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 껄렁한 목사. 여러모로 혼란을 안겨주는 영화 <사바하>에서 관객들에게 가장 처음으로 혼란을 주는 요소가 있다면 '이정재'일 것이다. 이정재가 연기한 '박 목사' 말이다. 배역 이름을 보면 엄연한 목사인데 뭔가 좀 이상하다. 목사를 연기한 것도 그렇지만, 껄렁한 목사를 연기한 것도 다 이정재의 '새 도전'이었다. 

지난 15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이정재를 만나 그의 도전의식이 묻어난 영화 <사바하>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일상적인 캐릭터 맡고 싶었다"
   

이정재 영화 <사바하>에 출연한 배우 이정재의 인터뷰가 지난 15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열렸다.

▲ 이정재 영화 <사바하>에 출연한 배우 이정재의 인터뷰가 지난 15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열렸다. ⓒ CJ엔터테인먼트


"제가 언제까지 강한 것만 해야 하나 생각이 들었다. 염라까지 하니까. 연기 톤이 굉장히 일상스러운 걸 보여드려야 할까 싶었다. 그런데 들어오는 시나리오들이 형사, 안기부 요원 등 남성성이 강한 것들이었다. 그 중 <사바하>를 읽는데 너무 마음에 들었다. 영화는 강렬하지만 이정재가 덜 강렬하게 보이는, 일상의 모습이더라. 미궁을 만드는 역할이 아니라 미궁 속에 빠지는 역할이었다."

박 목사는 앞서 말했듯 좀 껄렁한 느낌의 인물이기에 이정재가 찾던 무겁지 않은 일상스러운 매력을 충분히 갖고 있었다. 이정재는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이 장르를 보고는 '어? 나한테 없었던 영화인데?' 싶었다"며 "이 시점에서 이 영화가 딱이겠구나" 싶었다.

"될 수 있으면 해보지 않았던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 새로운 걸 하고 싶다."

박 목사는 마치 이야기 바깥에서 이야기를 풀어주는 화자 같은 역할을 한다. 그는 "영화의 이야기를 끌고 가는 사람이 무겁게 가면 시종일관 지루해질 수 있으니까 캐릭터를 가볍게 시작하자고 감독님이 이야기하셨고, 시나리오도 그렇게 써 놓으셨다"며 "감독님이 그린 박 목사를 완벽하게 구현하기 위해 애썼다"고 했다. 특히 "너무 무겁지도, 너무 가볍지도 않게 선을 잡아가는 데 많이 신경 썼다"고 말했다.

장재현 감독이 직접 대본 전체 연기해
   

이정재 영화 <사바하>에 출연한 배우 이정재의 인터뷰가 지난 15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열렸다.

▲ 이정재 ⓒ CJ엔터테인먼트


박목사 캐릭터를 어떻게 만들어갔는지 묻는 말에 이정재는 뜻밖의 답변을 내놓았다. 감독님이 대본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직접 연기했고 그걸 이정재가 휴대폰으로 찍어서 계속 봤다는 것. 각본을 쓴 장본인이 장 감독이기에 <사바하>라는 세계를 가장 잘 알고, 박목사의 특질을 가장 잘 아는 것도 장 감독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직접 연기로써 보여준 것이다. 
  
"감독님과 리허설 했을 때 감독님이 원하는 톤이 딱 있었다. 호흡과 템포와 표현법이 제가 생각하던 게 아니라서 처음에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그래서 감독님한테 직접 보여달라고 했고, 감독님이 연기하는 걸 아예 찍어버렸다. 저는 연기할 때 감독님 의도에 100% 맞춰드리려는 편이다. 제 것만 쓰다보면 이 연기가 저 연기 같고 비슷하게 될까봐. 어쨌든 이번에는 아예 찍어버렸으니까 집에 가서 계속 보고 박 목사의 말투 같은 걸 연구했다. 아직도 제 휴대폰에 찍은 게 있다."

"<사바하>는 '잘 만든 스리러물'"

 

이정재 영화 <사바하>에 출연한 배우 이정재의 인터뷰가 지난 15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열렸다.

▲ 이정재 ⓒ CJ엔터테인먼트


이정재는 <사바하>의 대본을 읽었을 때 '범죄 수사물' 같은 느낌이 강했고, 독창적인 시나리오라고 느꼈다고 했다. "'도대체 이야기가 어떻게 되는 거야' 싶은 미스터리가 있다보니 스릴러 장르물 치고는 아주 신선하고 독특하게 여겨졌다"고 설명했다. 

스릴러의 몰입감 그 자체로 충분하지만 굳이 주제라는 걸 찾는다면 무엇일까. 이 질문에 그는 "이 이야기는 믿음에 대한 이야기 같다"며 "인간이 인간을 믿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나한(박정민)이 자기의 손을 잡아준 자를 믿으면서 이 사건이 시작되는 거니까"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보면 불교도 나오고 기독교도 나오지만, 종교에 대한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저는 한 마디로 말하자면, 이 영화가 아주 꼼꼼히 잘 만든 스릴러물이라고 생각한다. 다음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을 유지하면서 이야기를 펼쳐가는 영화다. 그런 재미로 봐주시면 어떠실까 한다."

끝으로, 드라마 복귀 생각이 있는지 물었다. 이 질문에 이정재는 "그럼요"라고 망설임 없이 긍정하며 "항상 생각하고 있지만 스케줄이 안 맞아서 못했다. 2시간을 훨씬 넘어가야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이야기들이 요즘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거의 하루에 한 편씩 영화를 본다는 영화광 이정재에게 그럼 드라마도 즐겨보느냐고 묻자 그는 역시 망설임 없이 긍정했다. "최근에는 <스카이캐슬>을 재미있게 봤다"며 잠깐 드라마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이정재 영화 <사바하>에 출연한 배우 이정재의 인터뷰가 지난 15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열렸다.

▲ 이정재 ⓒ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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