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2019 V리그 한국전력-현대캐피탈 경기... 수원 실내체육관 (2019.2.7)

2018~2019 V리그 한국전력-현대캐피탈 경기... 수원 실내체육관 (2019.2.7) ⓒ 한국배구연맹

 
한국전력 프로배구단의 연고지 이전 여부가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현재 한국전력의 연고지는 수원시다. 홈구장은 수원 실내체육관이다. 그런데 수원시와 연고지 계약이 오는 4월 말에 종료된다. 4월 안에 수원시와 재계약을 하든지, 아니면 다른 도시로 이전해야 한다.

변수가 발생했다. 광주광역시가 한국전력의 광주 이전을 강력히 요구하고 적극 추진하고 있다. 과거에도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사안이지만, 이번에는 강도가 거세다. 광주 배구협회 등 지역 사회는 한국전력 프로배구단 유치를 위해 시민들을 상대로 서명 운동까지 벌였다. 

광주광역시장도 공개적으로 한국전력 프로배구단 유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은 지난 1월 출입기자단과 간담회에서 "한전이 혁신도시에 둥지를 틀었지만 지역민들 사이에선 '우리 한전'이란 말이 나오지 않고 있다"며 "한전 배구단의 연고지를 광주로 이전하면, 지역민과 한전이 스포츠를 통한 동질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광주 지역의 한 매체는 20일 "광주시가 최근 체육진흥과 주무관 등을 수원으로 보내 한전 배구단의 홈경기장인 수원 실내체육관의 실태와 관중의 수요 등을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며 "3월까지 서로 만족할 수 있는 내용들을 세부적으로 제안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또한 광주시 관계자가 대표적 인기 프로배구 팀인 현대캐피탈을 방문해 성공 노하우 등에 대해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광주시의 적극적인 움직임에 수원시도 서둘러 맞대응에 나섰다. 이미 연고지 재계약 의향서를 한국전력에 제출했다. 광주광역시와 수원시가 뜨거운 유치전을 벌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결판은 4월 안에 난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21일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다음 시즌 준비 때문에 4월까지는 연고지 계약 문제를 끝내야 한다"며 "지금은 V리그 시즌 중이기 때문에 어떤 입장을 정하거나 협상를 하지 않고 있다. V리그가 종료되면 광주, 수원 두 도시와 본격적으로 협의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전력 연고지 문제는 현재 진행 중인 클럽하우스 신축 문제와도 연동돼 있다. 한국전력은 선수단 숙소와 훈련 전용 체육관이 포함된 배구단 클럽하우스를 짓기로 확정하고, 지난해부터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지금도 클럽하우스 부지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광주시장까지 연고지 이전 역설... 적극 추진 이유는?

광주광역시는 지난 2014년부터 한국전력 프로배구단의 이전을 추진해왔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때문에 이번 만큼은 반드시 성사시키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광주시는 당시 협상 때 염주체육관을 배구 전용 경기장으로 리모델링해 배구단이 사용케 하고, 경기장 대관료와 홍보마케팅 비용 등에 대한 행정적 지원 등을 제안했다. 그러나 클럽하우스 신축 부지 문제에 대한 이견 때문에 무산됐다. 

한국전력은 또 광주를 홈구장으로 할 경우 원정 경기시 이동 거리가 길고, 지역 내 연습 경기를 할 만한 팀이 부족해 선수들의 컨디션과 경기력 저하가 우려된다는 점 등을 반대 이유로 주장해 왔다. 결국 한국전력은 2016년 4월에도 기존 연고지인 수원시와 3년 재계약을 맺었고, 오는 4월 종료를 앞두고 있다.

광주시가 한국전력 프로배구단 이전을 적극 추진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한국전력 본사가 지난 2014년 11월 나주 빛가람 혁신도시로 이전을 완료하고 직원들도 1500여 명이 넘게 옮겨온 데다, 한국전력 럭비단도 2016년 전남으로 연고지를 이전했고, 여자 프로배구단인 한국도로공사도 본사가 이전하면서 경북 김천 혁신도시로 이전했기 때문이다. 광주시와 지역 사회는 한국전력 프로배구단만 본사가 이전한 지 5년째가 됐음에도 수도권에 따로 남아 있는 건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광주·전남 지역에 11월부터 3월까지 5개월 동안 진행되는 겨울철 프로 스포츠 팀이 전무하기 때문에 지역민들이 겨울 시즌에 즐길 만한 스포츠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점, 겨울철 최고 인기 스포츠인 프로배구 팀이 생길 경우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된다는 점도 중요한 이유이다.

전남·전북은 물론 경상도 배구팬도 찾아올 수 있기 때문에 지방 배구팬들에게 프로배구를 즐길 기회를 제공해준다는 측면도 이유로 들고 있다. 실제로 김천 한국도로공사의 경우 대구·구미 등 영남권 주변 도시에서 찾아오는 배구팬들이 많고, 비영남권과 수도권 배구팬들도 경기를 보러 가기도 한다.

광주시와 지역 사회는 나주 혁신도시가 광주와 가깝기 때문에 관중 동원이 유리한 염주체육관을 홈구장으로 사용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광주 시내에 있는 염주체육관은 좌석수가 8278석이 되는 대형 체육관이다. 광주시는 한국전력이 이전해 오면 배구 전용 경기장으로 리모델링하고, 좌석수도 6000석 정도로 줄일 계획이다.

