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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은 3. 1혁명 100년이 되는 해다. 1919년 4월 11일 결성된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여기저기서 삼일절, 제주 4.3, 여순 사건 등에 대해 바른 역사적 평가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정명(正名)의 움직임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이유다. 청소년과 대학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3.1 운동 길이나 임정로드 되짚어 보기 등의 역사탐방 기획도 활발하다.
  
대한민국 100년, 상하이에서 충칭까지 임시정부 투어가이드
▲ 임정로드 4000킬로 대한민국 100년, 상하이에서 충칭까지 임시정부 투어가이드
ⓒ 필로소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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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로드 4000Km>는 김종훈, 김혜주, 정교진 <오마이뉴스> 기자와 중국어 통역자로 최한솔 등 네 명의 야심찬 젊은이들이 21일간 상하이에서 충칭까지 임시정부의 흔적을 찾아 간 기록이다. 그 기록이 역사 전공자인 출판기획자인 김경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기획으로 책으로 출간됐다.

책은 여행 기록이면서 착실한 여행 안내서 역할을 하도록 구성됐다. 현지에서 접속할 때 필수적인 VPN(Virtual Private Network) 앱부터 잘못된 주소 바로잡기, 임정로드 공용지도, 주의하거나 미리 준비해야 할 것 등 여행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꼭 필요한 내용을 함께 담았다.

여정은 네 명의 젊은이들이 1919년 4월 11일 '대한민국'이 탄생한 상하이 서금이로 현장을 확인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그들은 곳곳에 작은 표지석 하나 없이 옛 건물이나 도로가 변해가는 현장을 목격하고 안타까워 한다. 국민 모두가 마음을 모아 표지석이라도 하나씩 하도록 운동이라도 펼쳐야 할 판이다.
 
서금이로 –여기는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타생한 장소다. 처음으로 '대한민국'이라 명명된 국가가 만들어진 곳이며, 지금 우리가 행유하는 대만민국 민주공화정이 정립된 곳이다. 우리 헌법이 세계만방에 공표된 곳이기도 하다. 이곳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하다. 반복되는 건국절 논란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역사적인 장소이기 때문이다. (중략)

1948년 건국을 외치는 이들의 주장처럼 1948년 이승만 정권 수립 이전에는 정말 대한민국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인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자 했다. -70쪽
 
2008년 이명박 정부때 보수들에 의해 시작된 1948년 건국절 논란은 2018년 4월 13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99주년 기념식에서 이낙연 국무총리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일이 4월 13일 오늘이 아니라 국호와 임시헌장을 제정하고 내각을 구성한 4월 11일이므로 바로 잡아야 한다. 법령 개정을 거쳐 내년부터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일을 4월 11일로 수정해 기념하겠다"고 선언해 바른 날짜를 되찾게 되면서 종지부를 찍게됐다.

네 명의 젊은이들은 임시청부 청사가 있던 곳, 백범 등 임시정부 지도자들이 머물던 장소, 혹은 윤봉길 열사 의거 지역 등 임시정부 전반의 주요 활동지를 더듬으며 가장 많이 한 말이 '헛헛하다'였다고 전한다. 그 헛헛함의 의미를 양민 학살터, 오키나와 평화 기행을 다녀온 후 조금은 알 것 같다. 조선의 독립을 위해 일제 강점기 국외에서 항일 정부를 이끌던 임시정부의 자취나 요인들의 자취를 알만한 표지석 하나 없다는 사실이 왜 헛헛하지 않겠는가.

4000킬로 여정을 실행에 옮긴 김종훈 기자는 자신이 임정을 기획한 것은 백범계단에서 찍은 두 장의 사진을 본 때문이었다고 고백한다. 사진을 보는 순간 '꼭 그 계단에 서보고 싶다'는 열망이 솟구쳤고 프로젝트 임정을 기획했다고 한다. 4000킬로 임정로드길을 따라 마침내 충칭의 백범 계단 바로 그 자리에 서서 사진을 찍고나서 그는 이렇게 고백한다.
 
