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한국당 5.18 공청회 발표자로 나선 지만원 '5.18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하고 있는 지만원씨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자유한국당 김진태·이종명 의원 공동주최로 열린 '5·18 진상규명 대국민 공청회'에 발표자로 나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 한국당 5.18 공청회 발표자로 나선 지만원 "5.18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하고 있는 지만원씨. 사진은 지난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자유한국당 김진태·이종명 의원 공동주최로 열린 "5·18 진상규명 대국민 공청회"에 발표자로 나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는 모습.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5.18 망언'을 규제해야 하는 것은 1980년 광주 희생자나 유족 또는 광주시민들을 위해서만은 아니다. 5.18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만도 아니다.

그런 이유들 역시 매우 중요하지만,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홀로코스트(유대인 학살) 망언과 관련된 유럽의 최근 역사를 살펴보면, 망언을 규제하지 않으면 안 되는 현실적인 사정을 알 수 있다. 

유럽은 어떠한가

법학자 이소영의 논문 '기억의 규제와 규제를 통한 기억하기?'는 유대인 학살 범죄를 부정하는 '유럽판 5.18 망언'에 대한 유럽연합 차원의 규제를 아래와 같이 소개한다. 홀로코스트 범죄에 대한 공공연한 부정을 형법적으로 처벌하는 규제에 관한 것이다.
 
"유럽연합은 1996년 인종차별주의와 외국인 혐오 행위를 방지하려는 목적으로 채택한 공동행위에서 '1945년 4월 8일 런던협정에 의해 첨부된 국제군사재판헌장 제6조에 규정된 범죄'에 대하여 공공연히 부정하는 것을 금지하였다. (중략)

이에 대한 후속으로 2008년 11월 유럽연합의 27개 회원국 대표들은 역사 부정(否定) 규제 조항을 포함한 결의에 합의하였다. 이 결의는 유럽연합 회원국의 영토 안에서 발생한, 정보통신을 포함한 모든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홀로코스트 부정에 대하여 적어도 1~3년 이하의 징역형을 처할 수 있는 국내법규 제정 지침을 명시하고 있다." - 경상대학교 법학연구소가 2013년 발행한 <법학연구> 제21권 제4호에 수록.
  
 아우슈비츠 수용소.
 아우슈비츠 수용소.
ⓒ 위키백과

관련사진보기

   
'홀로코스트 망언을 처벌하는 국내법을 제정하자'는 유럽연합 결의에 따라, 2013년 현재 15개의 유럽 국가들이 이에 관한 국내법을 마련했다. 포르투갈·프랑스·벨기에·룩셈부르크·네덜란드·스위스·독일·리히텐슈타인·오스트리아·체코·폴란드·헝가리·슬로바키아·루마니아·리투아니아가 이에 해당한다. 유럽 밖 국가로는 이스라엘과 캐나다가 있다.

이 나라들은 이 사안에서만큼은 표현의 자유보다 '공공의 이익'을 우선시한다. 표현의 자유를 제약함으로써 생기는 손실보다 공공의 이익을 우선시함으로써 생기는 이익이 훨씬 크고 중대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독일 형법 제130조(국민선동죄)도 공공 이익을 우선시하는 관점에서 홀로코스트 망언을 처벌한다. 제4항은 아래와 같다.
 
"공연히 또는 집회에서 국가사회주의(나치)의 폭력적·자의적 지배를 승인하거나 찬양하거나 정당화함으로써 피해자의 존엄을 침해하는 방법으로 공공의 평온을 교란한 자는 3년 이하의 자유형(징역·금고) 또는 벌금형으로 처벌한다."
 
망언의 다섯 유형

홀로코스트 망언은 초창기에는 나치 전범들의 입에서 주로 나왔다. 뉘른베르크 법정에 회부된 전범들이 형사 책임을 모면하고자 독일판 '5.18 망언'들을 쏟아냈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나치 추종자와 유럽 극우주의자들의 입에서 동일한 망언들이 나왔다.

그들은 홀로코스트를 부정할 목적에서 아무 말이나 근거도 없이 내뱉었다. 이재승 건국대 교수의 논문 '기억과 법: 홀로코스트 부정'은 이들의 망언을 다섯 유형으로 간추린다. 이 논문은 한국법철학회가 2008년 발행한 <법철학연구> 제11권 제1호에 실려 있다.
 
(1) 유대인 절멸을 위한 단일한 마스터 플랜은 없었기 때문에 홀로코스트도 없었다고 봐야 한다.
(2) 아우슈비츠나 여타 수용소에는 대량살상을 위한 가스실이 없었다.
(3) 집단살해를 증명할 객관적인 문서가 없기 때문에, 홀로코스트 연구자들은 생존자의 증언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4) 1941년부터 1945년 사이에 유대인 인구의 감소는 없었다.
(5)뉘른베르크 법정은 유대인의 이익을 위해 차린 광대극이다.
  
