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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김란사(1868~1919)라는 여성독립운동가를 알게 된 것은 8년 전 일이다. 그때 나는 여성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책 <서간도에 들꽃 피다> 2권을 집필 중이었다. 권당 20명의 여성독립운동가가 등장하는 이 책에 실을 인물을 고르던 중 김란사 지사를 알게 되어 주저 없이 2권 인물로 점을 찍었다. 당시는 김란사가 아니라 하란사였다. 남편 하상기씨와 결혼해 남편 성을 따르는 바람에 그동안 하란사로 불렸으나 2018년 4월 원래 성씨를 찾아 김란사로 부르게 되었다.

그 뒤 또 한 번 김란사 지사와의 해후(?)는 2017년 2월, 서울교육박물관에서 열렸던 '신여성 김란사 – 시대를 앞서간 여성의 위대한 이야기'라는 전시회 자리에서 이뤄졌다. 그때 나는 김란사 지사를 위해 지은 시를 낭송한 적이 있다. 이렇듯 김란사 지사와의 인연은 짧지 않은 세월 동안 이뤄진 것이라서 누가 '김란사 지사' 이야기만 해도 귀가 쫑긋해진다.

그런데 지난 2월 20일, 김란사 지사의 후손인 김용택 선생으로부터 신간 <김란사, 왕의 비밀문서를 전하라!>(황동진 글·그림, 초록개구리)를 받아들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지은이는 서울교육박물관 학예사인 황동진 선생으로 2017년, 서울교육박물관에서 열린 김란사 지사 특별전을 기획했던 사람이다. 어린이를 위한 맛깔스런 글 내용도 좋지만 이 책을 돋보이게 하는 삽화 역시 어린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듬뿍 배어 있다.
 
《김란사, 왕의 비밀문서를 전하라!》 책표지
▲ 책표지 《김란사, 왕의 비밀문서를 전하라!》 책표지
ⓒ 초록개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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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란사 지사는 고종의 밀사로 국제회의에 파견될 만큼 뛰어난 독립지사이자, 조선 여성을 위한 교육에 헌신하며 유관순을 비롯한 많은 제자들에게 독립 정신을 불어넣은 교육가이다.

김란사 지사는 당시 기혼자의 입학을 허락하지 않던 이화학당에 찾아가 끈질긴 설득 끝에 입학했으며 그 뒤 일본과 미국에 유학해 공부했다. 김란사 지사는 여성들이 제대로 배워야 자녀를 잘 가르쳐서 나라의 미래가 밝아진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신이 공부하는 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여성을 위한 학교를 세우고 가르치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미국 유학에서 돌아온 뒤, 감리교와 힘을 합쳐 가난하거나 결혼을 해서 배움의 기회를 놓친 여성을 위해 학교를 세운 뒤 교사로 일했고, 순헌황귀비를 설득해서 진명여학교와 숙명여학교를 세우게 했다. 모교인 이화학당에 돌아와 교사로 일하는 한편, 이화학당 안에 대학과가 생기자 이화학당 출신 최초의 대학과 교수가 된다. 그뿐 아니라 틈나는 대로 애오개여학교·종로여학교·동대문여학교·동막여학교·서강여학교·왕십리여학교·용머리여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김란사, 왕의 비밀문서를 전하라!>는 '1. 여자는 서당에 못 간다고? 2. 아버지 일을 돕다 3. 늦은 혼인 4. 꿈에 그리던 공부 5. 이름이 생기다 6. 적의 나라로 7. 지구 반대편에서 보낸 9년 8. 조선의 여성 교육은 조선 사람의 손으로 9. 가장 더운 여름 10. 조선을 밝히는 등불이 돼라 11. 다시 밟은 미국 땅 12. 왕의 비밀문서를 전하라! 13. 긴 여정의 끝으로' 순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글 내용 사이사이에 어린이 눈높이에 맞는 이해력을 돋우는 그림이 실려 있어 그림만으로도 책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게 했다.
 
《김란사, 왕의 비밀문서를 전하라!》본문 그림 1
▲ 본문 그림 1 《김란사, 왕의 비밀문서를 전하라!》본문 그림 1
ⓒ 황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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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란사, 왕의 비밀문서를 전하라!》본문 그림 2
▲ 본문 그림 2 《김란사, 왕의 비밀문서를 전하라!》본문 그림 2
ⓒ 황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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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란사 지사는 지식인으로서 선구적인 활약으로 고종의 신임을 얻었고, 파리 강화 회의에 조선 대표로 뽑혔다. 김란사 지사의 임무는 '미국과 조선이 다른 나라로부터 침략받으면 서로 도와준다'는 내용이 담긴 외교 문서를 외국 대표들에게 보이며 조선의 독립을 주장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뜻을 펼치기도 전에 북경에서 의문의 죽음을 맞이했다. 김란사 지사는 순국한 지 70여 년 만에 공적을 인정받아 1995년에 대한민국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았고, 2018년에는 국립현충원에 위패가 안장되었다.

김란사 지사의 후손인, 김란사기념사업회 김용택 회장의 말이다.

"이 책을 통해 어둠 속에서도 찬란한 삶을 살다 가신 제 할머니 이야기가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할머니도 기뻐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배성호 전국초등사회교과모임 공동대표는 다음과 같이 추천사를 남겼다.

"여성이라서 교육 받지 못한 환경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배움을 열어 가고, 유관순 같은 제자를 키워 내면서 조국의 독립을 위해 성큼성큼 발걸음을 내딛은 김란사! 김란사와 함께하는 특별한 여정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김란사, 왕의 비밀문서를 전하라!》본문 그림 3
▲ 본문 그림 3 《김란사, 왕의 비밀문서를 전하라!》본문 그림 3
ⓒ 황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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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란사 지사 순국 100년을 맞이하는 올해는 곳곳에서 김란사 지사를 조명하는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진다. 3월 1일부터 인천시립예술단이 만든 김란사 지사의 삶을 그린 뮤지컬이 무대에 올려지며, 4월에는 백석대 유관순연구소에서 김란사 지사 세미나가 열릴 예정이다. 또한 9월에는 이화여고 심슨기념관에서 순국 100돌을 맞아 특별전을 열 계획이다.

3.1운동하면 떠오르는 유관순 열사, 그 열사를 키운 스승 김란사 지사를 이번 책을 통해 알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은 새로운 100년을 맞이하는 어른들의 몫일 것이다.

<김란사, 왕의 비밀문서를 전하라!> 책펴냄 기림 행사

◾ 북콘서트
- 언제 : 2019년 2월 28일 저녁 7시~9시
- 어디서 : 정동교회

◾ 원화 전시
- 언제 : 2019년 2월 27일~3월 17일
- 어디서 : 서울교육박물관 부설 북촌전시관 및 정독도서관 청소년관 앞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우리문화신문에도 실립니다.


김란사, 왕의 비밀문서를 전하라! - 독립운동과 여성 교육에 앞장선, 유관순의 스승

황동진 지음, 초록개구리(2019)


태그:#김란사, #여성독립운동가, #황동진, #초록개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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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박사. 시인.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 한국외대 외국어연수평가원 교수, 일본 와세다대학 객원연구원, 국립국어원 국어순화위원, 민족문제연구소 운영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냄 저서 《사쿠라 훈민정음》, 《오염된국어사전》, 여성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시집《서간도에 들꽃 피다 》전 10권, 《인물로 보는 여성독립운동사》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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