그제야 알았습니다. 1945년 11월 3일, 그 계단에 선 백범 김구 선생의 표정이 왜 그리도 어두웠는지, 그제야 알았습니다. 2017년 12월 16일, 그 계단에 선 문재인 대통령이 왜 그리 입술을 굳게 다물었는지. 절절한 아쉬움이 수십 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두 장의 사진으로 전해진 겁니다. 그 계단에 직접 서보니 비로소 알 수 있었습니다.-273쪽
 
온전한 독립을 이루어내지 못한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백범에게서 문재인 대통령에게로 그 자리에 서서 절절한 아쉬움을 온몸으로 느껴야만 했던 네 명의 청년들에게로 고스란히 전해졌을 것이다. 임정 역사의 현장에 섰을 때 그는 백범의 마음을, 문재인 대통령의 마음을, 그 자리에 선 자신의 깊은 속마음에서 같은 공명으로 읽어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김종훈 기자는 언젠가 한번은 꼭 백범이 섰던 그 곳, 충칭의 백범 계단에 서보라고 강력하게 권한다.

해방과 동시에 분단의 고통을 겪어야 했던 조선, 지금도 일본의 사과를 받으려 일본 대사관 앞에서 수십년간 위안부 피해자와 대책위가 수요일마다 정기 집회를 열고 있다. 전쟁과 살육없는 분단조국의 평화통일을 위해 제주 강정, 김천 사드 반대, 평택 기지 앞 주한미군 철수 등 외세와 치열하게 싸우고 있기에 우리의 저항 역사는 여전히 진행형인 셈이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항상 느끼는 바가 있습니다. 바로 걷고 또 걸어야 길이 생긴다는 사실입니다. 걷지 않는 길은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110 쪽

2019년은 100년의 역사에 마침표를 찍는 해인 동시에 또 다른 100년에 대한 새로운 밑그림을 그려내야하는 해다. 다가올 100년의 주인은 청소년들과 젊은이들이다. 기성세대가 과거의 역사를 어떤 방식으로든지 그들에게 바르게 알려줘야 하는 이유다. 미래역사를 살아 갈 청소년과 젊은이들은 과거 역사의 현장을 자주 찾아가 과거의 역사와 마주해야 한다. 역사의 현장에 서봐야 비로소 우리가 과거의 역사와 무관하지 않은 존재임을 확실히 깨닫는다.

머나먼 남의 나라에서 목숨을 걸고 조국의 독립을 위해 싸웠던 투사들을 남과 북 어디서든 제대로 평가하고 인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들은 분단 조국이 아닌 조선독립을 위해 목숨바쳐 저항하던 이들이기 때문이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역사의 현장에 서서 선구자의 길을 갔던 이들의 목소리를 가슴으로 듣기를 권한다. 그러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길이 보일 것이다. 우리 역사가 지워버리고 싶을 만큼 아쉽고 부끄럽던지, 큰 소리로 자랑하고 싶던지 간에 모두 우리가 살아낸 삶의 자취다.

과거의 역사를 잊거나 왜곡하거나 덮어버릴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바로 바라볼 때 현재 어떤 삶을 살아야 하고, 무앗을 청산하고 가야 하며, 어떻게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를 완성할 것인지 뚜렷하게 알게 될 것이다. 역사의 길을 되짚어 걸으며 평화통일 조국의 새로운 노정표를 만들어 가기를.

2018년 흥사단 교육운동 본부에서는 안중근 의사 의거 100주년 기념으로 청소년 독립여행 프로젝트를 통해 상하이 등 임정의 발자취를 더듬는 임정100주년 '우리는 하나' 이주민·선주민 자녀, 중국서 독립운동가 발자취 탐방'을 진행했다. 국내의 거창 민간인 학살터도 둘러봤다. 2019년에는 베트남 역사탐방을 청소년 독립여행 프로젝트로 기획하고 있다니 우리 역사의 자취를 더듬어 가며 새로운 역사의 길을 만들어 나갈 청소년들의 과거의 자취를 더듬는 길걷기에 대한 기대가 크다.

임정로드 4000km - 대한민국 100년, 상하이에서 충칭까지 임시정부 투어가이드

김종훈 외 지음, 필로소픽(2019)


태그:#임정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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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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