 1944년 헝가리에서 체포된 유대인 여성들.
 1944년 헝가리에서 체포된 유대인 여성들.
ⓒ 위키백과

관련사진보기

   
지만원씨의 입에서 나온 '5.18 망언'을 두고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9일 "역사적 사실에 대한 다양한 해석은 존재할 수 있으나, 정치권이 오히려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고 조장하는 것은 삼가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지만원씨의 관점을 '다양한 해석 중 하나'로, 지만원씨에 대한 비판을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고 조장하는 행위'로 바꾸는 언사다.

독일을 포함한 유럽 국가들이 홀로코스트 망언을 처벌하는 것은, 다양한 해석의 길을 막고 획일적 역사 해석을 조장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이런 망언들이 사회통합을 위협하고 정치 폭력을 조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위해 처벌 규정을 두는 것이다. 이재승 논문은 유럽 국가들이 처벌 규정을 두지 않을 수 없었던 배경을 이렇게 설명한다.
 
"1990년대 이후 유럽에서 홀로코스트 부정은 다른 양상을 띠기 시작했다. 서유럽 내에서는 신(新)나치와 극우파의 폭력행위가 확산되었고, 동구 사회주의의 붕괴로 그동안 억압되었던 민족 간의 갈등이 내전과 인종 청소로 발전하였다.

한편, 전쟁과 학살의 기억을 공유하지 못한 새로운 세대들이 이러한 극단주의에 쉽게 감염되자, 유럽 전체는 홀로코스트 부정을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사회통합 저해, 정치폭력 등을 우려한 '홀로코스트 망언 처벌법'

1990년대부터 나치의 죄악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면서 극우 폭력을 조장하는 현상이 유럽에서 강해졌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탈냉전이라는 세계사적 조류 속에서 확산됐다. 1990년 독일 통일 및 1991년 구소련 해체를 전후해 탈냉전이 확산되고 기존 질서가 이완됨에 따라 인종주의나 민족주의가 확산됐다. 이념분쟁이 약해진 틈을 타서 인종주의·민족주의가 힘을 얻은 것이다.

그런 속에서 유럽판 '5.18 망언'들이 쏟아지고 극우파의 폭력행위가 번져갔다. 김춘식 포항공대 교수의 논문 '독일의 시위 문화 1949~1995: 1990년 독일 통일 후 극우주의를 중심으로'에 이런 설명이 있다.
 
"독일 통일 직전 1989년에는 신나치주의 지도자 큐넨이 신전선사상공동체와 독일대안(DA)을 조직하였다. 이 두 개의 신나치주의 조직은 독일통일 과정 중 특히 구 동독 지역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였다.

아울러 1990년 7월에는 자유독일노동자당(FAP) 조직원들의 집결체인 민족공격(NO)이 조직되었으며, 이들은 동독의 극우주의자들과 연계해 각종 폭력 시위 및 테러를 감행했다." - 문화사학회가 2007년 발행한 <역사와 문화> 제14호에 수록
  
 2009년 10월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벌어진 독일 극우세력의 시위.
 2009년 10월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벌어진 독일 극우세력의 시위.
ⓒ 위키백과

관련사진보기

  
독일의 극우주의자들은 노골적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홀로코스트에 대한 대중의 공감대를 정면으로 들이받는 일까지 주저 않고 감행했다. '독일판 5.18 기념관'을 파괴하고 '독일판 광주학살의 정당성'을 선전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김춘식 논문에 이런 사례도 소개돼 있다.
 
"1994년에도 마그데부르크에서 극우주의자들은 아프리카 학생들을 폭행했고, 북헨발트의 유대인수용소 기념관을 파괴하는 등 수많은 폭력행위를 저질러 독일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구 동독 지역의 극우주의자들은 방화·테러 등의 충격적인 폭력행위를 통해 그들의 존재를 알리고 궁극적으로 나치즘의 부활을 선동해 체제 전복을 시도했다."
 
극우세력은 홀로코스트 망언을 통해 자신들의 정체성을 내보이고, 이를 통해 동조자들을 모아가며 세 규합에 나섰다. 이들은 단순히 조직을 확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각종 테러를 자행함으로써 국민통합과 사회질서를 뒤흔들었다.

이런 현상으로부터 사회와 국가를 지키고자 유럽 국가들이 선택한 방안 중 하나가 '홀로코스트 망언 처벌법'이다.

이 법은 단순히 유대인 희생자의 명예를 지키기 위한 일만은 아니었다. 망언이 모이고 모이면서, 이것이 말에서 그치지 않고 극단적 폭력으로 발전하는 것을 몸소 체험했기에 망언 처벌법 제정에 나서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FM101.9 (목)11시25분경. (저서) 역사 추리 조선사, 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 못하나,발해고(4권본,역서),패권 쟁탈의 한국사,신라 왕실의 비밀,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조선상고사(역서),조선노비들,왕의 여자,철의제국 가야,최숙빈,한국사 인물통찰,동아시아 패권전쟁 등. www.kimjongsung.com

오마이뉴스 정치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