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영화 시장에 활기를 넣어준 <그린 북>과 <가버나움>

예술영화 시장에 활기를 넣어준 <그린 북>과 <가버나움> ⓒ 씨제이이앤엠, 그린나래미디어

 
2018년 전체 독립예술영화의 부진이 2019년 1월에는 다소 회복됐으나 한국 독립예술영화의 고전은 여전했다. 지난해의 침체 국면이 이어지고 있는 상태여서 활로 모색이 절실하게 됐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지난 22일 발표한 2019년 1월 한국영화산업 결산에 따르면 독립예술영화는 <그린 북> <가버나움> <인생 후르츠> 등의 흥행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관객이 증가했다. 모처럼 활기를 띤 것이다.
 
인종차별이 극심했던 1960년대를 배경으로 흑인 피아니스트와 백인 운전사의 우정을 그린 <그린 북>은 지난 21일 30만 관객을 돌파하며 1월 독립·예술영화 흥행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칸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작인 레바논 극영화 <가버나움>은 아이와 여성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억압을 다큐멘터리 기법으로 고발한 여성 감독의 연출작으로 2위에 올랐다. 22일 현재 11만 관객을 돌파한 상태다. 자연과 공존하는 노년의 삶을 다룬 일본 다큐멘터리 <인생 후르츠>가 그 뒤를 이었는데, 이 작품은 22일 현재 6만 8천 관객을 넘겼다.
 
1월 예술영화 관객이 증가한 것은 겨울 시즌 대작영화의 부진으로 볼 만한 영화가 부족해졌고, 이에 관객들이 독립·예술영화로 눈을 돌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한국 독립·예술영화는 독립예술영화 흥행 순위 10위권에 한 작품도 들어가지 못했다. 1월에 개봉한 한둑 독립영화는 정대건 감독의 <메이트>와 이강현 감독의 <얼굴들>이었다. 하지만 두 작품 모두 누적관객은 2천 명 정도로 독립영화 흥행 기준인 1만 관객 도달에는 크게 못 미쳤다. 국내외 영화제 등을 통해서는 좋은 평가를 받은 영화들이기에 안타까움이 컸다.
 
지난해 영진위의 독립예술영화 지원 예산이 삭감되거나 동결되면서 독립영화뿐만 아니라 이들 영화를 상영하는 전용관들의 형편도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영화 관계자들 역시 "심히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며 무겁게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1월에 개봉했던 한국독립영화 <메이트>와 <얼굴들>

1월에 개봉했던 한국독립영화 <메이트>와 <얼굴들> ⓒ 한국영화아카데미. 시네마달

  
거대담론에서 미시담론, 극장가 헤게모니 이동 중

한국영화는 크리스마스 시즌 전후로 개봉한 대작영화의 부진이 1월 극장가에까지 파장을 미쳤다. 1월 한국영화 관객 수는 전년 동월 대비 15.0%(211만 명) 감소한 1195만 명이었고,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1.7%(132억 원) 줄어든 996억 원을 기록했다.
 
외국영화 관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30.5%(271만 명↓) 감소한 617만 명을 기록했고, 매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26.7%(188억 원↓) 줄어든 515억 원을 나타냈다. 외국영화는 올 1월 경쟁력 있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부재로 관객 수가 감소했다.
 
한국영화로서 이는 관객 상승의 기회일 수도 있었으나 <마약왕>(쇼박스), <스윙키즈>(NEW), < PMC: 더 벙커 >(CJ) 등 제작비 150억 원 이상의 대작영화 3편이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동시기에 개봉하며 과다경쟁을 펼친 것이 패착이 됐다. 3편 모두 손익분기점을 넘어서지 못했다. 이는 전체 영화 관객 수가 감소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나마 순제작비 65억 원의 중급영화 <극한직업>이 겨울 성수기에 볼만한 영화가 없어 영화 관람을 미뤘던 관객들을 극장으로 모두 불러들이면서 감소폭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0%대를 유지할 수 있었다. 1월 전체 관객 수는 전년 동월 대비 21.0%(482만 명↓) 감소한 1812만 명을 기록했고,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7.5%(320억 원) 줄어든 1511억 원을 나타냈다.
 
영진위는 "지난 크리스마스 시즌을 전후로 개봉한 영화들이 사회비판, 분단, 민족이라는 거대담론을 테마로 삼았던 것과 달리 코믹 형사물 <극한직업>은 자영업자인 소시민을 소재로 삼았다"면서 "이는 극장가의 헤게모니가 미시담론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알려주는 징표이기도 해 시사하는 바가 컸다"고 분석했다. 
 
 <극한직업>의 한 장면

<극한직업>의 한 장면 ⓒ CJ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점유율에서는 지난해 7월 창립한 신생 투자배급사 메리크리스마스가 첫 배급작인 <내 안의 그놈>(189만 명) 1편으로 관객 점유율 10.4%를 기록하며 4위에 올라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메리크리스마스는 최근 화이브라더스코리아와 유정훈 전 쇼박스 대표가 함께 설립한 회사다. 유 대표는 2007년부터 쇼박스를 이끌면서 <암살>, <내부자들>, <사도> 등을 흥행 시켰다. 화이브라더스는 영화, 드라마, 음악, 매니지먼트 등을 망라한 중국 최대 종합 엔터테인먼트 그룹이다.
 
영화 투자배급사인 메리크리스마스는 중국 화이브라더스와 업무협약을 했다고 27일 전했다. 영화 콘텐츠의 공동 기획·제작 및 투자·배급 등에 관한 전략적인 업무 협업이 주 내용이다. 메리크리스마스 측은 "유정훈 대표가 보유한 콘텐츠 제작 노하우 및 글로벌 네트워크와 화이브라더스가 보유한 중국 및 할리우드 제작·배급 유통망의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1월 배급사 순위 1위는 CJ E&M이었다. <극한직업> <PMC: 더 벙커>(49만 명) 등 5편을 배급해 관객 점유율 29.7%를 차지했다. 데컬처웍스(주)롯데엔터테인먼트는 <말모이> <범블비> 등 5편을 배급해 관객 점유율 17.1%로 2위에 올랐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는 <주먹왕 랄프 2: 인터넷 속으로> <글래스> 등 3편을 배급해 12.2% 점유율로 3위에 올랐다.
영진위 한국독립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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