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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문재인 대통령이 "적폐청산 노력에 대해 국제사회가 평가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2018년 부패인식지수(CPI) 결과를 환영한 것이다. 국민권익위원회도 CPI 점수 상승으로 상당히 고무된 분위기다. 부패 정도가 개선됐다는 소식은 모두가 반길만한 일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점수가 3점 올랐고 국가별 순위에서는 6단계가 상승했다. 2018년 헌국이 받은 57점은 지금까지 받은 점수 중 가장 높다. 국가별 순위에서는 50위권에서 탈출하여 40위권으로 돌아왔다. 2008년 이후 10년 동안 정체와 하락을 거듭하던 CPI의 흐름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음은 확실해 보인다.

정체 또는 하락 추세에서 벗어날 수 있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진단할 수 있다. 점수가 전 고점을 상향 돌파했으며, 국가별 순위가 바닥에서 상당히 강한 반등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게 해석 가능하다.
 
CPI 점수와 국가별 순위 추이
 CPI 점수와 국가별 순위 추이
ⓒ 이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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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속단하기는 이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2018년 부패인식지수가 산출된 시기는 대체로 2017년에서 2018년으로 이어지는 시기라고 볼 수 있다. 이 시기는 촛불의 영향이 강하게 남아있던 시기고, 새 정부가 출범한 시기다. 

따라서 촛불의 영향과 새로운 정부 출범이 상당한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물론 적폐청산을 비롯한 현 정부의 반부패정책의 영향도 있었을 것이다. 필자는 내년 CPI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향후 방향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2019년 CPI 점수는 현 정부의 반부패정책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가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둘째, CPI 점수가 산출된 세부적인 내용이다. 한국의 2018년 CPI를 산출하는 데 사용된 10개의 원천자료를 분석해 보면 몇 가지 특징이 나타난다. 공직사회의 부패는 2018년 전년 대비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 그 하나다. 다음으로 기업 활동 등과 관련해 관공서 등에서 마주치게 되는 부패가 추세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추세는 몇 년 째 계속되고 있다.

그렇지만 좋지 않은 지표도 있다. 정치권과 기업 사이의 의심스러운 관계는 개선되고 있지 못하며 점수도 다른 나라와 비교하여 상당히 낮다. 마지막으로 전반적인 부패 수준이 충분히 개선되고 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부패의 가장 큰 문제가 '권력을 가진 집단에서의 부패'라는 점에는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별로 없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인 정치권과 기업간의 의심스러운 관계는 조금도 변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공공기관의 창구를 비롯한 공직 사회의 부패가 조금 개선됐다고 하지만, 한국 사회의 부패 고리가 제대로 해결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정말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한 우리나라의 부패 수준이다. 45위는 부끄러운 수준을 넘어 국가의 위신을 망가뜨리는 순위다. 경제적인 측면, 문화적인 측면 등과 비교하면 45위라는 국가별 순위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OECD 국가들 중에서 거의 바닥 수준이고 아시아태평양 국가들과 비교하여도 뉴질랜드, 호주, 일본, 대만, 싱가포르, 홍콩은 물론이고 부탄이나 부르나이보다도 낮다.

요약하면 2018년 부패인식지수는 조금 개선됐다. 이는 10년 동안 정체 또는 하락하던 추세에 일정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부패수준이 개선되는 추세에 들어섰다고 속단하기는 어렵다.
  
아태지역 주요 국가 CPI 점수
 아태지역 주요 국가 CPI 점수
ⓒ 이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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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부패 개혁을 통한 청렴한국 실현'을 위해서 그리고 CPI 20위권이나 CPI 점수 OECD 평균이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과제는 만만치 않아 보인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해 궁극적으로 부패 없는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현 정부는 부패를 추방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적폐청산에서부터 제도개혁에 이르기 까지 정부 부처들이나 공공기관들이 수많은 일들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 효과가 노력에 걸맞게 나타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감출 수 없다.

지금의 반부패 정책은 부패로 얼룩진 전 정권시절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서부터, 사회 각 부문에 관행으로 또아리를 틀고 있는 각종 불법과 부패를 청산하기 위한 정책과 제도 도입 등 시급한 과제가 산적해 있다. 사실 이러한 일들을 추진하는 것도 정부로서는 힘겨울 수밖에 없다.

필자는 부패를 추방하기 위한 정부의 각종 노력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그렇지만 정부가 조금 더 깊이 생각할 부분이 많다. 부패란 궁극적으로 행위자들의 은밀한 행위에서 시작된다.

부패행위는 복잡한 사회 현상 중의 하나이며 동시에 극히 개인적인 가치관과 관련된 행위이기도 하다. 이는 사회 구조와 행위자의 복잡한 상호작용의 산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단기간에 한두 가지 정책으로는 그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당장의 정책과 함께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갖춰져야 한다. 그리고 이들보다 더 중요한 것은 행위자들의 행위방식과 사회적 상호작용 방식에서의 변화다.

사회생활에서 사람들이 가지는 상호작용 방식의 변화가 어쩌면 가장 핵심적인 부분일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개인의 가치관과 행동방식이 변화할 수 있고 이것이 궁극적으로 사회 전반에서 부패를 추방하는 길이 될 것이다. 쉬운 말로 표현하면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부패 관용적인 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인 전략을 가지고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여기에는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명백한 한계가 있다. 사회의 각 주체들이 함께 참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사회 각 주체들이 함께 할 수 있는 모멘텀을 만들어 주고 이를 지원하고 적극적으로 견인하는 일이 정부의 몫이라 할 수 있다.

태그:#부패인식지수, #C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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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 한국본부 / 한국투명성기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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