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 가시나들> 포스터

<칠곡 가시나들> 포스터 ⓒ 단유필름

 
"CGV, 넌 내 인생에서 아웃!"
 
국내에서 가장 많은 스크린을 보유하고 있는 CJ CGV를 향해 한 다큐멘터리 감독이 과감하게 아웃을 외쳤다. 작은 영화를 외면하는 대기업 극장의 태도에 더 이상 굽신대지 않고 차라리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다짐이라는 점에서, 대기업 독과점 문제에 대한 논란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27일 개봉하는 <칠곡 가시나들> 김재환 감독은 24일 공개편지를 통해 CGV 상영을 보이콧하겠다고 밝혔다. 159개, 극장 1182개의 스크린를 보유하고 있는 CGV가 <칠곡 가시나들>에 8개관을 퐁당퐁당 상영으로 배정한 데 대한 반발이다.
 
김 감독은 "지난 2월 22일에 CJ CGV로부터 이같은 내용의 <칠곡 가시나들>의 스크린 운용 계획을 통보 받았다"며 "개봉일 실적에 따라 향후 '유동적으로' 몇 회 상영할지 결정하겠다고 CGV 측이 알려왔다고 전했다. 이어 "익숙한 일이고. 그러려니 넘기려 했다"면서 "전국 4개관에서 멀티플렉스 극장 하나 없이 개봉한 경험도 있어 이 정도 일로 상처받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보이콧 외엔 다른 길 안보여
 
하지만 김 감독을 화나게 한 것은 <칠곡 가시나들>과 같은 날 개봉하는 작품의 CGV 상영현황정보를 비교해 봤을 때 확인되는 차별적인 태도였다고 한다. "보이콧 외엔 다른 길이 안 보였다"고 강조했다.
 
CGV가 제작배급사에 보내온 <칠곡 가시나들> 스크린 운영안에 따르면 <칠곡 가시나들> 상영을 배정한 곳은 수도권에서는 용산 아이파크몰과 동백이고 원주, 천안, 청주, 광주, 대구 등 8개관이다.
 
 CGV가 제작배급사에 보내온 <칠곡 가시나들> 스크린 운영안

CGV가 제작배급사에 보내온 <칠곡 가시나들> 스크린 운영안 ⓒ 단유필름

 
김 감독은 <칠곡 가시나들>과 <어쩌다, 결혼>은 순제작비와 홍보마케팅 비용이 거의 비슷하다"며 "시사회는 <칠곡 가시나들>이 훨씬 많이 했고, 소설가 김훈, 코미디언 배연정, 바버렛츠, 신유, 배우 안석환, 김민식 PD 등이 출연하는 개봉 첫 주 이벤트도 정성을 다해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어쩌다, 결혼>이 확보한 CGV 상영조건은 22일 현재 95개 극장에서 140개 스크린이었다. 김 감독은 "CGV아트하우스 투자 배급 작품인가 아닌가로 밖엔 설명이 안 된다"고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김 감독은 '예매율 기준으로 상영관을 배정한다'는 멀티플렉스 극장들의 일반적인 입장에서 대해서도 "하늘을 봐야 별을 따지, 개봉 3일 앞두고도 <칠곡 가시나들>에 예매창 열어준 멀티플렉스 극장이 단 하나도 없는데 어떻게 예매율이 올라갑니까"라고 반박했다. 이어 "돈 되는 극 영화와 돈 안 되는 다큐는 스크린 배정 기준이 다르다고 주장할 거라면, CGV는 아트하우스를 왜 만든 걸까요"라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업계에서 가장 힘 센 자가 최소한의 금도를 지키지 않고 돈만 쫓을 땐, 교만의 뿔을 꺾어 힘을 분산시킬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며 "투자 배급과 극장의 고리를 법으로 끊어주면 좋겠지만 CJ를 사랑하는 국회의원들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며 상영-배급 분리와 스크린독점을 제한하는 법률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도 비판했다.
 
CGV가 제일 아플 아이디어 주면 선물
 
 <칠곡 가시나들>을 연출한 김재환 감독

<칠곡 가시나들>을 연출한 김재환 감독 ⓒ 인디플러그

 
김 감독은 또한 "적은 수의 스크린이라도 받는 게 낫다고 조언해준 분도 있었지만, 투자자가 없으니 손익분기점에 대한 부담도 없어 우리 영화의 운명은 우리가 결정하겠다"며 "CGV가 정한 모욕적인 룰은 거부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CGV의 환대에 저도 쌉싸름한 선물로 보답하고 싶다"며 "방법이 잘 떠오르지 않으니 어떻게 해야 CGV가 제일 아플까 좋은 아이디어가 있는 분은 메일을 보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대기업 영화관의 횡포에 당하지만은 않겠다는 감독의 결의로 해석된다.
 
김 감독은 "<어쩌다, 결혼> 감독님과 제작진께 상처를 주진 않을까 걱정돼, 이 글을 쓸까 말까 끝까지 고민했다"면서 "<어쩌다, 결혼>이 정말 잘 되길 바라고, 애정하는 김동욱 배우가 출연하는 작품이라 꼭 챙겨볼 것이다. 롯데시네마에서"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아울러 "모든 사달은 <극한직업>이 재밌어서 벌어진 나비효과"이고 "우리 편이 아닌 성벽 밖 사람들에게까지 나눠줄 스크린은 없으니 떨어진 이삭까지 훑은 거겠죠"라는 표현으로, 수직계열화를 통해 자사 이익에 치중하는 CJ에 독과점 행태를 꼬집었다.

방송사 PD 출신인 김재환 감독은 <트루맛쇼>(2011) < MB의 추억 >(2012) <쿼바디스>(2014) <미스 프레지던트>(2017) 등을 통해 방송의 맛집 소개 실체와 두 명의 대통령, 종교 문제 등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비판해 왔다. 작품마다 풍자와 역설이 돋보였다. 이번에 만든 <칠곡 가시내들>은 기존 작품들과는 전혀 방향이 다룬 휴먼 다큐로, 방향은 다르지만 재밌게 이야기를 풀어내는 감독의 역량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칠곡 가시나들 김재환 CGV C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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