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K리그 클래식의 지배자는 단연 전북 현대 모터스다. 2009년 첫 우승을 차지한 전북은 최강희 감독이 부임한 2013년 이후 6년 동안 4번의 우승을 차지하며 K리그의 절대강자로 군림했다. 작년 시즌이 끝난 후 최강희 감독(다롄 이팡)과 중앙 수비수 김민재(베이징 궈안)가 중국 슈퍼리그로 떠났지만 문선민, 한승규, 최영준 같은 스타 선수들을 차례로 영입하며 전력을 더욱 살찌웠다.

전북의 입지가 워낙 탄탄하지만 대항마들의 전력 보강도 만만치 않다. 작년 리그 3위, FA컵 준우승팀 울산 현대는 작년 시즌 영플레이어상 수상자 한승규가 전북으로 이적했지만 김보경, 윤영선, 신진호, 주민규 등을 차례로 영입했다. 여기에 맨체스터 시티FC 출신의 공격형 미드필더 믹스 디스커루드와 네덜란드 출신 수비수 데이브 뷜트하위스도 기존 외국인 선수 주니오와 함께 울산을 이끌 것이다.

하지만 그 어느 팀보다 축구팬들의 가장 많은 기대를 받고 있는 구단은 작년 시즌 돌풍을 일으키며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 직행 티켓을 따낸 시도민구단 경남FC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2부리그 K리그 첼린지(현 K리그2)에서 뛰었던 경남은 1년 만에 K리그1의 강 팀을 넘어 아시아 무대까지 넘보고 있다. 그리고 경남이 겨울 동안 선보인 적극적인 선수영입 행보를 보면 '아시아 도전'이 결코 말뿐인 목표는 아닌 듯 하다.
 
 경남은 잉글랜드의 머치와 네덜란드의 룩 등 공격적인 선수 영입으로 시즌 준비를 마쳤다.

경남은 잉글랜드의 머치와 네덜란드의 룩 등 공격적인 선수 영입으로 시즌 준비를 마쳤다. ⓒ 경남 FC

 
시도민구단 최초로 리그 성적으로 ACL 티켓 따낸 경남

경남은 2015년까지만 해도 심판 매수사건에 휘말리는 등 2부리그인 K리그 첼린지에서도 중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평범한 시도민 구단에 불과했다. 하지만 경남은 2016년 팀의 7대 감독으로 김종부 감독이 부임하면서 살아나기 시작했다. 2016년 심판 매수사건의 징계로 승점을 10점이나 깎인 상태로 시즌을 시작한 경남은 승점 50점(8위)을 따내면서 도약의 가능성을 보였다. 

경남의 운명은 2017 시즌을 앞두고 브라질 리그에서 활약하던 196cm의 장신 스트라이커 말컹(허베이 화샤 싱푸)을 영입하면서 완전히 달라졌다. 임대로 이적한 말컹은 시즌 개막 후 12경기에서 7골2도움을 기록하며 완전이적했고 2017년 22득점 3도움을 기록하며 K리그 첼린지를 지배했다. 말컹의 활약 덕분에 K리그 첼린지 우승을 차지한 경남은 3년 동안의 2부리그 생활을 끝내고 다시 K리그1으로 복귀했다.

경남이 2017년 K리그 첼린지를 지배한 것은 분명하지만 1부리그와 2부리그는 엄연히 수준 차이가 존재한다. 이 때문에 경남이 K리그1에서도 좋은 성적을 낼 거라 예상한 축구팬은 거의 없었다. 실제로 경남에는 현직 국가대표 선수가 1명도 없었고 K리그 첼린지에서 '괴물'로 군림했던 말컹이 K리그1에서도 변함없는 위력을 발휘해 준다는 보장도 없었다.

하지만 경남은 축구팬들을 놀라게 만드는 '기적'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비록 우승팀 전북에게는 승점 20점이나 뒤졌지만 울산이나 포항, 수원 같은 명문팀들을 제치고 K리그1 준우승을 차지하는 대이변을 일으켰다. 경남은 승격 첫 시즌에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 티켓을 따낸 최초의 팀이자 시도민구단 중 리그 성적으로 챔피언스 리그에 진출하는 최초의 팀으로 K리그의 역사를 새로 썼다. 

2017년 K리그 첼린지 득점왕과 MVP를 차지했던 스트라이커 말컹은 K리그1에서도 31경기에서 31개의 공격포인트(26골5도움)를 몰아치며 득점왕과 MVP를 석권했다. 경남은 말컹 덕분에 1부리그와 2부리그 MVP를 배출한 K리그 최초의 구단이 됐다. 경남과 희로애락을 함께 했던 미드필더 최영준(전북)은 중원의 사령관으로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고 브라질 출신 공격수 네게바도 말컹의 좋은 공격 파트너로 활약했다.

말컹-최영준-박지수 떠났지만 머치-룩 등 알짜배기 보강

경남은 올 시즌을 앞두고 스트라이커 말컹과 핵심 미드필더 최영준, 그리고 국가대표 출신 센터백 박지수를 각각 중국 허베이 화샤 싱푸와 전북,  광저우 헝다로 이적시켰다. 사실 갑자기 좋은 성적을 거둔 스몰마켓 구단이 수익을 창출하고 운영비를 마련하기 위해 주요 선수들을 파는 경우는 K리그뿐 아니라 전 세계 클럽 축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경남은 주요 선수 3명을 이적시키며 발생한 100억 원에 가까운 수익을 새로운 선수 영입을 위해 재투자했다. 지난 시즌의 돌풍이 우연이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리그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올 시즌 새롭게 나설 챔피언스 리그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한 것이다. 팀의 정신적 지주였던 최영준이나 대체 불가 스트라이커 말컹의 빈자리는 분명 크게 느껴지지만 선수층은 오히려 작년 시즌보다 더 두꺼워졌다.

경남은 지난 11일 영국 프리미어 리그 카디프시티FC와 퀸즈 파크 레인저스, 크리스탈 팰리스FC에서 활약했던 잉글랜드 출신의 미드필더 조던 머치를 영입했다. 머치는 카디프시티 시절 김보경, 퀸즈 파크 레인저스 시절 윤석영(FC 서울), 크리스탈 팰리스 시절에는 이청용(VfL 보훔)과 함께 뛴 선수로 국내 축구팬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강한 킥과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경남에 큰 힘을 실어줄 거물급 선수를 영입한 것이다.

지난 20일에는 네덜란드 출신 공격수 룩 카스타이노스(등록명 룩)를 영입해 말컹이 빠져 나간 공격진의 빈자리를 채웠다. 네덜란드 연령별 대표팀에서 활약하기도 했던 룩은 네덜란드의 페예로느르, 이탈리아 세리에A의 인터 밀란, 독일 분데스리가의 프랑크푸르트, 포르투갈의 스포르팅 C.P. 등에서 활약한 바 있다. 룩은 188cm의 좋은 신체조건에 나이(만26세)에 비해 풍부한 유럽리그 경험을 갖추고 있는 능력 있는 공격 자원이다.

경남은 '거물 외국인 선수' 머치와 룩 외에도 곽태휘, 송주훈, 박기동, 김승준, 이영재 등 국내 선수 영입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오는 3월 1일 K리그2에서 승격된 성남FC와 리그 개막전을 치르는 경남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 일본의 가시마 앤틀러스와 중국의 산둥 루넝, 말레이시아의 조호르 FC 와 함께 E조에 포함됐다. 경남은 오는 3월 12일 조호르FC와의 말레이시아 원정을 통해 본격적인 아시아 무대 도전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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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K리그 경남FC 조던 머치 룩 카스타이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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