'김천 이전' 도로공사의 성공... 한국전력 반대 논리 약화
 
 '승리 후 포효' 한국전력 선수들... 수원 실내체육관 (2019.2.7)

'승리 후 포효' 한국전력 선수들... 수원 실내체육관 (2019.2.7) ⓒ 한국배구연맹

 
여자 프로배구단 한국도로공사의 성공 사례도 한국전력의 이전 반대 논리를 약화시킨 측면이 있다. '긴 이동 거리와 경기력 저하' 주장이 설득력과 타당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한국도로공사 본사도 한국전력과 똑같은 시기인 2014년 11월 김천 혁신도시로 이전했다. 그리고 여자 프로배구단도 2015년 5월 연고지를 경기도 성남시에서 김천시로 이전했다. 이전하기 전에 배구단 클럽하우스도 김천에 마련했다. 한국도로공사는 2015~2016시즌 V리그부터 김천 실내체육관을 홈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김천시로 옮긴 이후 성적과 흥행 모두 대성공을 거두었다. 연고지 이전 후 3년 만인 지난 시즌에는 V리그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달성했다. 여자배구 6개 구단 중 유일하게 V리그 우승 경험이 없었던 불명예도 사라졌다. 선수와 구단 프런트, 그리고 경북 김천시와 시민이 한 몸처럼 똘똘 뭉쳐 만든 결실이었다. 특히 구단 프런트가 배구단에 적극적인 투자를 단행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FA 기간 동안 기존 주전 멤버들을 모두 붙잡았고, 최대어인 박정아까지 영입하면서 전력이 크게 강화됐다.

김천시와 시민들도 한국도로공사의 사상 첫 V리그 우승을 위해 매 경기 관중석을 가득 메우며 응원에 나섰다. 김천 시민들의 높은 배구 열기에 힘입어 한국도로공사는 남녀 프로배구단 전체를 통틀어 평균 관중수가 현대캐피탈 다음으로 많은 구단이 됐다. 

한국도로공사의 성공은 프로배구 팀의 성적과 경기력이 지역이나 이동 거리가 좌우하는 게 아니라는 걸 증명해준 셈이다. 좋은 선수 영입, 선수단 지원 등 모기업이 배구단에 적극적인 투자를 해야 하고, 지역 팬들이 경기장에 몰려와 열광적으로 응원해주는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프로배구단 수도권 집중 심화... 이전 찬·반 논리 '팽팽'

배구계에는 한국전력 배구단의 연고지 이전을 반대하는 의견도 있지만, 찬성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반대하는 측은 그동안 한국전력이 하위권을 맴돌 때도 아낌없이 응원해준 수원시 배구팬을 고려해야 하고, 이미 자리가 잡혀 있기 때문에 관중 동원도 문제가 없다는 점을 들고 있다. 광주시가 유치에만 급급하고, 배구단 지원책에 소극적일 경우 이전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찬성하는 측은 지역 연고 강화와 프로배구의 '전국적 저변 확대'를 위해서 이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지방에도 프로배구 팀이 있는 게 V리그 발전 차원에서는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현재 프로배구는 수도권에 지나치게 집중돼 있다. 남녀 총 13개 팀 중 무려 12개 팀이 수도권과 충청권 두 곳에만 몰려 있다. 영남에는 한국도로공사 1팀만 있고, 호남과 강원도는 프로배구 팀이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남자 프로배구단은 전체 7개 팀 중 5팀, 여자 프로배구단은 6개 팀 중 4팀이 수도권을 연고지로 하고 있다.

광주 이전이 관중 동원과 V리그 흥행에 더 유리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한 프로배구단의 핵심 관계자는 "한국전력과 광주시가 협력 체제를 잘 갖출 경우 관중 동원과 흥행 면에서는 광주가 훨씬 나을 수 있다"며 "프로 팀은 자신을 강하게 원하는 지역에서 자리잡는 게 좋다. 본사와 직원들도 이전한 마당에 경쟁이 치열한 수도권을 고집할 이유는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광주는 겨울 시즌에 즐길 만한 프로 스포츠가 많지 않기 때문에 천안 현대캐피탈, 김천 한국도로공사처럼 인기 구단이 될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다. 한국전력 본사와 자회사 직원도 수천 명에 달하기 때문에 관중 유치가 유리한 측면도 있다. 실제로 관중수는 해당 팀의 성적과 지역의 관심도가 크게 좌우한다. 현재도 프로배구와 프로농구 관중수를 살펴보면, 서울·수도권 구장의 관중수가 지방 팀 구장보다 저조한 경우가 적지 않다. 

또한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배구단 유치와 협조에 적극적인 도시의 경우 대부분 흥행에 성공을 거두었다. 천안 현대캐피탈과 김천 한국도로공사는 대표적인 사례다. 과거 우리카드 연고지였던 충남 아산시, GS칼텍스의 임시 연고지였던 평택시, KOVO컵 개최지였던 충북 청주시와 충남 보령시 등도 관중 동원이 어려울 것 같았던 도시가 해당 지자체와 지역민들이 적극 호응하면서 많은 관중이 몰렸다.

한국전력이 이전할 경우, 수원 실내체육관은 자동으로 여자배구 현대건설의 단독 홈구장이 된다. 최근 남녀 프로배구의 분리 독립 흐름으로 볼 때, 이 또한 나쁘지 않은 그림이다.

한국전력 연고지 문제는 어떤 선택을 하든 한국전력 배구단의 성공과 프로배구 발전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광주시와 수원시가 그에 걸맞는 지원책과 대안을 제시하는가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이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프로배구 V리그 한국전력 광주광역시 KOVO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