK협의체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
"우리 당의 TK특위는 내가 당선 후 복당하자마자 대구와 경북을 위해 뭔가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만들었다. 예산 등 현안에 대해 접근해 보려고 했다. TK특위 위원들도 TK가 고향이거나 TK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다. 우리는 애정을 갖고 지역 발전을 위해 뭔가 도움이 되려고 한다.
그런데 한국당이 우리를 견제하기 위해 TK협의체를 만들었다. 그 사람들은 지역구가 여기 있는 사람들이다. 지역구가 여기 있는 사람들이 뭐하러 협의체를 만드나? 시·도당 연석회의를 하면 된다. 한국당과 우리 당은 접근 방식이 다르다. 언론이 비판하는 것은 좋지만 제대로 파악했으면 좋겠다. 비판하려면 김부겸, 홍의락을 비판하는 게 맞다."
- 대구·경북 지역민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대구·경북이 늘 앞장 서 역사를 이끌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TK의 DNA는 혁신이다.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 이제 변해야 한다. 우리가 변화해야 한다는 것은 아는데 너부터 변해봐라 하면 안 된다. 선제적으로 변해야 대구가 달라진다. 젊은이들은 역동성도 있고 잠재력도 있고 대단한 실력을 가진 사람이 많다. 대구경북에서 커가게 만들어야 한다. 대화하고 소통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